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원미구 약대동은 새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이곳은 오래된 주택들이 한 단지를 이루고, 건너편에서는 주상 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6월 12일, 낡은 주택 건물들 사이에 있는 새롬교회(이원돈 목사)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날, 새롬교회 예배당에서 이원돈 목사가 쓴 <마을이 꿈을 꾸면 도시가 춤을 춘다>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 가정지원센터는 약대동의 혼자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도시락을 배달한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이원돈 목사는 출판 기념회에 찾아온 기자들에게 도서관, 가정지원센터, 어린이집을 소개했다. 그는 감정만 뜨겁고 한국사회를 감당하지 못하는 교회는 미래 사회를 이끌지 못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함께 부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의 품성뿐만 아니라 공적인 교회, 교인이 되어야 모든 사람이 믿는 보편적인 종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천 방안으로 새롬교회는 어린이집, 가정지원센터, 공부방, 도서관, 인문학 카페 등을 설립하고 지원한다. 그중 약대주민자치센터에 위치한 신나는가족도서관은 1만 2,000여 권의 책을 보유했으며, 독서 교실, 마을 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지 새롬교회의 사역 확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시작된 것들이다.
주민의 필요에 귀 기울여야
신나는가족도서관은 1989년 새롬교회 집사 두 명이 건전한 시민 의식과 기독교 문화의 확산을 위해 설립한 '약대글방'이 시작이었다. 부천시 최초로 주민자치센터 내에 생긴 마을 도서관이다. 현재 부천시에는 12개의 작은 도서관이 생겼고, 다른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도서관 하나 없던 약대동에서 새롬교회는 25년 동안 마을 주민과 함께 꿈을 꿨으며 춤을 췄다. 그들의 소망과 꿈이 실현된 현실은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보았다.
그 결실을 축하하기 위해 70여 명이 새롬교회로 모였다. 이근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 원장)는 최근 한국교회가 방황하는 시대 속에서 새롬교회가 안내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축사했다. 김종해 교수(푸른부천21실천협의회 회장)는 꿈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을 지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 |
||
▲ 출판 기념회에 모인 이들은 새롬교회가 작은 규모이지만 혼란스러운 한국교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길 바랐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
20여 년간 새롬교회에 출석한 김귀숙(지역선교위원회 위원장) 씨는 지나갔던 일이 책으로 발간되니 '주마등처럼 지난 일이 머릿속을 지나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성재(수요인문학카페 총무) 씨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예로 들며, 약대동 지역의 소시민들이 대안 경제, 사회적 기업을 토론하고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자고 했다.
마을에서 도시로 무대를 옮기자
행사 중간에 새롬교회의 역사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 줬다. 공부방을 이용하던 소녀는 가정을 꾸려, 식구들과 교회에 다니며 다섯 살에 처음 새롬교회에 온 아이는 고3 수험생이 되어 교회 행사를 도왔다. 교인들은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고 떠들며 지난 시간을 이야기했다. 새롬교회와 약대동 주민은 천천히 하나하나 그들의 손으로 만들고 일궈 냈으며, 다른 지역의 표본이 되었다. 모두 20여 년이 흐른 후의 이야기다.
새롬교회는 지난 25년 동안 약대동 주민의 이야기에 응답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공간으로 나가려 한다.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공간은 바로 도시. 우울증에 빠진 도시에 재기 발랄한 창의력을 갖고 공동체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 목사가 "도시에서 춤을 추게 되면, 그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고 싶습니다"고 말하자 교인들이 손뼉 치며 환호했다. 새롬교회가 도시에서 꿈꾸며 춤추는 모습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 |
||
▲ 약대동 주민자치센터 건물 3층에 위치한 도서관을 시작으로 부천시에는 12개의 작은 마을 도서관이 생겼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