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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만두를 먹는 진짜 이유

지식창고지기 2009. 7. 7. 08:33

중국인이 만두를 먹는 진짜 이유

 

 

중국인들에게 있어 만두란 서민들이 가장 값싸게 사먹을 수 있는 친근한 음식이다. 이 만두는 딤섬(点心)의 하나로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싱가폴 등 동남아의 흔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는 만두를 찐만두 군만두 왕만두 등의 분류 외에는 만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칭하지만 만두의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모양에 따라서 이름이 각각 다르다. 중국 북부 지방의 주식으로 소를 넣지 않은 찐빵을 '만토우(饅頭, 만두)'라 하며, 한국에서 찐빵이나 왕만두라고 부르는 두툼하고 둥근 모양의 만두를 '빠오즈(包子)', 얇은 피에 돼지고기 양파 후추 등을 넣어 진 만두를 '사오마이(燒麥)', 속은 아주 적게 들어가고 피를 위주로 우리나라 수제비국 같은 만둣국인 '훈뚠', 반달모양으로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키지 않은 피에다가 다진 소를 집어넣어 주로 반달모양으로 빚어낸 만두인 '자오쯔(餃子)'가 있다.


빠오즈의 종류만 해도 단팥이 든 것은 더우사빠오(豆沙包), 채소를 넣은 것은 쑤차이빠오(素菜包), 구운 돼지고기를 넣은 것은 차사오빠오(叉燒包) 등 돼지고기나 구운 돼지고기, 새우, 게살, 팥, 파, 죽순, 표고버섯 등을 소로 넣는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져 만두 이름만도 100종이 넘는다.

한국에서 만두로 일컬어지는 것은 중국의 '자오쯔(餃子)'에 가장 가까운데, 이 자오쯔는 당나라의 수도 시안(西安)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다. 설 전날 밤 자시(子時)까지 잠을 자지 않는 풍습을 지닌 중국인들은 '자오쯔(交子 : 묵은 자시를 보내고 새로운 자시를 건네 받는다'와 발음이 같은 '자오쯔(餃子)'를 대표적인 설날 음식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새해 첫날 ‘자오쯔(交子)’와 발음이 같은 자오쯔(餃子)를 먹으면서 옛것과 새해가 교체되는 의미를 부여했다.


설날 아침 자오쯔를 먹으면서 "껑쑤이자오쯔(更歲交子)"라고 말한다. 여기서 '껑(更)'은 '바뀌다', '쑤이(歲)'는 '나이'를 뜻하는 것이므로 "껑쑤이자오쯔"란 "자오쯔를 먹어야 한살 더 먹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는 한국에서 동짓날 팥죽을 끓여 먹으면서 새알을 먹어야 비로소 진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풍속과 같다.

평소에도 만두를 즐겨먹는 중국인들이 특히 설날에 자오쯔(餃子·만두)를 찾아먹는 이유는 행운을 비는데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인은 만두 속에 들어가는 재료들에도 하나 하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만두 속에는 여러 재료가 들어가지만 두부와 배추는 필수적인 재료이다. 평화와 안전을 상징하는 '일청이백(一淸二白)'이라는 속담과 같은 발음이 나도록 배추 위의 파란 부분, 배추 아래쪽의 흰색부분을 두부와 함께 먹으면서 일년 내내 무사고를 기원한다.

또 자오쯔는 금전운을 상징하고 있다. 자오쯔가 청나라 때의 말굽 모양 은화와 비슷해 중국인들은 설날에 자오쯔를 먹으면서 금전운이 따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이 말굽 모양의 은화인 말굽은(혹은 마제은馬蹄銀)은 원나라 말기부터 출현되어 큰 거래나 저축용으로 주조된 은괴이다. 말굽은은 1882년 우리나라의 최초의 은화인 대동은전의 원료로 쓰여졌으며, 그 이듬해 6월 대동은전의 주조가 정지될 때의 사유도 대동은전의 해외유출과 원료인 말굽은의 품귀현상 때문이었으니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중국에서는 설날이면 자오쯔 속에 맛있는 소와 함께 동전을 몰래 넣는 풍습이 있다. 만두 속에 동전을 집어넣어 돈을 많이 벌라고 기원을 하는데, 자오쯔를 먹을 때 동전을 씹는 사람이 그 해 돈을 많이 번다고 한다. 그래서 자오쯔를 먹을 때 동전을 씹는 사람이 나오면 함께 기뻐하며 축하의 덕담을 건네고 있다.


자오쯔 만두 속에는 사탕, 대추, 땅콩, 찹쌀떡, 국수를 넣기도 한다. 사탕을 넣는 것은 사탕처럼 달콤하게 알콩달콩 살라는, 대추를 넣는 것은 자식을 낳으라는, 땅콩을 넣는 것은 득남하라는, 찹쌀떡을 넣는 것은 승진과 발음이 같은 떡을 통해 승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두 속에 국수를 넣거나 만두와 국수를 같이 삶아 먹는 것은 국수가 의미하는 장수를 기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북쪽 지방 사람들은 주로 물만두를 먹는다면 남방 사람들은 '탕왠(湯圓 : 알심이를 넣은 탕)'이나 '낸고(年 , 설떡)'를 먹는다. 설떡인 '낸고'의 발음은 낸낸고(年年高)와 같아서 새해의 발전을 기원하고, 한 해가 길하게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인들이 탕원, 낸고, 자오쯔 등을 먹는 이유는 바로 일년 내내 행운이 있도록 빌기 위해서 먹는 음식인 셈이다.

중국인들은 자오쯔 속을 넣은 후 만두피를 서로 맞붙이는 것은 입을 막는다는 의미로 모든 나쁜 일을 미리 없앤다는 뜻을 담고있다고 여겼다. 보름달처럼 둥근 모양의 자오쯔를 통해서는 다민족 국가인 중국인의 단결과 화합을, 옛날 돈 모양을 닮은 반달모양의 자오쯔를 통해서는 중국의 경제발전을 꿈꾸는 중국인의 의지를 드러낸다. 만두 하나에도 깊은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인들은 만두를 먹으면서 송구영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한국에 만두가 전해진 것은 고려시대로 만두보다는 찐빵에 가까운 '상화(霜花,床花)'라는 음식이다. 『고려사』에 상화의 기록이 보이는데, 1643년에 발행된 『영접도감의 궤』에는 중국에서 온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특별히 만두를 빚어 대접했다는 '만두'라는 이름을 사용한 첫 기록이 나타난다. 또 유명한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에 보면 '만두 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회회 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는 대목이 나온다. 바로 쌍화는 만두를 뜻하며, 쌍화점은 만두가게를 뜻하는 것이다. 만두가 고려시대에 일반적 음식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한국에서의 만두는 일상 음식이라기보다는 정초에 먹는 세시음식으로 잔치에 고기를 넣어먹는 고기만두가 그 대표적으로 북쪽지방의 평양과 개성에서 즐겨 먹었다.

속담에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만두는 껍질이 얇고 맛난 소가 푸짐하게 들어가야 맛있는 만두로 대접받았다. 만두의 이름 또한 들어가는 소에 따라 생치만두, 골만두, 생복만두, 진계만두, 생합만두, 전복만두, 꿩만두 등으로, 요리방법에 따라 찐만두·군만두 ·물만두 ·만두국으로, 모양에 따라 해삼처럼 주름을 잡아서 만든 미만두, 숟가락 모양의 병시, 석류를 닮은 석류탕, 귀를 닮은 귀만두, 둥근 모양의 둥근만두 등으로 불렀다. 한국의 만두 중에서는 잔치 때 주로 등장하는 대만두가 특이하다. 호두알처럼 작은 만두를 큰 피 속에 잔뜩 집어넣은 대만두(大饅頭)가 그것이다. 이 대만두를 잘라 작은 만두를 하나씩 꺼내 먹는 것은 예전 한국의 잔칫집이나 명절날 보던 이색 풍경이었다.

 

글:정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