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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

지식창고지기 2009. 7. 12. 14:51


1. 민요란 무엇인가?
  민요는 예로부터 인간들이 모여사는 민족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그 사이에서 불려 내려온 소박한 노래를 가리킨다. 민요는 그들의 생활풍습, 언어, 사상, 감정 등에서 우러나오는 고유한 가락(지역적 토리)에 민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사설)가 얹혀진 것이므로 작곡자나 작사자가 따로 없다. 즉, 자연발생적으로 불려진다는 것이 민요의 첫째 특징이다.
  왕실의 제악(祭樂)이나 연악(宴樂) 등은 유유자적하고 느릿느릿하게 이어지고 감정이 억제되어 있으나, 일반 대중들이 즐겨 부르던 민요들은 대개 빠르며 생동감 있는 장단에 맞춰, 흥겹고 구성지거나 구슬픈 감정을 드러내어 부른다.
  일반 대중들은 놀이판 등지에서 소리꾼의 소리를 즐겨 들었으며, 대부분은 서민들이 즐겨 부르던 민요였기에 서로 감정이 맞아, 판이 벌어질 때마다 추임새로 흥겹게 호응하였다 한다. 이러한 민요들을 풍요(諷謠) 또는 속가(俗歌)라고도 불렀다.
  민요는 인류가 가졌던 최초의 음악 형태였으며, 문학의 토대였고, 사회생활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표현양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기에 일반 시가와는 달리 그 토속적 선율과 함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 발생 또한 자연의 관찰과 생활감정에서 온 것이다.

2. 민요의 형식과 분류  
  일반 대중들은 스스로 민요 부르기를 즐겨하였다. 북이나 장고에 맞춰 서로 돌아가며 앞노래(선창)를 멕이고, 뒷소리(후렴)를 합창으로 받아 넘긴다. 소리가 빨라지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더욱 흥겹게 불렀던 것이다.
  이러한 민요들은 기원의 노래, 축하의 노래, 유희의 노래, 노동의 노래(농요·어업요)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대개는 멕이고 받는 유절 형식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불려지는 민요는 불리는 장소와 전파 정도, 그 가사나 음악의 세련 정도에 따라 토속민요와 통속민요로 나뉘게 되는데, 각 지방 주민들만의 생활풍습과 감정이 잘 깃들어 있는 사설의 내용을 담은 민요를 토속민요라 하고, 전문 소리꾼들이 많이 부르기 시작하다가 대중들에게 호응을 받아 많이 알려진 민요를 통속민요라 한다. 또한 지방에 따라 경기민요, 서도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제주민요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토속민요는 사설이나 가락이 극히 소박하고 향토적인 특징이 있고 지역적인 차이가 심하여 산을 하나 넘거나 내를 하나 건너도 가락이 달라지기도 한다. 대개 노동요(노동요), 부녀요(부녀요), 동요(동요) 등이 있고, 생업에 연관되어 있다. 대개 모 찌는 소리, 모내기, 김매기, 방아찧는 소리, 널뛰기, 상여소리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통속민요는 원래는 토속민요였던 것이 직업적인 소리꾼들에 의해서 음악적으로 세련되고 여러 지방에 전파되어 널리 알려진 민요이다. 경기도의 노래가락, 태평가, 충청도의 닐리리야, 천안삼거리, 평안도의 수심가, 함경도의 어랑타령, 강원도의 한오백년, 전라도의 육자배기, 진도아리랑, 경상도의 보리타작노래 등이 그 예이다.

  ● 각 도의 민요곡

경기도

노래가락, 아리랑, 창부타령, 도라지타령, 경복궁타령, 방아타령, 한강수타령, 오봉산타령, 양산도, 군밤타령, 이별가, 노들강변, 태평가, 는실타령, 건드렁타령, 양류가, 박연폭포, 탑돌이 등

황해도

산염불, 잦은염불, 긴난봉가, 잦은난봉가, 병신난봉가, 몽금포타령, 해주아리랑 등

평안도

긴아리, 잦은아리, 수심가, 엮음수심가 등

함경도

어랑타령, 궁초댕기, 애원성 등

강원도

한오백년, 강원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등

충청도

흥타령(천안삼거리), 둥타령, 총각타령 등

경상도

담바귀타령, 밀양아리랑, 쾌지나칭칭, 울산아가씨, 개타령, 보리타작 등

전라도

육자배기, 흥타령, 농부가, 진도아라랑, 남원산성, 까투리타령, 물레타령, 개구리타령, 보렴, 화초사거리, 방아타령 등

제주도

오돌또기, 이야옹타령 등

3. 민요의 장단 및 특성
  이러한 민요들은 3분박이 넷으로 이루어진 굿거리, 혹은 중머리(보통12박) 또는 잦은 12박의 타령이 있으며, 좀 빠른 3분박 셋이 모인 9박의 세마치 장단, 그 밖에 느린 6박의 진야조 장단 등이 있고, 불규칙하여 장단이 없는 민요도 있다. 느린 장단의 민요는 애원하고 슬픈 느낌을 주며, 빠른 장단의 민요는 흥겹고 구성지다.
  민요의 선율 즉 고유한 가락을 지역적 '토리'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 지방민의 고유풍습과 언어, 사상, 감정에서 비롯되어져 생겨난다. 즉, 판소리의 조(調)와 같은 것으로 선율의 꾸밈새·만듦새를 뜻한다.
  경기민요는 경기도 일원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를 가리키는데, 이 지역은 예로부터 모든 문물이 교류되는 중심지 역할을 해 왔으므로 농업을 배경으로 하는 사설은 별로 없고 서정적인 사설로 되어 있다. 음악적으로 구성미가 있고, 명쾌하며, 대체로 온화하고, 유연한 표현이 눈에 띈다. 세마치나 굿거리 장단으로 빠르게 노래하기 때문에 흥겹고 경쾌하게 들리며 대체로 선소리(立唱, 서서 부르는 소리)에 속하는 민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도민요는 한반도의 서북지방 즉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는 민요를 말한다. 특징적인 창법으로 애수를 곁들인 굴림목의 감상적 장탄조가 많다. 즉, 콧소리로 얇게 떠는 소리, 큰소리로 길게 쭉 뽑다가 갑자기 속소리로 콧소리를 섞어서 가만히 떠는 소리 등이 특징적이다.
  평안도 민요는 수심가가 대표적인데, 대개 사설이 길고 합창으로 된 '받는 소리'가 없으며 일정한 장단이 없어 사설에 맞추어 적당히 치는 것이 특징이다.
  황해도의 민요는 산염불과 긴난봉가가 대표곡인데, 장단은 중머리나 굿거리로 짜여져 있고, 규칙적으로 멕이고 받는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복잡한 경과음이 없기 때문에 간결하며 한스럽지 않고 밝고 서정적이다.
  남도민요는 전라도 지방의 민요를 가리키며 굴곡과 억양의 폭이 격심한 넋두리조의 가락이 많다.
  남도지방은 산조·시나위 등의 발생지이기도 하며, 이런 음악들은 곧 남도민요를 바탕으로 하여 예술화되고 세련되어졌다. 그러므로 남도민요는 민속악의 모태로 여겨지고 있고, 판소리를 하는 여성 대부분은 남도민요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
  남도민요의 대표적인 노래는 육자배기인데 이는 곧 산타령이라 하여 예로부터 지게 목발을 두드리며 부르던 것이 육자배기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남도 특유의 꺾는 목과 평으로 내는 목, 떠는 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고 있다.
  종래에는 경기민요·서도민요·남도민요 등으로 분류되어 왔던 함경도·강원도·경상도를 포함한 태백산맥 동쪽의 관동지방 민요를 최근에는 동부지방 민요로 분류하고 있다.
  강원도 지방의 민요는  중모리와 엇모리 등 규칙적인 장단도 쓰이지만 일정한 장단이 없는 민요곡도 있다.
  경상도 지방의 민요는 빠른 장단이 많이 쓰인다. 세마치, 중머리, 단모리 등의 장단이 주로 이용된다.
  함경도 민요는 음악적 특징이 비슷하여 볶는타령, 잦은굿거리 등이 쓰인다. 곡의 특징은 문장 끝맺음을 비성음으로 지속시키며, 끝마무리를 요성으로 처리한다.

4. 민요의 흥과 멋
  이러한 민요들은 문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국민의 언어라 표현할 수 있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마땅히 국민의 노래라 할 수 있겠다. 즉, 민족 정서의 희로애락에 대한 자연발생적인 표현이요, 한 시대의 영상적인 반영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민요의 음악적인 멋을 표현하는 말로 '멋지게 넘어가는 가락'을 가리켜서 (시김새)라는 말을 쓴다. 이런 멋스러움은 가사의 억양이 가락에 어울리고 장단이 맞는, 즉 민요의 문학적인 측면과 음악적인 면이 조화를 잘 이루는 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통속민요가 지니고 있는 멋은 시원스러우면서도 거드럭거리고, 그러면서도 구성진 느낌을 주는 데 있다. 이런 멋은 우리의 삶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우리 민족의 자연스러운 신명이 아닌가 싶다.
  우리 나라의 민요는 이처럼 각 지역마다 다채로운 특색을 갖추어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까지 지속되어 내려오는 우리 민족사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민요는 우리 선조들의 생활 속의 언어요, 지혜요, 정신이요, 문화이다. 우리는 귀중한 문화자산인 민요들을 잘 보존시키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이정일 엮음, <신명나는 민요·판소리 교실 얼씨구 좋다>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