[탈무드 이야기 4]
탈무드의 귀 / '육체의 영혼' 외 9
41. 육체의 영혼
왕은 <오차>라고 하는 아주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과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두 사람의 경비원을 두어 그 과일나무를 지켰다. 한사람은 장님이었고, 또 한 사람은 절름발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흉계를 꾸며 한패가 되어 과일을 따 먹자고 의논하였다. 그리하여 장님이 절름발이를 어깨위에 올려 앉히고 절름발이는 방향을 가리켜서, 두 사람은 맛있는 과일을 실컷 훔쳐 먹었다.
왕은 몹시 노하여 두 사람을 심문하였다. 장님은 앞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는 과일을 따 먹을 수 없다고 변명하였고, 절름발이는 저렇게 높은 곳에 자기가 어떻게 올라가 과일을 따 먹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것도 그렇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왕은 두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둘의 힘은 하나의 힘보다 훨씬 위대하다.
사람은 육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정신만으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육체와 정신의 힘이 합쳐져야 비로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해낼 수가 있다.
42. 잃어버린 물건
한 랍비가 로마에 갔을 때 그곳 거리에는 공고문이 나붙어 있었다. 그 공고문에는, '왕비께서 대단히 귀한 보석을 잃어버렸다. 30일 이내에 그것을 찾아 주는 자에게는 많은 상금을 주겠지만, 만일 30일이 지난 후에 그것을 소유한 자가 발견되면 즉시 사형에 처할 것이다.' 라고 씌어 있었다.
랍비는 우연히 그 보물을 발견하게 되어 31일째 되는 날 그것을 갖고나서 왕비 앞에 바쳤다. 그러자 왕비가, [당신은 한 달 전 공고문을 발표하였을 때 이곳에 있었나요?]
라고 묻자, 랍비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30일이 지난 후에 이것을 가져오면 당신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도 알고 있나요?]
왕비의 물음에 랍비는 그것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왕비는 다시 안타깝게 물었다.
[그러면 어째서 30일이 지나도록 이것을 지니고 있었나요? 만일 어제만 가져왔어도 당신은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오. 당신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요?]
그러자 랍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일 30일 이전에 이 물건을 되돌려 드렸다면, 뭇 사람들은 내가 왕비님을 두려워하거나 존경을 표하기 위하여 가져왔다고 오해할 것입니다. 내가 오늘까지 기다렸다가 이것을 가져온 것은, 나는 결코 왕비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비는 '훌륭하신 하나님을 가진 당신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오.'하며 진정으로 감사해 하였다.
43. 희망
랍비 아키바가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작은 램프를 하나 가지고 있었으며, 나귀와 개가 그의 길동무가 되었다.
날이 저물어 어둠이 깔리자, 아키바는 헛간 한 채를 얻어 그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잠을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그는 램프 불을 붙여 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바람이 불어 등불이 꺼졌다.
그래서 랍비는 하는 수 없이 잠을 청하였다.
그가 잠을 잔 그날 밤에 여우가 그의 개를 물어가 버렸고, 사자가 그의 나귀마저 죽여 버렸다.
아침이 되자, 그는 할 수 없이 램프만을 가지고 혼자 길을 떠났다. 어떤 마을엔가 도착했을 때, 그 마을엔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전날 밤 도둑들이 이 마을에 들이닥쳐 집을 파괴하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몰살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램프가 바람에 꺼지지 않았다면, 그도 도둑들에게 들켰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개가 살아 있었다면, 개가 짖어대어 도둑들이 몰려 왔을 것이고, 또 나귀도 역시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결국 그는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랍비 아키바는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서라도 인간은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바뀌는 일도 없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44. 反 유태인
로마의 여러 황제 중에서 유태인을 제일 미워한 하드리아누스라는 황제가 있었다.
어떤 유태인이 하드리아누스 황제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폐하, 안녕하셨습니까?]
라고 그가 인사를 하자 황제가 '너는 누구냐?'하고 물었다. 그가 유태인이라고 대답하자 황제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저 놈의 목을 베어라.]
이튿날 또 다른 유태인 하나가 황제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는 황제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지나쳤다. 그러자 황제가 명령했다.
[로마 황제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 저 불경한 놈의 목을 쳐라.]
그러자 옆에 있던 신하들이 황제에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어제는 인사한 사람을 죽이셨는데, 오늘은 인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또 죽이셨습니다. 도대체 어찌된 연유입니까?]
황제가 대답했다.
[내가 한 일은 양쪽이 다 옳다. 그대들은 잘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유태인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지.]
아무튼 유태인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반유태인이었던 황제 하드리이누스는, 유태인이란 이유만으로 유태인을 죽였다는 가슴아픈 이야기이다.
45. 암시
어떤 로마의 장교가 랍비를 만났다.
[유태인은 매우 현명하다는 말을 들었소. 오늘 밤에 내가 무슨 꿈을 꾸게 될지 알려줄 수는 없겠소.]
하고 장교가 말했다. 당시 로마의 가장 큰 적은 페르시아였다.
[페르시아군이 로마를 습격하여 로마 군을 대파하고 로마를 지배하여, 로마 사람들을 노에로 삼아 로마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을 시키는 꿈을 꿀 것이오.]
이튿날 로마의 장교가 다시 랍비를 찾아와서 [어떻게 당신은 내가 꾸게 될 꿈을 미리 예언할 수 있었소?] 하고 물었다.
꿈이란 암시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그 장교는 몰랐고, 자기가 암시에 걸려 있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모놀로그
로마의 황제가 제일 위대한 랍비와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생일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두 나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을 때에도, 두 사람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가 랍비와 절친하다는 사실은 두 나라의 관계로 보아 과히 좋은 일은 아니었으므로, 황제가 랍비에게 무엇을 물으려 할 때에는 사람을 보내어 제3자를 통해 그의 의견을 물어야 했다.
어느날 황제는 랍비에게 사자를 통해 편지로 자기 생각을 물었다.
[나는 성취하고 싶은 것이 두가지 있는데, 첫째는 내가 죽은 뒤 내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스라엘의 태베리아스라는 도시를 자유 관세 도시로 만드는 것이오. 나는 이 가운데 하나밖에 성취할 자신이 없는데 이 두가지를 모두 이룰 수 있는 길은 없겠소?]
그 당시는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 일로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물음에 랍비가 대답을 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에게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을 자명한 일이었다. 그래서, 랍비는 황제의 물음에 대답을 보낼 수가 없었다.
사자가 돌아오자, 황제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래, 랍비가 보고 뭐라고 하였느냐?]
사자가 대답했다.
[랍비는 편지를 잃어 본 후, 자기의 아들을 무등을 태워 아들로 하여금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게 했습니다. 그 밖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황제는, 먼저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아들로 하여금 자유 관계 도시를 만들게 하면 된다는 랍비의 뜻을 알 수 있었다.
황제로부터 또 사자가 찾아왔다.
'나라의 신하들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라는 질문이었다.
랍비는 역시 아무 말도 않고 밭으로 나가 채소 한 포기를 뽑아 왔다.
잠시 후 다시 밭에 나가 한 포기를 뽑아 오고, 잠시 후에 또한 포기를 뽑아 오는 것이었다. 황제는 랍비가 말하려는 뜻을 알 수 있었다. 황제로부터 또 사자가 찾아왔다.
'나라의 신하들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라는 질문이었다.
랍비는 역시 아무 말도 않고 밭으로 나가 채소 한 포기를 뽑아 왔다. 잠시후에 다시 밭에 나가 한 포기를 뽑아 오고, 잠시 후에 또한 포기를 뽑아 오는 것이었다. 황제는 랍비가 말하려는 뜻을 알 수 있었다.
그 뜻은 이러하였다. 적들을 한번에 일망타진시키려하지 말고 몇 번에 나누어 한 사람 한 사람 제거하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의사는 이처럼 말이나 글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46. 암시장
어떤 현명한 재판관이 있었다. 어느날 시장 거리를 거닐던 그는 많은 장물들이 그 곳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도둑들에게 경종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어떤 시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족제비 한 마리에게 작은 고깃덩이 하나를 주었다. 그러자 족제비는 고깃덩이를 물고 곧 자기의 작은 굴로 물고 가 감추었다. 사람들은 족제비가 고깃덩이를 감춘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재판관은 족제비의 작은 굴을 막아 버린 다음, 이번에는 더 큰 고깃덩이를 족제비에게 주었다. 그러자 족제비는 고깃덩이를 문 채 재판관 앞으로 돌아왔다. 족제비는 자기가 갖고 있는 고깃덩이를 처치할 수 없자 그 고기를 주었던 사람에게 다시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족제비와 재판관의 이 일을 지켜본 사람들은 시장으로 달려가 자신들이 도둑맞은 물건들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시집가는 딸에게 현명한 어머니가
사랑하는 딸아, 네가 만일 남편을 왕처럼 받든다면, 너의 남편은 너를 여왕처럼 모실 것이다. 그러나 너의 행동거지가 마치 하녀같으면 너의 남편은 너를 하녀처럼 다룰 것이다. 만일 네가 너무 자존심을 내세워 남편에게 봉사하기를 꺼려 한다면, 남편은 힘으로 너를 하녀로 만들고 말 것이다.
네 남편이 자기 친구를 방문하게 될 때는 반드시 목욕을 하고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여 나가게 도와라, 그리고 남편의 친구가 집에 찾아 오거든, 갖은 정성을 다하여 극진히 대접하여라.그렇게 하면 남편은 너를 아주 소중하게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항상 가정을 위해 마음을 쓰고, 특히 남편의 소지품을 소중하게 다루어라.그리하면 남편은 네 머리 위에 왕관을 기쁜마음으로 바칠 것이다.
47. 열이란 숫자
내가 어떤 사람을 놓고 일부러 모함의 말을 하여 그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가정하자. 그런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지난번에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지나친 말을 하여, 본의 아니게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려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수는 있다. 그래도 상대편이 용서해 주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이런 경우를 당하면 유태인들은 '나는 며칠전에 어떤 사람에 대해서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여 그의 체면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그에게 사과하러 찾아갔으나 그는 나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잘못을 후회하고 있는데, 여러분은 나의 잘못을 용서해 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열 사람에게 물어서, 그 열 사람이 모두 용서해 준다고 하면 용서를 빌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10'이란 숫자가 나온 이유는 유태교의 예배당에서는 기도드릴 때 열명 이상의 사람이 있어야 기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아홉명 이하의 수는 개인이고, 열 명이 되어야 비로소 집단이 되는 것이다.
정치적 결단이 아닌 종교적인 결정도 역시 열 사람 이상이어야 한다. 결혼식에서도 공적인 결혼식은 열 사람 이상이 되지 않으면 거행하지 못한다. 그밖에 특별히 꺼리는 숫자는 달리 없다.
48. 사랑
솔로몬 왕에게는 매우 아름답고 현명한 딸이 하나 있었다. 왕은, 어느날 꿈을 꾸고 장래 딸의 신랑될 사람이 딸과는 어울리지 않는 못된 사람이란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왕은 신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딸을 작은 섬으로 옮기게 하여 별궁에 감금시켜 놓았다. 별궁의 주변에는 높은 담을 둘러치고 경비병까지 많이 배치해 놓고는 열쇠를 가지고 돌아왔다.
한편, 왕이 꿈속에서 보았던 녀석은 어느 황야에서 홀로 헤매고 있었다. 밤이 되자 몹시 추웠기 때문에, 그는 죽은 사자의 시체 속에 들어가 잠을 잤다. 그때 큰 새가 날아와서 사자의 털가죽과 함께 그 녀석을 물어올려, 공주가 숨겨져 있는 별궁 안에 떨어뜨렸다. 그래서, 그 녀석은 공주를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곧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먼 섬으로 데려가서 숨겨 놓았더라도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49. 비유태인
어떤 왕이 많은 양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양치기를 시켜 그 양들을 매일 방목하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양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생긴 동물 한 마리가 양떼속에 끼어들었다. 양치기는 왕에게 고했다.
[이상한 동물 한 마리가 양떼속에 끼어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자 왕은 '그 동물은 각별히 잘 보살펴 주어라.'하고 일렀다. 양치기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짖자, 왕이 말했다.
[내 양들은 처음부터 내 양으로 자랐으므로 별 걱정할 것이 없지만, 그 짐승은 지금까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을 텐데도 이렇게 내 양들과 똑같이 어울려 행동하고 있으니, 그 얼마나 기쁜 일이냐?]
유태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태인의 전통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래서, 유태의 전통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유태 문화를 이해하고 유태화한 경우에는, 원래 유태인보다 더 존경을 받게 된다.
[탈무드]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던 선한 사람이 구태어 그들을 유태화시키려고 애쓰지는 않는다고 적혀져 있다.
50. 꿈
어떤 사람이 이웃집 여인을 짝사랑하여 한번 성 관계를 갖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꿈에, 그는 드디어 그 여인과 성 관계를 맺는데 성공하였다.
[탈무드]에 의하면 그것은 좋은 조짐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꿈이란 간절한 소망의 한 표현이므로, 실제로 성 관계를 가졌다면 그런 꿈을 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그 만큼 자제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매우 좋은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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