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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 만언사 (萬言詞)-안조환

지식창고지기 2009. 7. 12. 11:18

만언사 (萬言詞)

 


안조환

유배 가사의 하나로, 조선 정조 때 대전별감이던 안조환이 지은 가사로 <사고향(思故鄕)>이라고도 한다.
작자가 주색에 빠져서 국고금을 축낸 죄로 34세 때 추자도에 귀양가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지은 죄를 눈물로 회개하는 내용을 애절하게 읊었다. 이것이 임금에게 알려져 유배에서 풀려났다는 일화도 있다.
조위의 <만분가>, 김진형의 <북천가> 등과 아울러 유배문학에 속하는 가사이나, 다른 가사와는 달리 자신의 체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표백하여 놓은 사실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재평가된다. 전편 2,916구, 속편 594구로 된 장편가사로, 3종의 필사본이 전하는데, 모두 한글로 쓰여졌다.
만언사는 주가사와 만언답사, 사부모, 사처, 사자, 사백부로 구성되어 있다.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총 3,500여구에 달한다. 음수율은 3·4조와 4·4조가 주조를 이루며, 2·4조와 2·3조등도 보인다. 11세에 어머니 상을 당하고, 10여년간 외가에 의탁하였다가 후에 계모를 맞아 효행을 다하였던 일과 혼인하여 여유있는 생활을 누리면서 행락에 빠지기도 하였던 일을 노래하였다. 이어서 벼슬하여 부귀가 번화하다가 유배형을 받게 된 일과, 유배길에 강두에서 부모친척과 이별하고 경기도, 충청도를 거쳐 다시 전라도의 여주, 익산, 전주, 정읍, 나주, 영암을 거치면서 유배지인 추자도에 이르는 노정과 그 노정에서 느낀 바를 표현하였다. 다음에는 유배지의 물과 더위로 인한 고초와 보리밥과 소금과 장으로 연명하는 굶주림 등을 묘사하였다.
김진형이 지은 장편 유배 가사인 <북천가>와 더불어 쌍벽을 이룬다.

● <만언사> 정리
* 작가 : 안조환
* 갈래 : 유배가사, 전편 2,916구, 속편 594구로 된 장편가사
* 구성 : 만언사라는 주가사와 만언답사, 사부모, 사처, 사자, 사백부로 구성
* 주제 :
귀양가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지은 죄를 눈물로 회개
* 의의 : 김진형이 지은 장편 유배 가사인 <북천가>와 더불어 쌍벽
 
● <만언사> 본문 읽어보기

 

어와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보소 / 인생 천지간에 그 아니 느껴온가
평생을 다 살아도 다만지 백년이라 / 하물며 백년이 반듯기 어려우니
백구지과극이요 창해지일속이라  / 역려 건곤에 지나가는 손이로다
빌어온 인생이 꿈의 몸 가지고서 / 남아의 하올 일을 역력히 다 하여도
풀 끝에 이슬이라 오히려 덧없거든 / 어와 내 일이야 광음을 헤어보니
반생이 채 못되어 六六에 둘이 없네 / 이왕 일 생각하고 즉금 일 헤아리니
번복도 측량없다 승침도 하도할사 / 남대되 그러한가 내 홀로 이러한가
아무리 내 일이라 내 역시 내 몰라라 / 장우단탄 절로 나니 도중상감 뿐이로다

부모생아 하오실 제 제 죽은 나를 나으시니 / 부귀공명 하려던지 절도고생 하려던지
천명이 기압던지 선방으로 서험한지 / 일주야 죽은 아해 홀연히 살아나네
평생길흉 점복할 제 수부강녕 가졌으니 / 귀양 갈 적 있었으며 이별순들 있었으랴
빛난 채의 몸이러니 노래자를 효측하여 / 부모앞에 어린 체로 시름 없이 자라더니
어와 기박하다 나의 명도 기박하다 / 십일세에 자모상에 호곡애통 혼절하니
그때나 죽었더면 이때 고생 아니 보리 / 한번 세상 두번 살아 인간행락 하려던지
종천지통 슬픈 눈물 매봉가절 몇 번인고 / 십년양육 외가은공 호의호식 그렸으랴
잊은 일도 많다마는 봉공무하 함이로다 / 어진 자당 들어오셔 임사지덕 가지시니
맹모의 삼천지교 일마다 법이로다

증모의 투저함은 날 믿어 아니시리 / 설리에 읍죽함은 지성이 감천이요
백이의 부마함은 효자의 할 바로다 / 입신하여 양명함은 문호의 광채로다
행세의 으뜸 일이 글 밖에 또 있난가 / 동사고문 사서삼경 당음장편 송명사를
세세히 숙독하고 자자이 외웠으니 / 읽기도 하려니와 짓긴들 아니하랴
삼월춘풍 화류시와 구추황국 단풍절에 / 소인묵객 벗이되어 음풍영월 일삼을 제
당시의 조격이요 송명시의 재치로다 / 문여필이 한가지라 어느 것이 다를손가
짓기도 하려니와 쓰긴들 아니하랴 / 번화감제 부벽서와 사치공자 병풍서를
왕우군의 보체런가 조맹부의 축체런가

여러가지 잘하기로 일시재동 일컫더니 / 오매구지 요조숙녀 전전반측 생각하니
동방화촉 늦어간다 이십년에 유실이라 / 유폐정정 법을 받아 삼종지의 알았으니
내조에 어진 처는 성가할 징조로다 / 유인유덕 우리 백부 구세동거 효측하여
일가지내 한데 있어 감고우락 같이 하니 / 의식분별 뉘 아던가 세간구처 내 몰래라
입신양명 길을 찾아 권문귀댁 어디어디 / 장군문하 막빈인가 승상부중 기실인가
천금준마 환소첩은 소년 놀이 더욱 좋다 / 자극맥상 번화성은 나도 잠간 하오리다
이전 마음 전혀 잊고 호심광홍 절로 난다 / 백마왕손 귀한 벗과 유협경박 다 따른다
무릉장대 천진교도 명승지라 알려지다

삼청운대 광통굔들 놀이처가 아니런가 / 화조월석 빈 날 없이 주사청루 거닐 적에
만준향료 진취하고 절대가인 침닉하여 / 취대라군 고운 태도 청가묘무 회롱할 제
풍류호사 괴 뉘신고 주중선군 부러하랴 / 만사무심 잊었더니 일조홀연 양심 나네
소년놀이 그만하자 부모근심 깊으시다 / 맥상번화 자랑마라 구리화도 늦어간다
옛마음 다시 나서 하던 공부 고쳐하여 / 밤을 새워 낮을 이어 일시불철 하난고야
부모봉양 하려던지 내 몸 위한 일이런지 / 수삼년을 각고하니 무식지인 면하거다

어와 바랐으랴 꿈결에나 바랐으랴 / 어악원에 들어가서 금문옥계 문을 열어
디미니 천하온 몸이 천문근처 바랐으리 / 금의를 몸에 감고 옥식을 베고 있어
부귀에 싸였으며 번화에 잠겼세라 / 일진 겸대 삼사처는 궁임뿐이 아니로다
복과재생이라 소심봉공 잘못하여 / 삭관퇴거 하온 후에 칠일옥중 지내오니
곱던 의복 무색하고 좋은 음식 맛이 없네 / 망극천은 가이 없어 희극환비 눈물 난다
어와 과분하다 천은도 과분하다 / 궁임겸대 망극천은 생각사록 과분하다
번화부귀 고쳐하고 금의 옥식 다시하여 / 장안 도상 넓은 길로 비마경구 다닐 적에
소비친척 강위친은 예로부터 일렀나니 / 여기 가도 손을 잡고 저기 가도 반겨하니
입신도 되다하고 양명도 하다하리 / 만사여의 하였으니 막비천은 모를소냐
충칙진명 알았으니 쇄신보국 하려던지 / 졸부귀가 불상이라 곤마복중 되겠고야
극성즉필패하고 흥진즉비래니라 / 다 오르면 나려오고 가들하면 넘치나니
호사가 다마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 인간작죄 많이 하여 화전중화 되었는지
청천백일 맑은 날에 뇌성벽력 급히치니 / 삼혼칠백 날아나서 천지인사 아올소냐
여불승의 약한 몸에 이십오근 칼을 쓰고 / 수쇄족쇄 하온 후에 사옥 중에 드단말가
나의 죄를 헤아리니 여산여해 하겠고야 / 아깝다 내 일이야 애닯다 내 일이야
평생일심 원하기를 충효겸전 하잤더니 / 한 번 일을 그릇하고 불충불효 다 되겠다
회서자이 막급이라 뉘우친들 무상하리 / 등잔불 치는 나비 저 죽을 줄 알았으면
어디서 식록지신이 죄 짓자 하랴마는 / 대액이 당전하니 눈조차 어둡고나
마른 섶을 등에 지고 열화에 듐이로다 / 재가 된들 뉘 탓이리 살 가망 없다마는
일명을 꾸이오셔 해도에 보내시니 / 어와 성은이야 가지록 망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