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태양열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양열 발전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대규모 전력 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기존의 태양광 발전 및 태양열 온수기와 함께 미래 태양에너지 시장의 주축이 될 전망이다.
A어렸을 적 누구나 볼록렌즈를 가지고 한번쯤 빛의 굴절 현상을 이용한 실험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볼록렌즈의 초점에 햇볕을 집중시킨 다음, 검은색 종이에 구멍을 뚫거나 불을 붙여 보면서 단순히 햇빛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물건을 태울 정도의 높은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은 전인류가 일년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과 맞먹을 정도로 많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활용방법이 단순하고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성도 우수한 태양열 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태양열을 모아 물과 같은 용매를 끓이고, 이 때 나온 증기로 발전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열 발전(CSP, Concentrating Solar Power)은 이러한 인류의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그림 1> 참조). CSP는 전력 생산에 300℃ 이상 고온의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건물의 난방 및 온수 공급을 위해 저온의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태양열 온수기와는 다르다. 또한 CSP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장치인 발전터빈을 이용하기 때문에, 반도체 소자인 태양전지를 활용하는 태양광 발전과도 차이가 있다. 즉 태양광 발전과는 다르게 빛 대신 열을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주목 받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중의 하나가 바로 CSP이다.
그렇다면 CSP가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차별화된 점은 무엇이고, 향후 성장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태양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및 태양열 온수기와 함께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가? 이에 앞서 CSP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태양열 발전은 집열 방법에 따라 구분
CSP의 구조는 크게 집열, 축열, 발전장치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반사거울을 넓은 지역에 적절히 배치하여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모으는 집열장치, 집열장치에 의해 모인 열을 용매를 통해 저장하는 축열장치, 고온의 열을 사용하여 증기를 만든 다음 터빈날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장치로 구성된다. 발전장치 부분은 기존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같지만, 열을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에너지에서 얻는 차이점이 있다.
CSP의 종류는 집열 방법에 따라 구유형(Parabolic Through), 타워형(Solar Tower), 접시형(Dish Stirling), 프레넬형(Frenel)이 있다(<표 1> 참조). 구유형은 단면이 포물선인 반사경을 통해 관형태의 흡수기에 집열시키는 것이고, 타워형은 여러 개의 반사거울이 중앙의 타워 상부의 흡수기에 집열시키는 방법이며, 접시형은 접시형태의 집열기를 사용하여 한 지점에 빛을 집중시키는 방법이다. 프레넬형은 구유형과 유사한 방식으로 포물선인 반사경 대신 평면의 거울을 사용하여 흡수기에 집열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구유형, 프레넬형, 타워형 등은 대용량 발전에, 접시형은 분산형 발전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CSP 발전소의 90% 이상이 구유형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방식별로 장단점이 모두 있기 때문에 집열비율 및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각각 진행 중에 있다.
차별화된 장점을 가진 신재생에너지
CSP는 집열 방식에 따라 특징이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신재생에너지와는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즉 전력 생산이 안정적이고 대규모 투자 시 발전비용이 경제적이며,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도 높아 미래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첫째로 CSP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햇빛이 없는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작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기 생산량의 편차가 매우 크다. 따라서 수력의 양수발전이나 풍력의 압축공기 저장과 같이 남는 전기를 저장해 놓은 다음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하는 방법이 추가돼야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CSP는 낮에 열을 저장해 놓았다가 밤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몰 후 최대 약 7시간 이상 추가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전력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고 발전소의 활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표 2> 참조).
둘째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가정할 때 CSP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초기 설치비용은 집열장치와 발전터빈 같은 대형 구조물이 필요한 CSP가, 태양전지 모듈이나 풍력터빈만 설치하면 되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보다 높다. 그러나 50MW이상의 대규모 발전을 가정할 경우, 현재 CSP의 발전단가는 풍력보다는 높지만 태양광 발전보다 낮아 신재생에너지로서 경쟁력이 있다(<표 3> 참조). 발전효율 측면에서도 태양에너지를 똑같이 사용하는 결정질 태양전지의 효율이 16~17%임을 감안할 때, CSP는 최대 약 30%까지 가능하여 뛰어난 편이다. 이처럼 CSP는 대규모 발전에 특화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속 가공, 해수 담수화, 수소 생산과 같은 다른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태양열을 모으면 1,000℃ 이상의 고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알루미늄 제련이나 각종 고온 화학공정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건조 지역의 부족한 수자원을 보충하고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 CSP 기술의 활용이 늘고 있다. 담수화 처리와 수소 생산에는 열이 필요한데,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신하여 CSP 기술인 고온의 태양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이 부족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2050년까지 CSP에 의한 해수 담수화 처리가 확산되면서 전체 용량이 2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생산은 CSP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얻을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고온의 수증기를 금속산화막에 통과시켜 열화학 반응을 통해 직접 수소를 얻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구미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열 발전 본격 성장
이와 같이 원리도 쉽고 신재생에너지로서의 차별화된 장점도 가진 CSP는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돼 왔다. 실제로 CSP는 태양광 발전보다도 더 먼저 개발된 기술이다. 1950년대 발명된 태양전지와는 달리, 20세기 초반에 이미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동력장치가 설계 및 운영된 적이 있다. 석유파동을 겪은 직후인 1980년대 중반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에 총 9개 354MW 규모의 상용 CSP 발전소가 건설되면서 CSP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듯 보였으나, 원유가격 하락과 정부 지원제도의 철폐로 관심이 금새 사그라지고 말았다. 이후 약 20년 동안 신규 CSP 발전소 건설이 없다가, 최근 원유가격 변동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 증가로 시설이 늘어나면서 2009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560MW 규모의 CSP 발전소가 운영 중에 있다.
최근의 CSP 시장은 미국과 스페인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두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 이미 약 400MW 정도의 CSP 발전시설을 운영중인 미국은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대규모 발전 시설이 추가될 계획이다. 2009년 3월 100MW 규모의 Andasol 프로젝트를 통해 CSP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스페인은 현재 건설 중인 CSP 발전소만 해도 십여 개에 달한다. 그 밖에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한 독일과 태양에너지가 풍부한 호주, 이집트, 이탈리아 등도 CSP를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 중이다.
특히 일사량이 풍부하고 넓은 부지 확보가 용이하여 CSP 발전에 더없이 좋은 사막 및 건조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CSP를 건설하기 위한 계획이 각국 정부와 기업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국립 재생에너지 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를 통해 CSP가 유리한 지역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면서, 2010년까지 건조한 서남부 지역에 1,000MW의 신규 CSP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또한 모하비 사막의 CSP 건설에는 캘리포니아의 전력회사뿐만 아니라 구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일반 기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CSP에 유리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와 협력이 활발하다. 구체적으로 2009년에는 독일 민간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MENA에서 CSP로 전기를 생산하여 유럽으로 전송하는 ‘DESERTEC’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약 4,000억 유로를 투자하여 2050년까지 유럽 전력 수요의 15%를 충당할 예정으로, 튀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이탈리아로 옮겨오는 계획은 5년 내 실제 송전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발전업체뿐만 아니라 지멘스, 도이치뱅크 같이 설비, 금융업체를 망라한 2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초기 설비 투자가 중요한 태양열 발전
CSP 계획이 활발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경제성이 확보될 때까지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전력 수요지까지 전기를 전달하기 위한 송전시설의 투자가 필요하며, 비용을 낮추어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단가와 CSP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한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첫째, CSP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프로젝트 사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신규 CSP 발전소의 건설에는 4,200~7,000유로/KW의 비용이 필요하여, 2,700유로/KW가 필요한 원자력보다도 많다. CSP 비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설치, 허가, 프로젝트 관리 등의 분야가 30%~40%를 차지하고 있어 웨이퍼, 셀, 모듈과 같이 재료 비용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그림 2> 참조). 따라서 대규모 시설 투자 및 초기 프로젝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맺거나 정부의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CSP 발전소에서 전력 수요지까지 전기를 전달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송전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태양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여 CSP 입지가 좋은 지역은 대부분 전력 수요지와 멀기 때문이다. 일례로 DESERTEC 프로젝트에서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유럽까지 전송하기 위해서, 기존의 교류전송이 아니라 대규모 전력 전송 시 손실이 적은 고압직류전송(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을 이용한 ‘EUMENA supergrid’를 건설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그리드 시스템 구축에 약 450억 유로를 투자하여 유럽 전역에 연간 700TWh의 전력을 전송한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구유형 CSP의 경우 기술 발전 측면에서 태양전지와 마찬가지로 검증을 이미 거쳤지만, 효율 및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그림 3> 참조). 우선 집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반사거울 개발과 집열기, 축열 기능을 높이기 위한 용매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용매의 경우 물을 대신하여 용융 소금(Molten Salt)을 사용하거나 공기를 이용한 흡수기(Volumetric Air Receiver)를 사용하여 열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발전기를 식히거나 반사거울을 청소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CSP 기술이 장기적으로 순조롭게 발전되었을 때, 2050년의 CSP 발전단가는 일사량이 많은 지역의 경우 0.035달러/KWh로 태양광 발전의 0.05달러/KWh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태양열 발전, 태양광 발전만큼 성장할 전망
대규모 투자로 현안 이슈들이 적극적으로 해결된다면 향후 CSP 기술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태양광 발전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2009년 현재 건설 중인 CSP 발전소만 해도 약 1,000MW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2012년 이후에는 전세계로 확대 건설되면서, 2020년까지 CSP 시장은 연평균 약 50%씩 성장하여 최대 18G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4> 참조).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 시기도 CSP의 성장과 함께 앞당겨질 전망이다. CSP의 그리드 패리티의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사량이 높은 미국과 스페인의 경우 전기요금이 매년 5% 정도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2015년 전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열저장 장치 및 용매, 반사거울과 같은 CSP의 시설 및 장치부문에서 비용을 줄인다면, 발전단가도 2020년까지 30%~4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CSP는 태양광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07년 태양에너지는 글로벌 전체 에너지의 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중 CSP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지 6%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050년에 이르면 CSP는 연간 약 2,300TWh~4,800TWh을 생산하여 태양광 발전과 비슷한 크기를 차지할 전망이다. 또한 2050년 이산화탄소 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그린 에너지 역할 비중에 있어서도 태양광 발전과 CSP는 4~7%로 서로 같다. 향후 CSP는 태양열 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의 대규모 발전 부분에 특화되어 있어, 80% 이상이 100KW 미만으로 도심지의 소규모 발전이 대부분인 기존 태양광 발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해외 대규모 태양열 발전 계획에 관심을 가져야
CSP는 대용량 발전에 차별화된 장점을 지닌 신재생에너지로서, 기존 태양에너지 산업의 주류인 난방분야의 태양열 온수기와 전력분야의 태양광 발전기 이외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설비 투자와 건설, 프로젝트 관리 등이 중요시 되는 산업으로 관련 분야의 성장이 기대된다. CSP 발전소 건설에는 발전 장비 및 재료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 허가, 자재 조달, 건설 등과 같이 프로젝트 기반 사항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사량이 적어 CSP에 다소 불리한 우리나라의 경우, 눈길을 해외로 돌려 미국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대규모 CSP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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