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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완 효과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

지식창고지기 2009. 10. 14. 10:42

차이완 효과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
박래정 | 2009.10.12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의 등장으로 양안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사회적인 교류에 이어 경제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 대만해협 양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결 유연해진 중국 공산당 정부의 대만정책,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대만경제가 대만해협에 훈풍을 불어온 배경이다.

 
대만은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화공제품들과 디스플레이 등은 대만경제도 포기할 수 없는 수출 효자품목들이다. 양안 경협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는 연말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관세인하 프로그램, 기술제휴, 자본투자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대만과 수입집중도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쟁품목을 대상으로 양안 간 유력한 경협형태가 어떤 파급효과를 나타낼지 분석해보았다. 화공분야에서는 관세인하 프로그램의 가동 가능성이 높고, LCD분야에서는 양안 업체간 수급거래를 고착시키는 잠금 효과(Lock-in)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특정 품목에 크게 의존하는 현 상황에서 양안의 경협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양안의 경협 활성화가 호혜적 무역협정(PTA)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에도 강력한 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 목 차 >

 
Ⅰ. 최근 양안협력의 배경 
Ⅱ. 한국-대만 대중 수출상품의 경쟁강도 분석 
Ⅲ. 화공분야 양안 경협 가능성 
Ⅳ. LCD분야 양안 경협 가능성 
Ⅴ. 시사점

 

 

중국과 대만의 경제분야 협력 가능성을 상징하는 ‘차이완(Chiwan)’ 이란 용어는 한국 언론이 만들어낸 조어(造語) 중 드물게 국제적으로 널리 인용된다. 대만 민진당의 8년 집권을 끝내고 취임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3월 한국에서 먼저 제기됐다.

 
국민당 집권 1년여가 지난 요즘 차이완은 한국보다 대만 언론과 대만 집권당이 더 자주 입에 올린다. 지난 6월2일 대만 국민당은 “한국은 이제 ‘서두르지 않고 참을 성 있게’ 중국과의 경협을 진행시켰던 과거 이덩휘(李登輝) 총통과 중국과의 경협 자체를 백안시했던 민진당 정권에 감사해야 한다”는 한 언론의 기고문을 홈 페이지에 실었다. 중국과의 경협을 적극 추진하는 자당 정책의 효과와 타당성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한국 언론이 글로벌 경제위기란 터널 속에서 가장 먼저 출구를 발견했다며 우리 경제 및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자찬하는 동안 중국과 대만의 경협은 더 한층 가시적인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 바로 올 5월 말 열린 대만 국민당의 우보슝(吳伯雄)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회담이다. 벌써 국민당 재집권 이후 두 번째 만난 두 사람은 양안(兩岸) 간 경협의 골격에 대한 협정(ECFA)을 ‘연말까지’ 체결하기로 노력하자는 데 합의했다.

 

 
Ⅰ. 최근 양안협력의 배경

 

 
물론 양안의 해빙무드가 처음은 아니다. 양안 간 대화채널은 이미 1990년대 초 일종의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구인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와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의 발족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1994년 중국정부가 ‘대만동포투자보호법’을 제정함으로써 대만기업들의 중국투자 붐을 이끌어냈다. 대만기업들의 중국진출이 광범위하게 진행될수록 경협 확대론은 세를 얻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덩휘 총통의 방미(1999년), 중국정부의 반국가분열법 통과(2005년 3월: 대만의 독립시도를 비평화적 방법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음) 등 정치적 암초를 만날 때면 여지없이 ‘중국 흡수’를 경계하는 여론이 득세하는 패턴을 답습해왔다.

 
최근 양안의 경협 움직임은 그러나 두 가지 면에서 과거와 차원이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대만의 경협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렬하며 경제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대만 독립을 주창하는 민진당보다 국민당이 ‘친중(親中)’ 기조를 유지할 것은 누구나 예상해왔다. 마잉주 정부는 여기에 더해 경제교류와 통일논의를 당분간 분리하자는 정경분리 원칙을 들고 나왔다. 중국과의 통일이나, 대만 독립 같은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분리하고 나면 경제교류는 자연스럽게 중국시장이나 자본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신흥공업국(NIES)으로 발돋움 했던 대만은 마잉주 집권 첫해인 지난해 0.1%란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구촌 경제가 몸살을 앓은 올해엔 -4.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정부 스스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차치하고서라도 한국경제의 2.2%, -0.6%(LG경제연구원 전망치)보다도 크게 저조한 실적이다. 이는 주로 대만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지난해 3.6% 성장에 그친 데 이어 올해 -32.8%(1-7월 누계)까지 급락한 때문이다. 올 7월 실업률은 6.1%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로 치솟아 비관적인 심리가 팽배해있다. 국민당 정부로선 파격적인 자구책을 꺼내 들 필요가 생겨났으며 그 자연스런 귀결로서 중국의 광대한 시장과 자금력을 활용하려는 경협확대를 들고 나온 것이다.

 
둘째는 중국 당국의 유연성이다. 중국 정부는 5월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 대만 대표단이 ‘Chinese Taipei’란 명칭으로 참여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다. 대만이 유엔 산하 기구 회의에 대만 지명을 걸고 참석한 것은 1971년 유엔에서 밀려난 이후 처음이다. 이어 9월 초 티벳의 망명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대만 법회 개최에 대해 ‘분리책동’이라는 익숙한 반박 성명만 내놓았을 뿐 별다른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정경분리는 사실 중국 정부가 더 선호하는 ‘메뉴’다. 미국과 함께 ‘G2’의 영광을 코앞에 둔 중국으로선, 정치적 걸림돌만 제거한다면 양안 간 경제적 정합성(整合性)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양안이 경제적으로 강고히 묶인 뒤 정치적인 통합논의가 제기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될 터이다. 대만의 대중(對中) 수출액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올 1~7월 기준)이지만, 중국의 전체 수입액에서 대만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올 1~8월)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외국의 직접투자액(FDI)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올 1~7월)까지 떨어졌다.

 
경제규모 격차를 감안할 때 향후 양안 경제관계가 다시 냉각될 경우 그 여파는 대만 경제엔 A급 태풍으로 미치겠지만, 중국 경제엔 화남지역에 머물다 갈 열대성 강우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대만의 국제적 존립 공간을 조심스레 열어주면서까지 대만 발 경협 훈풍을 소중히 지키려는 것은 이 같은 전략적 우위를 감안한 결정이다.

 

 
Ⅱ. 한국-대만 대중 수출상품의 경쟁강도 분석

 

 
그렇다면 양안 경협은 어떤 모양새를 취하게 될까. 양안 집권당 당수회담에서 거론된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는 아직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관세인하 프로그램을 포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양측 언론이 관측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 간 이미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부터 대부분의 교역 품목에 대해 제로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일부 품목에 대해선 ‘조기수확프로그램(Early Harvest Program: EHP)’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과 대만은 모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인 만큼 회원국 간 기본적인 최혜국대우(MFN)를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WTO가 임의 회원국들이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특혜무역협정(PTA)을 체결할 경우엔 ‘협정 외 국가에 대해 별도의 무역장벽을 쌓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예외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한다. 따라서 양안 간 ECFA는 한국과 같은 다른 교역국에 기존 관세장벽을 유지한 채 관세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대만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교역 상대국(이를 테면 한국)이라면, ‘상대적으로’ 관세장벽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안간 (가능한) 관세인하 프로그램 적용이 한국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에 앞서 현재 중국 수입시장에서 대만과 한국 상품간 경합관계를 살펴보자. <그림 1>은 중국시장에 수출하는 한국 대만 일본 3국의 상품을 크게 14개 군으로 나눈 뒤 임의 두 나라간 수출경합도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 대만간 경합도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3국 사이에서도 가장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만과 일본의 경합도는 2003년 이후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대만 일본 수입품은 보완재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간 국제분업이 더욱 활발해졌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산과 대만산 제품의 산업별 수입집중도를 계산해본 것이 <표 1>이다. 여기서 한국 특정 A산업의 수입집중도란 ‘한국의 대중(對中)수출에서 차지하는 A산업의 비중을 중국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A산업 비중으로 나눈 것’이다. 이 값이 1보다 크면, ‘한국의 (대중수출이) 중국 A 수입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산 제품이 공통적으로 집중돼 있는, 즉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는 기초유분 및 화공품 분야, 가전을 제외한 전기전자, 그리고 LCD를 포함한 정밀기계 분야 등 3분야로 압축된다(물론 일본산 수입품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이중 가전 수입시장에서 대만은 물론 한국산 제품까지 수입집중도가 1 미만으로 나타난 것은 두 나라 기업들이 이미 중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현지완결(現地完結)형’ 비즈니스를 벌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기초유분 및 화공분야를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결과가 <그림 2>와 <표 2>에 나타나있다. 이 분야에서도 한국과 대만의 수출경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유기화합물과 플라스틱류에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참고로 두 범주의 대표적인 품목들은 각각 EA(에틸 아크릴레이트), ABS, PS, PVC 등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나머지 전기전자 및 정밀기계 분야의 3국간 수출경합도와 수입집중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대만은 액정 디바이스 분야(LCD)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표 3> 참조).

 
이 같은 분석결과를 토대로 본고에서는 유기화합물(HS 코드 29계열), 플라스틱류 제품(39), 그리고 LCD(9013) 등 3가지 대표적 경합 품목 군에서 양안 간 경협 가능성과 그 파장을 검토해본다. 세 가지 품목의 대중수출액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7.3%, 대중 수출에서 31.9%(올 1~7월)를 차지하는 절대적인 효자종목이며, 마찬가지로 대만경제에 있어서도 각각 12.2%와 30.2%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적 이해가 걸린 품목 군이다. ‘양보가 불가능한’ 품목이라 할 수 있다.

 

 
Ⅲ. 화공분야 양안 경협 가능성

 

 
양안 당국이 현재 검토할 수 있는 경협방안은 앞서 제기했던 관세인하 프로그램과 기업 간 직접 협력 두 가지이다. 기업 간 협력은 자본투자 및 기술이전 등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화공분야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장치산업의 특성과 국가 기간산업이란 전략적 중요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화공분야 중에서도 정유나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상류부문의 경우 외자기업의 직접 투자를 통한 시장진출에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가 2007년 11월 발표한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은 화공분야의 경우 연산 80만 톤 이상의 대규모 에틸렌 생산설비에 한해 외자의 진입을 허용하되, ‘중국 측 지분의 합계가 임의의 외국투자 지분보다 많아야 한다(中方相對控股)’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성이 확보되는 규모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외자를 불러오되, 절대지분은 중국 기업들이 가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지도목록’이 규율하고 있는 외자의 범위에 ‘대만 동포기업’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으나 지난 5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처가 제시한 ‘경협진전을 위한 8개 방안’에서는 인프라 건설시장만 대만기업에 열어놓았다.

 
PVC ABS 등 HS 코드상 29, 39에 해당되는 하류부분의 제품시장에 대해선 이 같은 지분제한이 없다. 대만기업들도 장수(江蘇)성에 ABS 수지 생산설비를 구축해놓았다. 그러나 외국기업 입장에서 상류부문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없이 하류부문 투자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적잖은 위험이 따른다. 중국 국유 화공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상류부문에 이어 하류부문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구한다면, 원료난에 봉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만도 화공분야 중국투자에 대해선 이 같은 전략적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포모사 치메이 등 대형 화공기업은 그 동안 NCC 등 상류사업 전개의사를 여러 차례 중국 측에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점들을 두루 감안할 때 화공분야의 양안 협력은 단기적으로 관세인하 프로그램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이미 31개 국가(및 지역)와 14건의 FTA 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 중이다. 이중 양안 관세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아세안과의 FTA이다. 중·아세안 FTA는 2000년 주룽지(朱鎔基) 총리시절 협상이 시작돼 상품교역(2004년 11월) 서비스(2007년 1월) 투자분야(2009년 8월)의 협정이 순차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무관세 프로그램이 개시되는데, 아세안과 경제적으로 얽혀있는 대만이 양안 협력 회담장에서 아세안에 버금가는 관세율 적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표 4>는 올해 초 기준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주요 화공품들의 대만 한국 아세안에 대한 중국 수입관세율을 비교한 것이다. 예를 들어 ABS 수지의 경우 한국산과 대만산 모두 6%의 관세를 내야 한다. 이에 반해 아세안은 올해 5%, 내년부터 5% 미만의 관세율을 적용 받게 되며, 2012년 이후엔 아예 무관세 대우를 받는다. 현재 ABS 수지 수입시장에서는 한국과 대만산이 각각 35%, 47%(09년 상반기 기준)를 점하고 있는데, 만약 대만산 제품이 아세안 제품에 준하는 관세인하 혜택을 받는다면, 한국산은 급격한 가격경쟁력 열세와 시장위축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 중·아세안 FTA 협정에 등장했던 ‘조기수확프로그램(EHP)’이다. 중국과 아세안의 경우 상품무역협정이 타결되기 거의 1년 전인 2004년 1월 가동됐다. 만약 양안 간 EHP가 가동된다면, 대만 당국은 자국산 제품의 수입집중도가 높은 화공분야를 타깃으로 설정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산 화공제품 중 중국 내수시장 진출 물량은 관세인하 폭만큼 가격 경쟁력 열세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산 대중 석유화학 수출품의 55%는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선적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전체 화공분야 중 분석대상인 29, 39 계열의 대중수출의 비중이 17%(2008년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대중 수출액 중 최대 9.35%(=17×0.55) 정도가 양안 간 화공분야 관세인하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수출금액으로 환산하면, 최대 85억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Ⅳ. LCD분야 양안 경협 가능성

 

 
LCD는 한국 대만 일본 3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98%에 이른다. 중국 LCD(HS 코드9013, LCD 및 레이저 등 관련 부품 및 장비를 포함) 수입시장에서도 3국의 점유율이 각각 38%, 30%, 12%(올 1~7월 금액기준)로서 대부분을 차지하며 아세안 제품의 수입은 거의 없다.

 
현재 중국 LCD 패널의 수입관세는 26인치 이상 셀 제품은 3%, 이하는 5%를 적용하고 있으며 모듈은 크기에 무관하게 5%를 적용하고 있다. 규모에 따라 세율에 차등을 둔 것은 소형 패널의 자국 생산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면, 중대형 제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 탓이다. 자국 LCD 산업을 육성한다며 크게 관세를 올리면, 자국 LCD TV업체들의 수출경쟁력에 금이 가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묶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LCD 분야를 향후 전자산업 핵심 기반기술로 간주하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쿤산(강소성) 등지의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을 대주주로 세워 BOE(京東方), SVA-NEC(上光電), IVO(龍騰光電) 등 3대 TFT-LCD 업체를 육성해왔다. 그러나 관련 산업체인의 형성이 늦었던 데다, 원천 및 공정기술의 열세 등으로 아직까지 한국 및 일본업체와는 3, 4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5세대 생산라인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한국 일본 대만업체들은 LCD 전(全)공정을 중국으로 이전하기 보다 후(後)공정에 해당하는 모듈공장을 중국에 설립, 현지 TV업체의 수요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LCD 분야의 양안 간 협력 가능성을 먼저 관세인하 프로그램에서 찾아보자. 중국 정부가 대만산 LCD에 대해 관세인하 혜택을 부여할 경우 대만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유치산업 육성 차원’에서 키우고 있는 자국 LCD 산업의 자생력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나아가 한국 일본산 LCD의 시장지위까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경우 중국 내 TV 및 컴퓨터 부문 전체가 대만 LCD에 의존적인, 심할 경우 종속적인 산업구조를 형성하게 될 위험이 있다.

 
더욱이 한국 일본산 LCD제품의 전반적인 경쟁력은 대만산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중국 로컬 LCD-TV업체로서는 대형 TV로 갈수록 대만산보다 한국 일본산 LCD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TV 등 가전업체의 경쟁력을 훼손하면서까지 대만산 LCD에 큰 폭의 관세인하 혜택을 주긴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LCD가 관세인하 프로그램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인하 폭과 시기는 로컬 LCD업체와 TV 모니터업계의 이해를 반영하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중국으로선 어느 한 LCD 진영에 끌려가기보다 적당한 정립(鼎立)구도를 조성해 견제 카드를 쥐는 차선책을 선호할 공산이 크다.

 
LCD 분야에서 양안 경협의 다른 가능성은 자본투자나 기술제휴이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포함한 외국 LCD 업계의 중국 진출(구체적으로 LCD 패널공정)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공언해왔다. 대만의 LCD 업체로서도 지리적 근접성과 의사소통의 편이, 파격적인 토지구매 및 조세혜택을 감안할 때 중국 투자를 검토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럼에도 현실화되지 못한 것은 대만 당국의 ‘첨단산업 중국투자 불허’라는 정치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표 5> 참조).

 
표가 말해주듯 마잉주 정부 등장 이후 전반적으로 투자규모나 심의절차 등이 완화되는 추세이다. 첨단산업 및 금융부문에 대한 투자불허 방침도 느슨해졌다. 현재 대만 정부는 LCD 분야의 경우 중국투자를 허용하되 ‘N+1, N+2’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대만의 첨단 설비보다 한 두 세대 낮은 단계의 설비투자에 한해 중국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현재 대만의 LCD 최신 생산설비가 8.5세대인 만큼 6세대나 7.5세대 설비를 투자할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산업 고도화 방침 등을 고려할 때 기술적으로 열위에 놓인 대만의 설비투자를 환영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 자본이 대만으로 진출하는 합작방식은 어떨까. 바로 한국 언론들이 상정했던 ‘중국 자본+대만기술’의 제휴 가능성이다. 앞서 기술했던 5월 중국 국무원의 ‘경협진전8개 방안’에는 중국기업의 대만투자 촉진 항목에 전자분야가 포함돼 있어 이 가능성을 열어놓은 반면 대만 당국은 여전히 반도체 LCD 등 첨단분야의 중국 자본 진입을 불허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로선’ LCD 분야에서 양안기업의 직접 협력 가능성은 정부 규정에 의해 차단돼 있다.

 
여기서 최근 중국 LCD 및 LCD TV시장의 동향을 살펴보자. 중국 내수시장 중에서도 특히 LCD TV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서도 지난해부터 중국 로컬브랜드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4>는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 브랜드 LCD TV의 점유율이 올 상반기 50%를 돌파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일본과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떨어지고 있다. 대형 TV의 경우 전통적으로 외국 브랜드 강세시장이었지만, 최근 중국 브랜드의 돌풍은 50인치 이상 LCD TV 시장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그림 5> 참조).

 
중국 로컬 브랜드의 돌풍은 가전하향(家電下鄕) 이구환신(以舊換新)과 같은 소비진작 보조금 정책이 자국산 TV 매입에 배타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가전하향은 지방정부 단위로 시행되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가전하향 대상 제품을 소형 TV로 제한하거나 로컬형 특정 규격을 자격요건으로 지정하는 등 산하(지분을 가진) 전자기업의 판로를 확대해주려는 정책동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중국 LCD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6.2%, 35%였지만, 올해 1분기엔 29.7%, 56.5%로 완전 역전됐다. 이는 LCD TV시장에서 가전하향 등 정책변수의 혜택을 주로 대만산 LCD 패널을 채용한 소형 TV가 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 LCD TV업계와 대만 LCD업계의 동향을 감안할 때 향후 양안협력은 수급관계를 공고히 하는 일종의 묵시적인 ‘상호 잠금(Mutual Lock-in)’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첫 이유는 대만은 LCD를 최종 소비하는, 대형 TV업체가 없는 반면 중국은 LCD 설비경쟁력이 취약하고 생산능력이 모자라 수입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양안 LCD 부문이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상생하기 위한 훌륭한 전제조건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업체들은 자국 내에 LCD 공급업체와 수요업체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잠금’효과를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수급업체 간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양안업체들은 이 점에서 태생적으로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잠금’은 관세인하나 직접투자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즉 양안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으로 협력의 과실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이다.

 
하이신 하이얼 창홍 TCL 등 중국의 9개 LCD TV 업체들은 지난 6월 대만을 방문, 22억 달러의 LCD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바이 차이나(Buy China)’ 정책에 따른 캠페인성 구매사절단으로 시작했지만, 양안 모두 이번 거래가 가져다 준 시장지위 향상 효과에 주목하는 분위기이다. 향후 거래관계가 정례화한다면, 공동의 차세대 LCD 세대 규격을 제정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찾는 수순으로 이행할 수 있다.

 

 

Ⅴ. 시사점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양안 간 경협은 단기적으로 관세인하 프로그램의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한국산 화공제품 상당부분이 경쟁력 열세에 놓일 우려가 있다. 또 LCD 분야는 관세인하 보다는 양안 LCD부문의 ‘상호 잠금’ 체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관세인하 혜택은 대만산 LCD업체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자칫 중국 LCD 부문의 종속성을 심화할 수 있는 반면, 대만 LCD와 중국 LCD TV업계 ‘상호 잠금’ 체제는 가격 외적인 요인 때문에 어느 한쪽의 헤게모니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윈-윈’ 구조이다. 설사 대만에 대한 특혜적인 관세인하가 현실화 하더라도, 중국에 수입된 한국산 LCD 패널의 8할 정도가 재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양안 관세인하의 파장은 화공분야보다 약할 것이다.

 
화공이나 LCD 부문 모두 직접투자나 기술제휴를 통한 보다 강력한 양안 협력체제가 등장할 수 있으나 제도적인 장벽을 넘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시 말해 정치적인 신뢰가 쌓인 뒤에야 가능한 중장기 환경변화로 볼 수 있다. 지나친 ‘친중 기조’는 마잉주 정권의 연임을 좌절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LCD의 경우 한국과 일본기업의 패널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대만 정부가 중국진출 제한이나 중국자본의 대만유입 제한조치를 한결 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고에서 대만과의 경합품목으로 분류한 세 산업부문의 대중수출액은 지난해 한국 대중수출의 28.6%, 전체 수출의 6.2%(262억 달러)를 차지하는 효자 수출 군이다. 지난해 중동지역에 수출한 전 품목의 수출비중(6.3%)과 엇비슷하다. 만약 중동지역에 수출하는 전 품목이 배타적인 FTA협정에 의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국내에서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다. 양안 간 경협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요즘 차이완 효과에 대한 한국 내 우려는 일과성 문제제기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양안 경협이 한국 대중수출에 위협적인 것은 앞서 파악했듯 한국과 대만의 주력 수출업종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대중 수입집중도가 대부분 산업분야에서 한국과 대만과의 경쟁 없이 골고루 1을 넘어선 것과 뚜렷하게 비교된다(<표 1> 참조). 양안의 경협확대가 관세인하로 진행되더라도 일본산 수입품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한국 대중 수출의 몇몇 품목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은 향후 대중 통상협상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대만의 대중 직접투자액을 성급 행정단위로 나눠보면, 대만은 화남과 화중지역에 걸쳐 비교적 널리 퍼져있는 반면 한국기업들은 화북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그림 6> 참조).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중국에서는 직접투자의 수입 유발효과가 매우 높다. 이를 바꿔 말하면, 대만의 대중수출은 주로 화중 화남지역에 대해 이뤄지고, 한국의 그것은 화북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의 최대 내수시장은 강소 절강 상해를 중심으로 하는 화중지역이다. 한국기업들의 ‘화북 편식성’은 중국 로컬업체들과의 긴밀한 유대형성을 통해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안 간 관세인하 프로그램은 일단 가동된다면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수출품목 군을 포함한 대다수 교역 품목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다. 유통 법률 회계 등 제조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서비스 부문의 개방은 이미 양안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한국 상품 및 기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위협요인을 감안할 때 양안 간 관세인하는 결과적으로 한중 FTA를 시기적으로 앞당기는 강력한 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중 FTA는 학계, 반관반민 차원의 타당성 검토에 이어 정부간 협상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한국 측이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보다 낮은 우선순위를 적용한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양안 간 관세인하 프로그램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중 FTA의 조기체결에 미온적인 한국 정부를 끌어들이려는 목표를 세웠을 수도 있다. 한국이 대만해협에서 불어오는 ‘먹구름’에 충분히 대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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