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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식 페루문명 이야기] <2> 시판, 20세기를 놀라게 한 고고학적 발견

지식창고지기 2009. 12. 24. 11:56

최광식 페루문명 이야기] <2> 시판, 20세기를 놀라게 한 고고학적 발견

한국일보 | 입력 2009.12.16 23:01

 

1800년 前 시판왕 피라미드, 인류 고대 국가의 비밀 생생히
높이 35m 피라미드 무덤에서 황금유물 쏟아져
3명의 부인·경호원 등 순장… 강력한 왕권 시사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북부 도시인 치클라요 지역에 '20세기 세계 3대 고고학적 발견'의 하나로 꼽히는 시판왕의 피라미드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 페루 리마에서 400km 떨어진 남부 해안 지역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회화 '나스카 라인'. 지표면을 파낸 뒤 아래의 밝은색 흙이 드러나도록 해 명암이 대비되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은 거미 모양의 나스카 라인이다.

↑ 1987년 페루 북부 람바이예크 계곡에서 발견된 시판왕의 피라미드. 흙 벽돌로 지어진 두 개의 커다란 제단과 이를 연결한 기단, 그리고 장례용 기단으로 구성돼 있다.(왼쪽 사진) 시판 유적을 발굴한 월터 알바(오른쪽 사진의 왼쪽) 시판박물관장과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

↑ 기원후 300년경 페루 북부 지역의 맹주였던 시판왕 무덤의 발굴 당시 모습. 목관에 안치된 왕과 3명의 부인, 2명의 전사, 1명의 파수꾼의 유골 및 수백 점에 달하는 황금 장식 유물과 토기 등 화려한 부장품이 발견됐다.

1987년 페루 고고학자 월터 알바의 조사팀은 당시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모체 왕의 관을 시판 유적 무덤에서 발굴하였다. 무덤 주인이 왕임을 강조하여 모체 왕을 '시판왕'이라고 칭하였다. 시판왕은 구리로 이어 만든 목관에 안장되어 있었으며 3명의 부인과 2명의 전사, 각 1명의 어린아이, 감찰관, 경호원이 발이 잘려나간 채로 함께 매장되어 있었다. 라마 두 마리와 개 한 마리도 발견되었다.

목관이 안치된 옆방에서는 수백 개의 토기와 소량의 장식품, 음식이 발견되었고, 남벽의 움푹 패인 공간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의 몸은 의복, 무기, 홀, 방울, 머리장식, 기장, 금제 및 금동제 복식, 수천 개의 조개 구슬로 만든 가슴 꾸미개, 목걸이, 코 장식품, 왕관, 모자이크 무늬의 귀 장식품 등 수많은 부장품들로 덮여 있었다. 이 모습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태양의 아들, 잉카' 전에 복원 전시되고 있다.

시판왕과 함께 묻힌 주검들은 왕의 생전 측근들로 추측되며, 그들이 지닌 장식품들로 그 지위와 역할을 말해주고 있다. 고대인들은 관습과 신념에 따라 그들의 왕이 죽으면 왕과 함께 순장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시판왕은 세 영역(왕권, 군사권, 종교권)을 아우르는 권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기원후 2~3세기 람바이예크 지역의 운명을 쥐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의 유골을 분석한 결과 사망 당시 약 40세 정도의 나이였으며 건강한 신체에 균형잡힌 체형을 가졌으나 함께 묻힌 남성들에 비해 강한 근육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해안에서 가까운 시판 유적의 주변 환경은 거의 모래사막과 같았는데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수목이 말라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규모 거주지와 주변 지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두 람바이예크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시판의 고고학적 기념물은 2개의 크고 침식된 벽돌로 만든 피라미드 구조물로 되어 있다. 이 거대한 건조물은 동에서 서로 3단을 이루고 있다. 첫 번째 피라미드의 길이는 140m, 높이는 최고 35m에 이른다. 두 번째 피라미드의 길이는 70m, 평균 높이는 약 70m에 이른다. 그리고 북쪽을 향하여 조그만 단이 설치되어 피라미드를 향하여 제사를 드리는 공간을 이루고 있다.

이 조그만 단에서 4기의 무덤이 발견되었는데 시판의 왕, 제사장, 전사 등의 무덤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주변에서 황금 유물을 부장한 귀족의 무덤으로 알려진 고분이 발굴되었는데 부장품이 고스란히 발견되어 이 시기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무덤의 하층부에서는 정교한 공예품이 출토되었으며 이는 특권층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근처의 다른 조그만 방에서는 수백 점의 토기, 몇 점의 장신구, 음식물 등이 발견되었다. 더구나 그 위층에서 순장을 한 시판의 귀족은 순금으로 만든 여러 가지 장식품을 수반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이미 '수장사회(chiefdom)'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이 귀족의 무덤이 피라미드와 왕의 무덤의 입구에 있는 것으로 볼 때, 앞으로 발굴이 더 이루어져야 확실하겠지만 이미 '왕국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더 깊은 문화층을 발굴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 고대 국가의 형성과 발전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세기적 발굴이라고 할 수 있다.

출토된 유물들 일부는 근처의 유물전시관에서 전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물들은 여기서 자동차로 1시간 걸리는 시판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발굴 책임자였던 알바 박물관장의 안내로 유물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중요한 유물 41점이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태양의 아들, 잉카' 전에 출품되었다. 시판박물관 유물은 지금까지 단독으로 해외 전시를 하였을 뿐 다른 박물관 유물과 함께 전시한 적이 없는데, '태양의 아들, 잉카' 전이 사상 최초로 페루의 다른 박물관에서 출품된 유물들과 함께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알바 관장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알바 관장은 또한 요즈음 새로이 많은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슴 등이 그려져 있는 고분벽화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주며 사진자료들을 보여주었다. 그것들이 고구려 고분벽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외에도 새로운 발굴을 통하여 많은 자료들이 출토되었다고 해 나는 그에게 한국에 와서 새로운 자료에 대한 특강을 해주기를 부탁하였다. 내년 1월에 개최될 예정인 알바 관장의 국립중앙박물관 특강이 페루의 고대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를 더욱 풍부하?해주리라 기대한다.


神과 연결되는 길이 었을까, 풍요 꿈꾼 상징물이었을까


■ 나스카 평원의 불가사의한 그림들

시판왕이 이룩하였던 모체 문화(기원후 100~700)와 같은 시기에 페루 남부 해안지역의 나스카인들은 많은 선을 그린 그림을 남겼는데 농경, 달력, 천체에 관한 복잡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나스카 평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그림이 가장 집중적으로 발견된 곳은 후마나 평원과 산호세 지역이며 약 1,000㎢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선 그림은 여러 종류의 새(벌새, 콘도르 등), 80m 크기 원숭이, 46m 길이 거미, 200m 길이 도마뱀, 24m 길이의 물고기와 고양이, 꽃, 풀 등의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나선형, 끊어진 선, 방대한 길이의 선 등의 복잡한 기하학 무늬의 그림도 있다. 이들은 평원 지대에서 언덕과 강 유역까지 다양한 지형에 그려져 있었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탐험가인 폴 코속은 1927년 이 '나스카 라인'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그는 나스카 라인과 천문학 간의 연관성을 연구하였다. 그는 방사형 그림의 중심이 해와 달의 출몰을 관측하는 지점이었고, 두 줄의 선은 별과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방형과 삼각형 구역은 의례가 거행될 때 구성원들이 서 있던 영역이라고 주장하였다.

코속과 함께 나스카 라인을 발견했던 그의 제자인 독일인 여성 수학자 마리아 라이헤는 코속의 이론을 지속하여 펼쳐나갔다. 라이헤의 주장에 따르면 다양한 크기의 반복적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상징적 기록 체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일부 선은 천체의 출현을 의미하며 또 다른 선이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를 의미한다고 밝혔으며 동물 모양은 별자리를 지칭한다고 하였다. 두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요소가 농사력을 제작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으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스카의 선 그림은 천체와 역법과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선은 조상 숭배 신앙을 바탕으로 한 신성한 통로이며 산신과 연결되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선과 모형이 물, 산에서 비롯된 풍요 기원제와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가정들은 산신이 날씨를 조정한다고 믿는 안데스 사람들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스카인들은 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며 이와 관련한 제의를 지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의례가 거행되는 장소를 구획하기 위한 신도를 그리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삼각형이나 사각형은 수원(水源)을 의미하는 상징 모양이며 다양한 형태는 현재까지도 칠레 북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물을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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