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관/언론 기관

[인구대재앙] (2) 저출산 복합불황이 온다

지식창고지기 2009. 8. 12. 20:32

[서울경제]

[인구대재앙] (2) 저출산 복합불황이 온다

1부. 충격, 대한민국 인구 리포트
10년내 '日 잃어버린 10년' 보다 센 '퍼펙트 스톰' 덮칠수도
생산인구 감소 본격화 속 부동산값 폭락·재정악화에
中침체 등 외부충격 가세땐 한국경제 '그로기' 상태로
특별취재팀

 

2019년 8월 4일. 아침 일찍 신문을 펴들자 3ㆍ4분기 ‘경제축소율’ 전망치가 0.2%로, 성장률이 2ㆍ4분기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보도가 눈에 띈다.

3년 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더니 지난해부터는 감소세에 탄력이 붙고 총인구마저 감소하기 시작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분기가 잦아지자, 언론은 용어를 아예 ‘경제축소율’로 바꿨다. 그리고 축소율이란 단어는 이제 일반화됐다. 사회면에 들어가니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들이 취약계층으로 전락해 위기에 빠진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저출산 쇼크를 가했던 ‘출산율 1.08’(2005년). 이것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10년 후에도 당연히 성장이 계속되겠거니 기대하는 것은 이른바 ‘관성의 신기루’일 뿐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출산율 1.4 기준으로도 10년 후 1~2%대의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데, 여전히 출산율은 1.1대를 맴돌고 있고 더욱이 최근 금융위기로 2009년에는 급기야 1.0 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생산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는 2010년대 후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베이비부머 은퇴로 인한 부동산 값 폭락과 노년부양비 부담에 따른 재정악화가 자칫 중국의 경기 침체를 비롯한 ‘차이나 리스크’와 겹치기라도 하면 경제 대침체 상황인 퍼펙트스톰의 경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대응이 부실하면 90년대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보다 훨씬 길고, 더 골이 깊은 장기 복합불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초저출산은 노동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성장률을 좌우하는 3대 요소는 생산성증가율을 비롯해 노동투입 증가율과 자본투입증가율.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는 각각 노동투입량과 생산성증대에 악영향을 끼친다. 통계청의 인구 예측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정점인 3,619만명에 도달한 뒤 꺾어지기 시작해 6년 후에는 140만명 감소한다. 주력생산부대인 30~40대 인구는 2006년(1,675만명) 이미 피크에 도달해 2018년 1,523만명, 2022년 1,426만명으로 급속히 떨어진다.

기술력과 업무노하우가 축적된 중ㆍ장년층의 은퇴는 생산성 증대를 가로막는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증가와 조기 은퇴 추세 속에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예상보다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계청이 올 초 ‘향후 10년의 사회변화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고령화는 경제활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재정부담은 무겁게 한다. 노년부양비는 지난해 14.3에서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로 진입하는 2018년 19.7로 30% 이상 급등한다. 노인 한 명을 생산인구 7명이 책임지다 5명이 떠받치는 셈이다.

노년부양비는 2036년 48.9에 달해 생산인구 두 명이 노인 한 명을 맡게 된다. 이런 부담이 가중될수록 저축은 줄고 가용자금이 부족해 기업 투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고령화 진전?총저축 감소? 투자위축’의 고리가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가 성장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총부양비가 5% 증가하면 총저축률이 2.7% 하락하는 한편 연간 5조원 가량 재정수지가 악화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소비가 왕성한 젊은 세대는 줄고, 평균 소비율이 40대의 65%에 불과한 60대 이상 가구가 급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작은 내수시장은 더욱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생산인구 급감,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재정 악화, 베이비 붐 세대 은퇴로 인한 부동산 등 자산시장 폭락 등 저출산ㆍ고령화의 삼각파도 속에 최근의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충격이 더해지면 한국 경제는 그로기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우리와 20년 가량 차이를 놓고 움직인 경험으로 볼 때 2010년대 중후반 장기 복합형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