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알지 신화는 천손강림형 신화로서 왕조신화이며 시조신화에 속한다. 그리고 난생신화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김알지가 태어난 시림은 다른 말로 계림, 구림 등으로 불리었는데, 한때 신라의 국호로도 쓰였다. 이는 성림(聖林)을 뜻한다. 성림에는 신전도 없고 제구도 없지만 신이 살기 때문에 주위 전부가 신령스러운 외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당시 수목숭배사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신라 왕조의 김씨들은 모두 김알지의 후손들이다."
탈해왕 9년 봄이었다.
호공은 대궐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보고 자기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호공이 집으로 돌아가려면 반월성 너머 서쪽 마을을 지나가야 했다. 그 마을 옆에는 시림(始林)이라고 하는 숲이 있는데 나무가 어찌나 우거졌는지 대낮에도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호공은 밤늦게 이곳을 지날 때면 으레 하인을 데리고 다녔다.
이 날도 호공은 조금쯤 긴장한 채 시림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 숲속은 조용하지만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무엇인가 속삭이고 있는 것 같았다. 호공은 조금 전에 대궐에서 하던 일을 생각했다. 그 때였다. 죽은 듯이 조용하던 시림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꼬끼오, 꼭, 꼭, 꼬..."
호공이 깜짝 놀라 시림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 조금 전에 무슨 소리 듣지 못했느냐?"
호공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뒤에 따라오는 하인에게 물었다. 하인은 자기도 들었노라고 하며 시림 쪽으로 다시 귀를 기울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시림에서 닭이 울다니 그곳에는 늘 신비한 구름과 안개가 서리어 있어서 서라벌 사람들은 상서로운 곳으로 여기고 함부로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범상한 일이 아니었다.
호공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닭 울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힘차고 우렁차서 단번에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 호공은 닭이 우는 쪽을 바라보다가 그만 걸음을 멈추었다.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만큼 시커멓던 서림이 온통 환한 광명으로 차있고, 숲 위에는 자주빛 구름이 하늘에서 숲속으로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저건, 아무래도 시림에서 무엇인가 상서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하구나.'
이렇게 생각한 호공은 하인을 데리고 자주빛 구름이 길게 뻗쳐 내린 숲속으로 달려갔다.
"아아!"
호공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숲속에 드리워진 그 구름 속에는 황금빛깔로 된 궤 하나가 나뭇가지에 걸려 눈부시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 숲속을 환하게 밝히던 그 광명은 바로 그 황금빛깔의 궤에서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궤가 걸려 있는 나무 아래에서 하얀 닭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우는 것이었다.
"아, 저것은 분명 하늘의 닭이 아닌가. 그렇다면 저 황금 빛깔의 궤에는 틀림없이 귀한 것이 들어 있을 것이다."
호공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호공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대궐로 들어갔다. 아무리 밤이 이슥해졌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임금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탈해왕은 마침 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다. 탈해왕은 호공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호공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도 조금 전에 닭우는 소리를 들었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탈해왕은 호공을 따라 시림으로 거동을 했다.
탈해왕은 숲속으로 길게 뻗쳐있는 자주빛 구름을 보고 나라에 경사가 난 것을 단번에 알았다. 그는 얼마나 기뻤는지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탈해왕은 궤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흰 닭은 다시 한번 목을 길게 빼고 운 다음 하늘로 날아갔다.
탈해왕은 흰닭이 날아가는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흰닭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입을 열었다.
"호공은 조심스럽게 저 궤를 내리도록 하시오."
호공은 하인을 시켜 조심스럽게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궤를 내리도록 하였다. 탈해왕은 손수 궤를 열었다. 그랬더니 궤 속에서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금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궤 안에는 잘 생긴 사내아이가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너무나 빼어나게 잘 생기고 씩씩해 보였다.
탈해왕은 그 아이를 두 팔로 보듬어 안았다. 그리고는 펄쩍 펄쩍 뛰면서 둥구둥구를 했다. 그러다가 탈해왕은 호공을 바라보고는,
"이건, 아무래도 하늘이 나에게 아들을 내린 것 같소."
하고 말했다. 사실 탈해왕에게는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그러하옵니다, 마마."
호공이 이렇게 말하자 탈해왕은 더욱 기뻐하였다.
그리고 이번 일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옛 일과 비슷하므로 박혁거세가 세상에 나타나 처음으로 스스로를 가리켜 말한 <알지거서간(閼智居西干:한번 일어나다)>이란 말에서 '알지'를 따내어 아이의 이름으로 하였다. 알지란 곧 우리나라 말에서 '아기'를 뜻하는 말이다. 알지의 성은 금궤에서 나왔다고 하여 김(金)이라고 하였는데 그의 자손이 바로 오늘날의 경주 김씨들이다. 그리고 금궤가 나온 시림은 숲과 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서 계림(鷄林)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탈해왕은 알지를 안고 대궐로 향하였다. 그러자 탈해왕의 뒤에는 새와 짐승들이 따라오면서 날고 뛰며 기뻐서 야단들이었다. 탈해왕은 알지를 정성스럽게 길렀다. 알지는 점점 자라면서 총명하고 지혜로와 탈해왕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탈해왕은 마침내 좋은 날을 골라서 알지를 태자로 세우고 장차 왕위를 물려주려 하였다.
그러나 알지는 뒷날 왕위를 유리왕의 둘째 아들 파사에게 사양하고 왕이 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그는 도량이 넓었다. 알지는 그 뒤 대보의 벼슬에 올라 다만 왕을 도왔을 뿐이다.
그 뒤, 알지의 7대 후손인 미추에 이르러 김씨가 왕위에 올랐는데 그로부터 신라는 박(朴), 석(昔), 김(金) 세 성이 임금을 번갈아 하였는데, 그 중에서 알지의 후손으로 왕위에 오른 이는 무려 30 여명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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