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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에 ‘갓 쓴 예수’ 그림

지식창고지기 2010. 1. 26. 07:58
19세기말에 ‘갓 쓴 예수’ 그림
[동아일보] 2010년 01월 25일(월) 오전 03:00   가| 이메일| 프린트


[동아일보] 풍속화가 김준근의 기독교 그림 42점
숭실대 박물관, 논문과 함께 도록 발간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 기독교가 한국에 전래되던 19세기 말, 한국인의 눈에 비친 예수는 이런 모습이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은 최근 국내 기독교 미술의 뿌리로 평가받는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기독교 그림 42점을 영인해 연구 논문과 함께 도록으로 발간했다.

김준근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대표적인 풍속화가. 이들 그림은 1895년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된 존 번연의 ‘텬로역정(天路歷程)’에 수록된 삽화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복음전도사의 계도를 받고 집을 떠나 천국으로 들어설 때까지 과정을 42개의 장면으로 표현한 것. 기독교박물관은 이 42점을 목판으로 다시 제작해 고서판형으로 찍어냈다.

박효은 홍익대 강사(한국미술사)는 이 도록에 ‘텬로역정 삽화로 읽는 구원의 길’이란 논문을 싣고 이들 삽화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고찰했다. 김준근의 기독교 그림에 대한 국내 첫 논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예수를 한국식으로 표현했다는 점. 박 씨는 “11장면에 등장하는 예수는 물론이고 주인공 크리스천과 천사도 한국식으로 표현했고 아폴리온만 서양식 악마로 표현했다”며 “기독교를 한국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주인공 크리스천의 모습이 가난하고 비천한 외모에서 임금이나 상급 관리의 외모로 변해간 점도 흥미롭다. 박 씨는 “주인공의 영적인 성장과 구원의 과정을 당시 한국 사회의 신분 개념에 대입해 시각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