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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문호 헤밍웨이, 이중 스파이였다?

지식창고지기 2009. 7. 14. 08:58

미국 대문호 헤밍웨이, 이중 스파이였다?

한국일보 | 입력 2009.07.14 02:59 |

 

"구 소련 KGB에 포섭" 문건 발견… "미국 정보원 활동" 문서와 대조적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40년대 옛 소련의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역사학자 존 얼 헤인스와 하비 클레어, 러시아 출신의 알렉산더 바실리예프 공저로 예일대학 출판부가 최근 발간한 < 스파이들: 미국 KGB의 흥망성쇠(Spies: The Rise and Fall of the KGB in America) > 은 헤밍웨이가 소련을 위해 10년 가까이 간첩으로 활동했다고 폭로했다.

13일 UPI 통신에 따르면 KGB 전직 요원으로 영국으로 이주한 바실리예프가 모스크바의 문서보관소에서 90년대 스탈린 시대의 기밀 문건들에서 찾아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이중생활을 언급하면서 그가 스파이로서 실력이 없는 '아마추어'이며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헤밍웨이는 41년 1월 8일 중국으로 가기 전 모스크바에서 구 소련의 비밀경찰조직 KGB에게 포섭됐다. 당시 헤밍웨이는 부인과 함께 중국에 도착해 종군기자로서 왕성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암호명은 '아르고'(Argo)였으며 43~45년 쿠바의 아바나와 런던에서 소련 공작원들과 접선했고, 그때마다 소련을 자발적으로 열심히 돕겠다는 의욕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GB는 당시 헤밍웨이가 간첩활동에 열정적이었지만 그다지 유능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KGB 기록에는 헤밍웨이가 정치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전혀 가져오지 못했고 실제 공작 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기술돼 있다. 결국 소련은 정보원으로 활용도가 떨어진 헤밍웨이와의 연락을 50년에 끊어버렸다.

그러나 책은 헤밍웨이가 스파이 활동을 진지하게 펼쳤는지 소설을 위한 소재를 찾기 위해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비밀문서에 따르면 헤밍웨이는 아들 존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전략정보국(OSS) 정보원으로 활약한 2만여명 중에 포함돼 있었다.

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후 쿠바의 아바나 근처 작은 마을에 살면서도 현지의 스페인 난민 가운데 나치 독일의 간첩을 적발하는 미국 정보조직원으로 활동한 것이다.

이 때문에 헤밍웨이가 40년대 미국과 소련의 이중간첩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