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역사(세계)

로마의 전략적인 제국 경영 지혜를 배우다 - 리어왕

지식창고지기 2010. 1. 25. 20:48

세계 100대 기업 중 지난 60년대 이후 30년간 살아남은 기업은 38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난 1990년 국내 30대 기업 중 10년 후인 1999년까지 자리를 지킨 곳은 불과 16개에 불과했다. 탈락한 14개 회사가 10년을 버티지 못할 것은 창업의 성공과 기업의 확장이 경영 2, 3세대로 이어지는 수성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마는 기원전 763년에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언덕에서 출발하여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이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는 거대 제국을 건설하여 천여 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세계를 지배하였고 서구 문명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

어느 국가, 어느 기업도 로마제국과 같이 강대하면서도 장기간 존속한 조직은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로마제국이 강대하게 장기간 존속할 수 있었던 원리를 찾는다면 최고의 기업으로 영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대의 기업들에게 유익한 성공의 전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선 로마가 현대의 기업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제시한 4가지 원리인 개방성, 창조적 변혁과 위기관리 능력, 유·무형의 시스템, 인재 배출의 경쟁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로마의 첫 번째 교훈은 글로벌 시대, 글로벌 경영의 핵심인 개방성이다.

로마처럼 오픈 마인드가 강한 개인이나 집단은 모든 것을 자기가 다 하려고 하지 않는다. 로마는 정치와 군사, 국가 규모의 경제정책과 사회간접자본 정비 외의 임무는 시장 원리에 기반을 두어 각 분야에 뛰어난 인물에게 맡겨 제국 운영상 효율성이 높이는 국가 분업 체제를 활용했다.

에트루리아인은 토목, 그리스인은 바다를 통한 통상, 갈리아인과 게르만인은 기병 전력을 담당하는 식이었다. 로마의 이와 같은 필요 핵심기능의 아웃소싱이 세계제국의 밑거름이 된 것처럼 현대기업들의 세계화 전략에서 국제 분업체제가 주는 교훈은 상당하다.

로마는 역발상의 시도에 대한 개방성 역시 뛰어났다.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창의적이다.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기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해 보거나 남들이 하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본다. 소위 역발상의 내공이 있는 것이다. 포장도로를 네트워크로 구축하여 효과를 한층 높이고 에트루리아인의 아치와 볼트 원리를 발전시켜 건축 양식으로 승화한 것도 로마인이었다.

그리고 5단층 갤리선을 가지고 있는 카르타고와의 해전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어떤 민족도 배 위에 설치한 적이 없는 신무기인 까마귀를 고안한 것도 로마인이었다. 항해술에 자신이 없는 로마인은 까마귀를 이용하여 해상 전투를 육상 전투로 바꾸려고 생각한 것이다.

대머리에게 빗을 판다는 개그 콘서트의 지하철 2호선 노마진씨의 개그처럼 산골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안동 간고등어 사업체, ‘술이 보약’이라는 역발상으로 히트를 친 국순당은 로마의 역발상의 재치를 따르려는 노력으로 현대 우리의 기업들이 배워야 할 자세이다.

두 번째 교훈은 창조적 변혁과 위기관리 능력이다. 로마는 인간만이 아니라 도시와 국가, 그리고 제국도 언젠가는 멸망할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끊임없는 위기의식과 어떻게 흥하고 멸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변신,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역사가 폴리비우스는 켈트족의 침입을 로마가 강대해지기 시작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켈트족의 침입이 로마 역사에서 분명히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다른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과 같은 분기점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기점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색과 새로운 사상, 새로운 가치가 요구된다.

로마인은 이런 분기점에서 공화정의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고 귀족들이 중심이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평민들의 국정참여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발전을 이룩해 내었다. 이처럼 외부와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조직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내부적인 능력이 중요해지며 동시에 조직 변혁도 과거에 대한 존중과 현재의 조직에 내재하고 있는 지혜를 동시에 인정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즉, 조직 변혁은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고 온 원리는 유지해 가면서도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 기업이 종래의 방식만을 고집하고 주위의 환경에 유연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멀지 않은 장래에 존망의 위기에 허덕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앤디 그로브가 지적했던 전략적 변곡점 즉, 새 기술의 잠재력, 새로운 경쟁관계의 효과, 변천하는 소비자와 공급회사의 힘 등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중요한 시점에서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변혁 그리고 창조적 개혁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

창조적 변혁의 힘과 함께 중요한 것은 로마의 위기관리 능력에 있다. 로마는 켈트족에 의한 패배와 세 차례에 걸친 해양대국 카르타고와의 포에니 전쟁에서 원정선단이 모두 침몰하는 위기를 극복하고 해양강국으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대부분의 나라가 위기 시에 국론이 분열되는 것과 달리 위기 상황에 오히려 하나가 되는 로마의 모습에 있다.

한편, 로마는 타국과 전쟁이 시작되면 거국일치 체제가 되어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전투가 끝나기가 무섭게 귀족파와 평민파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는 것이 상례였다. 즉, 로마인의 문제 인식과 추출 능력 그리고 적절히 우선순위를 매겨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주목하였다는 점이 뛰어나다.

더욱이 공화정 로마에서는 군사령관을 겸임하는 집정관에게 일단 임무를 주어 내보낸 뒤에는 원로원조차도 작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즉, 임지에서 전략이나 작전을 짜는 것도 완전히 집정관에게 일임하고 강화를 제의하거나 제의받는 것은 물론 강화 조건을 제시하는 것부터 강화 교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집정관에게 일임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위기 상황에 에너지를 집중하여 보다 시기와 상황에 맞는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력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1997년 아시아를 강타했던 외환금융 위기 속에 전 국민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 모으기 운동, 아나바다 운동, 달러 모으기 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협심하였고, 노사 간의 협동으로 근무 시간의 연장과 봉급의 축소를 통해 회사의 어려움을 타개하려고도 하였다.

외환금융 위기 이후 현대는 자동차, 전자, 중공업, 건설, 금융 및 서비스에, 삼성은 전자, 금융, 무역, 서비스에 LG는 화학 및 에너지, 전자 및 통신, 금융, 서비스에 SK는 에너지 및 화학, 정보통신을 2개축으로 하여 금융, 물류 및 서비스 등 4개 분야 22개 사로 계열사를 축소하였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의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지만, 위기 시에 기업의 문제를 파악하고 기업의 역량을 우선순위에 집중하여 오히려 참다운 변화로의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무쌍한 기업적 환경과 경쟁 그리고 때로는 불안정한 시국 속에서 기업들은 로마에게서 수많은 존망의 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세 번째 교훈은 유·무형의 시스템이다. 로마는 체계적인 교본과 매뉴얼을 보유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공화정 로마시기에 해마다 바뀌는 집정관 체제와 매년 군대를 재편성하는 시민군 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전을 치룰 수 있었다. 로마군은 군단편성, 행군속도, 숙명지 건설, 보초 서는 방법, 전투대형, 병사 각각의 역할 등이 모두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고 군율과 상벌도 상세히 정해져 엄격하지만 공정하게 실시하였다.

또 로마는 국내의 대립 관계를 해소하는 거국일치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제각기 공동체 일부의 이익만을 대표하는 경향이 있는 왕정과 귀족정, 민주정이라는 어느 한 정치체제를 고집하지 않고, 집정관 제도를 통해 왕정의 장점을 살리고, 원로원 제도를 통해 귀족정의 장점을 살리고, 민회를 통해 민주정의 장점을 살린 독특한 정치체제를 확립하였다.

특히, 의견 교류의 장으로서 귀족과 평민의 구별 없이 모든 로마시민들로 구성된 민회에서는 국가의 모든 주요 정책에 대한 열띤 찬반연설이 있었고 시민들은 이를 듣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였다. 자기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과 교류를 통하여 로마는 심적 교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공동목표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마는 검증받은 인재를 양성하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추었다. 제 2차 포에니 전쟁 때 카르타고는 한니발이라고 하는 한 명의 강력한 지도자에 따라 움직였지만 로마는 이 전쟁 동안 25명의 집정관을 배출하였다. 지도자가 전쟁에 나가 죽고 또 죽어도 늘 새로운 지도자를 충원할 수 있는 시스템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로마는 현장에서 체험을 쌓는 것을 중시하고 핵심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로마의 명문가 젊은이는 20대를 군대에서 지휘관으로 복무하고 말단 행정직을 경험한 뒤 단계별로 공직을 거치고 리더십을 검증 받으면서 지도자로 성장했다. 예비 지도자들은 회계 보고의 임무를 경험하게 하는 관습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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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재 개발 시스템은 GE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GE는 품질관리 운동을 개시할 때, 주요 여섯 단계의 직무들을 맡는 것이 인재 개발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가장 잠재력 있는 인재들은 초급관리자-중간관리자-영역전담 관리자-사업총괄관리자-그룹관리자-기업 관리자의 여섯 단계 즉, 소위 검은 띠 직무들을 시작으로 점점 더 큰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폭넓은 경험들을 배워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데 이용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초우량 기업으로 사업이 확장됨에 있어서 기업의 번영을 유지하는 수성은 가장 큰 도전이다. 초기의 효율적인 시스템 운용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이후 창업주의 정신이 반영되지 못하고 변질되거나 고질적인 관료체제의 문제점에 부딪쳐 상황에 맞게 변형 및 발전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로마의 제국 경영에 있어 시스템의 원리는 현대의 거대 기업에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네트워크와 시스템의 확충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네 번째 원리는 인재 배출의 경쟁력이다. 로마는 실력을 중시하는 사회였다. 클리엔테스를 이끌고 대거 로마로 이주해온 타부족의 유력자한테도 기원전 367년에 리키니우스 법이 제정된 뒤로는 관직을 경험한 평민 출신에게도 원로원 의석을 제공하였다. 로마는 뜻을 같이 하는 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식민지 출신 또는 해방노예라도 역량 있는 자를 지배계층으로 편입하여 광대한 제국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계급, 인종, 종교, 피부색에 상관없이 항상 확충할 수 있었다.

로마와 같이 실력주의를 기반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더 리미티드(The Limited)의 실적을 향상시킨 인물이 레스 웩스너(Les Wexner)이다. 그는 세계적인 수준의 관리 책임자들, 재무, 물류, 점포운영, 정보통신분야의 관리자들을 새롭게 들였다. 상위 250개 직위의 절반 이상에 새로 들어온 인력들은 조직에 풍부한 경험과 신선한 사고를 불어넣어 주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인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깨우쳐 주었다.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혈이 절실하게 되면 조직은 개방과 외부수혈을 통해 생존방식을 찾아가거나, 능력 있는 내부인의 발탁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또, 로마는 기존의 매너리즘을 깨뜨릴 새로운 창조적 소수자를 지속적으로 포용하였다. 성공자이기 때문에 완고한 사람은 변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어도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 때문에 다른 길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개혁은 혁신가를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카르타고의 식민지였던 에스파냐를 탈환한 스키피오가 다음 목표를 카르타고 본국으로 정했을 때, 원로원이 로마의 전례에 따라 집정관의 나이를 제한하고 창조적 개혁자에게 권한을 위임해주지 않았다면, 혹은 스키피오가 자신의 책임 하에 과감히 아프리카로 진주하여 한니발을 격퇴하지 않았다면 아마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로마인은 실패의 경험을 성공의 양분으로 삼았다. 로마는 팔레르모 공방전에서 패배한 장군을 본국으로 소환되어 사형시켰던 카르타고와 달리 싸움에 패한 장수를 처벌하지 않고, 패자에게도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는 사회였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풍이 형성됐고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사회가 공유했다. 켈트족의 침입은 로마로서는 최초의 패배였지만 그 실패를 토대로 조국의 허약한 현실을 자각하여 기존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개량하여 다시 일어섰다.

현대의 기업들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널리 인재를 구할 수밖에 없는 더욱 더 치열한 인재 전쟁을 치르고 있다. 더 나은 인재풀을 구축한다는 것은 모든 계층의 리더와 관리자가 인재 지향적 태도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이는 모든 계층에서 더 나은 인재를 보유하는 것이 경쟁사를 능가할 수 있는 길임을 굳게 믿는 것, 변화에 예민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거듭나 더 나은 인재가 경쟁 우위의 중요 원천이라는 신념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는 인류의 지혜가 집대성된 위대한 교과서이며 만류귀종(萬流歸宗)과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원리가 충실히 반영되는 장이다.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저서 로마인 이야기에서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민족인 로마인들이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커다란 문명권을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었을까하는 질문을 제기한다.

이 질문은 책을 읽어감에 있어 탄생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외부와의 경쟁의 역사 속에서 이탈리아 반도의 통일과 지중해 세계의 제패를 통해 경쟁에서 승리하고 제국 경영을 할 수 있었던 로마의 힘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는데 중심축 역할을 했다.

앞에서 살펴본 로마의 인재 경영과 세계화 전략은 개방성, 창조적 변혁과 위기관리 능력, 유·무형의 시스템, 인재 배출의 역량으로 집약할 수 있다. 로마가 천년의 역사에서 수많은 존망의 위기를 헤쳐 나오는 과정은 오늘날 기업들에게 세계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며 번영할 수 있는지 전략적인 지혜를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