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겸(金仁謙, 1707 - 1732)
14세에 아버지를 사별하고, 가난에 시달려 학문에 전념하지 못함.
1753년 47세에 사마씨에 합격하여 진사가 됨
1763년 통신사행의 종사관인 김상익의 서기로 뽑혀 통신사 조엄과 함께 일본에 다녀옴
1764년 일본에 다녀온 기행 사실을 가사 <일동장유가>로 지음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
평생의 소활(疎闊)하야 공명(功名)의 뜨디 업내. 진사 청명(淸名) 죡하거니 대과(大科)하야 무엇하리.
댱듕 졔구(場中諸具) 업시하고 유산(遊山) 행장(行裝) 찰혀 내여, 팔도(八道)로 두루 노라 명산(名山) 대천(大川) 다 본 후의
풍월(風月)을 희롱(戱弄)하고 금호(錦湖)의 누엇더니, 북창(北窓-서재)의 잠을 깨야 세샹 긔별 드러 하니
관백(關白-도쿠가와 이에시게)이 죽다 하고 통신사(通信便) 쳥한다내. 이 때난 어나 땐고, 계미(癸未) 팔월 초삼이라.
일생에 살아감에 성품이 어설퍼서 입신출세에는 뜻이 없네. 진사 청렴의 명망으로 만족하는데 높은 벼슬은 해서 무엇 하겠는가?
과거 공부의 도구를 모두 없애 버리고 자연을 놀러 다니는 옷차림으로, 전국을 두로 돌아다니며 명산대천을 다 본 후에
음풍농월하며 금강 유역에서 은거하며 지냈는데, 서재에서 나와 세상 소식을 들으니
토쿠가와 이에시게가 죽었다 하여 우리 나라에 친선사절단을 청한다네. 이때가 어느 때인고 하면 계미년(1763) 8월 3일이라.
북궐(北闕)의 하딕(下直)하고 남대문 내 다라셔, 관왕묘(關王廟) 얼풋 지나 젼생셔(典牲署) 다다르니
사행을 젼별(餞別)하랴 만됴(滿潮) 공경(公卿) 다 모닷내. 곳곳이 댱막(帳幕)이오 집집이 인마로다.
경복궁에서 임금님께 하직하고 남대문을 내달아서, 관우의 사당 앞을 얼른 지나 전생서에 다다르니
사신 일행을 전송하려고 만조 백관이 다 모였네. 곳곳마다 장막이 둘러 있고 집집마다 안장 얹은 말이 대기하고 있도다.
좌우 젼후 뫼와 들어 인산인해(人山人海) 되어시니, 졍 잇난 친구들은 손 잡고 우탄(우嘆)하고
쳘 모르난 소년들은 불워하기 측량(測量) 업내. 셕양(夕陽)이 거의 되니 낫낫치 고별(告別)하고
상마포(上馬砲) 세 번 노코 차례로 떠나갈새, 졀월(節鉞), 젼배(前陪) 군관(軍官) 국셔(國書)랄 인도하고
비단 일산(日傘) 슌시(巡視) 녕긔(令旗) 사신(使臣)을 뫼와셧다.
전후 좌우로 모여들어 인산인해가 되었으니, 정 있는 친구들은 손 잡고 장도를 걱정하고
철 모르는 소년들은 부러워하기가 한이 없네. 석양이 거의 되니 하나하나 이별하고
출발 신호에 따라 차례로 떠나갈 때에, 절과 부월 앞을 인도하는 군관이 국서를 인도하고
비단으로 만든 양산과 순시 영기가 사신을 중심으로 모여 섰다.
내 역시 뒤흘 따라 역마(驛馬)랄 칩더 타니, 가치옷 지로 나쟝(指路羅將) 깃 꼿고 압희 셔고
마두셔자(馬頭書子) 부쵹하고 빵겻마 잡앗고나. 셰패놈의 된소래로 권마셩(勸馬聲)은 무삼 일고.
아모리 말나여도 전례(前例)라고 부대 하내. 백슈(白鬚)의 늙은 션배 졸연(猝然)이 별셩(別星) 노랏
우삽고 긔괴(奇怪)하니 남 보기 슈괴(羞愧)하다 <중략>
나 역시 뒤를 따라 역마에 올라 타니, 때때옷을 입은 지로 나장이 깃을 꽂고 앞에 서고
마두서자가 부축하고 쌍두마를 잡았구나. 창파 역졸이 큰 소리로 외치는 권마성은 무슨 일인가?
아무리 말려도 정해진 의식이라고 굳이 하네. 수 염이 어옇게 센 늙은 선비가 갑자기 사신 노릇함이
우습고 괴이하니 남 보기에 부끄럽다. <중략>
댱풍(壯風)의 돗찰 다라 뉵션(六船)이 함끠 떠나, 삼현(三絃-거문고, 가야금, 당비파)과 군악 소래 산해(山海)랄 진동하니,
물속의 어룡(魚龍-고기와 용, 즉 물고기)들이 응당이 놀라도다.
해구(海口-부산항)랄 얼픗 나셔 오뉵도(五六島) 뒤지우고, 고국을 도라보니 야색(夜色)이 창망(蒼茫)하야,
아모것도 아니 뵈고, 연해변진(육지 가까이에 있는 군영) 각 진포(鎭浦)의, 불빗 두어 졈이 구람 밧긔 뵐 만하다.
거센 바람에 돛을 달고 여섯 척의 배가 함께 떠날 때, 악기 연주하는 소리가 산과 바다를 진동하니
물 속의 고기들이 마땅히 놀람직하도다.
부산항을 얼른 떠나 오륙도 섬을 뒤로 하고, 고국을 돌아보니 밤빛이 아득하여
아무것도 아니 보이고 연해변에 있는 각 항구의 불빛 두어 점이 구름 밖에서 보일 듯 말 듯하다.
배방의 누어 이셔 내 신셰랄 생각하니, 갓닥이 심난한대 대풍이 니러나셔
태산 갓탄 셩낸 물결 텬디의 자옥하니, 큰나큰 만곡쥐(큰 배)가 나모닙 브치이닷(나부끼듯),
하날의 올낫다가 디함(地陷-땅 밑)의 나려지니, 열두 발 빵돗대난 지이(紙依-종이로 만든 옷)쳐로 구버 잇고,
쉰두 복 초셕 돗찬 반달쳐로 배블럿내, 굵은 우레 잔 별악은 등 아래셔 진동하고,
셩낸 고래 독한 뇽은 물 속의셔 희롱하내, 방 속의 요강 타고 쟛바지고 업더지고,
샹하 좌우 배방 널은 닙닙히 우난구나.
선실에 누워서 내 신세를 생각하니 가뜩이나 마음이 어지러운데 큰 바람이 일어나서
태산 같은 성난 물결이 천지에 자욱하니, 만 석을 실을 만한 큰 배가 마치 나뭇잎이 나부끼듯
하늘에 올랐다가 땅 밑으로 떨어지니, 열두 발이나 되는 쌍돗대는 종이옷처럼 굽어 있고
쉰두 폭으로 엮어 만든 초석돛은 반달처럼 배가 불렀네. 큰 우렛소리와 작은 벼락은 등 아래에 떨어지는 것 같고
성난 고래와 독한 용이 물 속에서 희롱하는 듯하네. 선실에서 요강타고 자빠지고 엎어지고
상하 좌우에 있는 선실의 널빤지는 저마다 소리를 내는구나.
이윽고 해 돗거날 장관(壯觀)을 하여 보새. 니러나 배문 열고 문셜쥬 잡고 셔셔,
사면을 바라보니 어와 장할시고, 인생 텬디간의 이런 구경 또 어대 이실고,
구만 니 우듀 속의 큰 물결분이로새. 등 뒤흐로 도라보니 동내(東萊) 뫼이 눈섭 갓고,
동남을 도라보니 바다히 가이 업셔, 우아래 프란 빗치 하날 밧긔 다하 잇다.
슬프다 우리 길이 어대로 가난쟉고. 함긔 떠난 다솟 배난 간 대랄 모랄로다.
사면을 두로 보니 잇다감 물결 속의 부체만 쟈근 돗치 들낙날낙 하난고나.
이윽고 해가 돋거늘 굉장한 구경을 하여 보세. 일어나 선실 문을 열고 문설주를 잡고 서서
사면을 바라보니 아아! 굉장하구나. 인생 천지간에 이런 구경이 또 어디 있을까?
구만 리 우주 속의 다만 큰 물결뿐이로세. 등 뒤로 돌아보니 동래의 산이 눈썹만큼이나 작게 보이고
동남쪽을 돌아보니 바다가 끝이 없네. 위아래 푸른 빛이 하늘밖에 닿아 있다.
슬프다, 우리의 가는 길이 어디란 말인고? 함께 떠난 다섯 척의 배는 간 곳을 모르겠도다.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이따금 물결 속에, 부채만한 작은 돛이 들락날락하는구나.
션듕을 도라보니 저마다 슈질(水疾-배멀미)하야, 똥물을 다토하고 혼졀하야 죽게 알내
다행할샤 죵사샹(從使上)은 태연이 안잣고나, 배방의 도로 드러 눈 감고 누엇더니,
대마도 갓갑다고 샤공이 니라거날, 고쳐 니러 나와 보니 십 니난 남앗고나.
왜션 십여 척이 예션차(曳船次-배를 끌려고)로 모다 왓내. <중략>
배 안을 돌아보니 저마다 배멀미를 하여, 똥물을 다 토하고 까무라쳐서 죽게 앓네.
다행하도다, 종사상(통신사의 우두머리, 조엄)은 태연히 앉았구나. 선실에 도로 들어와 눈 감고 누웠더니
대마도가 가깝다고 사공이 말하거늘, 다시 일어나 나와 보니 십 리는 남았구나.
왜선 십여 척이 배를 끌려고 마중을 나왔네. <중략>
졈심 먹고 길 떠나셔 이십 니난 겨오 가셔, 날 져물고 대우(大雨)하니 길이 즐기 참혹하야 밋그럽고 쉬난디라.
가마 멘 다삿 놈이 서로 가며 쳬번(遞番)하대, 갈 길이 바히 업서 두던에 가마 노코
이윽이 쥬뎌(躊躇) 하고 갈 뜻이 업난지라. 사면을 도라보니 텬디(天地)가 어득하고
일행들은 간 대 업고 등불은 꺼뎌시니, 지척(咫尺)은 불분(不分)하고 망망(茫茫)한 대야듕(大野中)의
말 못하난 예놈들만 의지하고 안자시니, 오날밤 이 경샹(景狀)은 고단코 위태하다
점심 먹고 길 떠나서 이십 리를 겨우 가서, 날이 저물고 큰 비가 내리니 길이 질기가 끔직하여 미끄러워 자주 쉬어야 하는지라.
가마 멘 다섯 놈이 서로 돌아가며 교대하되, 갈 길이 전혀 없어서 둔적에 가마를 놓고
한참 동안 머뭇거리면서 갈 뜻이 없는지라. 사방을 돌아보니 천지가 어둑어둑하고
일행들은 간 곳이 없고 등불은 꺼졌으니, 지척을 분간할 수 없고 넓고 넓은 들 가운데서
말이 통하지 않는 왜놈들만 의지하고 앉았으니, 오늘 밤의 이 상황은 몹시 외롭고 위태하다.
교군(較軍)이 다라나면 낭패(狼狽)가 오작할rk. 그놈들의 오살 잡아 흔드러 따잘 뵈고
가마 속의 잇던 음식 갓갓지로 내여 주니, 지져괴며 먹은 후의 그제야 가마 메고
촌촌 젼진하야 곳곳이 가 이러하니, 만일 음식 업듯더면 필연코 도주할쌔
삼경냥은 겨요하야 대원셩(大垣城)을 드러가니, 두통하고 구토하야 밤새도록 대통(大痛)하다.
가마꾼이 달아나면 낭패가 오죽할까. 그놈들의 옷을 잡아 흔들어 뜻을 보이고
가마 속의 있던 음식을 갖가지로 내어 주니, (저희들끼리) 지껄이며 먹은 후에 그제서야 가마를 메고
조금씩 나아가는데 곳곳에 가서 이러하니, 만일 음식이 없었더라면 필연코 도주했을 것이다.
삼경쯤에나 되어서야 겨우 대원성에 들어가니, 머리가 아프고 구토하여 밤새도록 몹시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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