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애
여자는 발끝부터 흥분한다?!
김윤진이 ‘로스트’와 ‘세븐 데이즈’로 유명해지기 전, 불륜 드라마의 대표 청년 이종원과 함께 촬영했던 영화가 한 편 있다. 당시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로 유명했던 변영주 감독은 첫 번째 극영화로 ‘밀애’를 선택했고, 여성 중심의 섹스를 스크린에 묘사하고자 했다. 바람피우는 남편과 화해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 미흔(김윤진)은 의사생활을 하며 ‘쿨’하게 여자들과 관계를 맺는 인규(이종원)와 만나게 된다. 마치 게임처럼 시작됐던 불륜 관계가 사랑으로 번지면서 비극이 된다는 것이 영화의 시놉시스.
전라 노출을 위해 이종원은 10kg을 감량했고, 신인에 가까웠던 김윤진 또한 과감하게 옷을 벗었다. 영화 속에서 여자들을 꾀는 데 전문가인 인규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 또한 꿰뚫고 있다. 그들이 주로 만나는 숲속의 집은 그야말로 여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풀밭에서 뒹구는 동물적인 섹스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변영주 감독이 보여주는 ‘여성적인 섹스’의 주요 골자는 ‘무조건 삽입’이 아닌 ‘전희와 애무’에 있다.
들이대는 것밖에 모르는 한국 남자들은 여성의 발부터 열심히 애무를 시작하는 인규의 자세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기초공사가 탄탄해야 건물이 잘 올라가는 법 아니겠는가. 여성의 정신을 현실에서 괴리시키는 애무를 거쳐야 비로소 현실을 넘는 오르가슴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남자들이여, 여자의 성감대 체크에 시간을 할애할지어다.
언페이스풀
예상치 못한 과감한 체위의 연속
남편, 아들과 함께 뉴욕 교외에서 살고 있는 코니(다이안 레인)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사는 중년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늙어가고 있던 차에, 정말 공교롭게도, 마텔(올리비에 마르티네즈)이라는 로맨티스트 청년과 눈이 딱 맞고 만다.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갑작스런 욕망을 꾹 참아보려고 했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생각대로 되던가. 하물며 남편이 ‘리처드 기어’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청년 또한 매력적인 연상의 중년 아줌마 코니에게 빠져들면서 운명적으로 불륜이 시작된다. 언제나 말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미모의 연상녀는 미모의 연하남의 탄탄한 구릿빛 몸으로부터 점점 빠져 나오기가 힘들어지고, 진득한 애무로 점철된 환희의 낮과 밤이 이어진다. 엄청난 체위의 스펙터클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에로틱한 분위기 하나만으로 ‘언페이스풀’은 중년 아줌마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영화다.
여기서 ‘불륜’은 이미 속세를 떠난 아줌마의 숨겨져 있던 ‘열정’의 발로라고나 할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나타난 젊은 남자가 ‘여성’으로 자신을 호명해준 것이다. 그래서 ‘언페이스풀’의 섹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나도 한때 저렇게 열심히 섹스를 했었지’라는 20대 섹스의 노스탤지어가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좀 더 즐거운 삶을 위해 가정과 불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라는 교훈은 아니다. 이제는 콩깍지가 다 벗겨져서 남편의 배만 봐도 성욕이 감퇴하겠지만, 열정을 잃지 않는 섹스는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열정이 없는 섹스만큼 인간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생활의 발견
섹스의 만족도 측정기 ‘리액션의 발견’
남자들이 섹스를 하면서 여자들에게 가장 많이 원하는 것은 ‘리액션’이다. 대개 남자들은 ‘아아아~’라는 신음소리의 강도로 자신의 능력치를 판단한다. 그런데 ‘생활의 발견’의 ‘섹스쟁이’들은 그런 리액션 측면에서 확실히 남다르다.
영화의 배경은 순결한(?) 여행의 도시 춘천. 연극배우 경수(김상경)는 자신의 팬이라는 명숙(예지원)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술 먹다가 “우리 심심한데 키스나 할까요?”라며 저돌적으로 접근했던 여자는 섹스도 적극적으로 한다. 그녀는 섹스를 하는 중에도 항상 남자의 반응을 살펴보며 “돌려 드릴까요?”라는 등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다. “좋다”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섹스를 통해 열심히 소통하려는 명숙의 노력은 실로 감동적이다. 이 상황은 경수가 기차에서 만난 선영(추상미)을 보고 한눈에 반하면서 이상하게 흘러간다. 명숙의 적극적인 ‘섹스 센스’를 경수가 선영에게 그대로 써먹는 것. 이 커플들에게 중요한 건 무리한 체위보다 소박한 만족이다. 서로 만족하기 위해 세부사항들을 계속 체크한다.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조용한 섹스를 즐긴다면 리액션은 귀찮기만 하다. 그러나 섹스도 소통임을 감안한다면 긍정적인 리액션 몇 마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남의 섹스를 목격한 적은 없지만 한국 커플들의 섹스 라이프의 문제점 중 하나는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입 밖으로 꺼내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100% 만족스러운 섹스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요컨대, 영화는 결국 영화일 뿐이다. 현실이 아니라 가상의 이야기와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 ‘색, 계’의 관객들 중 굉장히 육감적이고 모처럼 자연스럽게 연출된 섹스 신을 흉내내다가 낭패를 본 사람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양조위와 탕웨이의 고난이도 체위에 도전했다가 허리 이상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것. 실제 배우들은 섹스를 한 것이 아니라 섹스를 하는 척 연기를 하는 것이므로 영화 장면 그대로 무리하게 재현하려다가는 부상과 함께 실망감만 잔뜩 안을 수 있다. 영화 속 체위를 똑같이 따라하려는 과욕을 부리기보다 주인공들처럼 서로의 감정에 몰입하고 상대방의 반응과 신호에 충실한 태도만 본받아도 부부 관계에 신선한 활력이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 여성조선
글 홍수경(무비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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