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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6월 9일) 중국의 북경대학교 철학과 석박사 한국유학생들이 뜻을 모아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비록 소수 인원이긴 하지만 현 시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일치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조그마한 힘 보탠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아래와 같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문을 기재합니다.
북경대학교 철학과 석•박사 한국유학생 시국선언문
"아름다운 삶을 향해 희망 하나 보태며"
우리는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며, 또한 아름다운 삶을 지향하고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국민을 위한 바른 정치를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목도하며, 비록 작은 모임이나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여 얻어낸 공통의 견해와 요구 사항을 밝히고자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를 큰 슬픔에 빠져들게 했지만, 동시에 자기성찰의 계기를 열어주었다. 봉하마을부터 전국 각지와 이곳 북경의 시민분향소까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곳에서 우리는 그를 애도하는 눈물과 함께 수많은 자기성찰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들 역시 그로 상징되는 민주주의 실현,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탈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다함께 잘 사는 나라 만들기 등의 가치와 희망을 함께 지켜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개개인으로 흩어지고 방관자로 남아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한국의 지식인 집단은 왜 침묵하고 있느냐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숨죽이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자 현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보수언론은 일제히 "국민화합"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정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환골탈태의 노력이 없는 "화합"은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채 현상을 유지하려는 눈가림일 뿐이다.
현 정부의 "실용정치"는 자신의 도덕적 결함을 은폐하고, 무모한 경쟁심을 자극하여 가시적 성과와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허울 좋은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2008년 촛불집회에 대한 기만적 사과와 뒤이은 관련자 검거 열풍,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용산참사 등은 "실용"이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사실상 현 정부가 삶의 질과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철학이 부재함을 스스로 공언한 것이다.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금산분리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부동산 투기지역 해제, 4대강 개발 사업,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의 개악 등 일련의 경제 관련 정책들은 재벌과 소수 최상위 계층만을 위한 정책으로 민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대북관계를 대립적으로 몰아가며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계층 갈등과 민족 화합이 위기인 이 때, 민생과 민족에 기초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럼에도 경제 발전과 국정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현 정부와 집권여당은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형성되는 비판적 여론에 대한 무차별적 통제, 언론을 재벌에게 넘겨주는 미디어 관련법 입법 추진 등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허무는 행위이다. 현 정부는 각계에서 제기하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집권여당은 색깔 논쟁을 부추기며 건전한 여론 형성과 토론을 가로막고 대립만을 조장하고 있다. 힘겹게 이루어낸 초보적 민주주의마저 과거로 되돌리는 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광장을 개방해야만, 국정 안정과 경제 발전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정부의 국정 동반자로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대변하는 창구여야 한다. 그러나 집권여당은 동반자로서 균형을 상실한지 이미 오래이다. 민의를 살피고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여 자기 지분을 챙기며 당권 경쟁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청와대를 향해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으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MB악법"들과 반민주 반민생 정책들을 계속 고집하는 한 어떤 방식의 쇄신도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재의 상황을 국가의 총체적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초래한 책임이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또한 우리 역시 위정자들의 공권력 전횡과 국정 농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권력 주체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거듭 자성한다. 이에 준엄한 자기비판을 바탕으로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게 다음의 사항들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라.
하나.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중단하라.
하나. 재벌 위주의 경제 정책을 포기하고 민생 정책을 시행하라.
하나. 공권력을 앞세운 강압 통치를 중단하라.
하나. 사상과 표현,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
하나. 한나라당은 "MB악법"의 입법 추진을 중단하라.
2009년 6월 9일
중국 북경에서
북경대학교 철학과 석•박사 한국유학생 모임 21명 일동
시국선언문 참여자 명단:
고재석, 류종수, 박길수, 박영진, 백종석, 서강휘, 서장미, 선병삼, 설충수, 소동옥, 신사임, 신창우, 유은주, 이임찬, 일 혜, 조병무, 조윤경, 최동석, 최성준, 현 견, 황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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