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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 돈황 고문서 더미에서 건진 원효 저술

지식창고지기 2010. 2. 10. 20:16

[단독] 중국 돈황 고문서 더미에서 건진 원효 저술

한겨레 | 입력 2010.02.10 17:50 | 수정 2010.02.10 20:00

 

[한겨레] 가장 오래된 8세기 '대승기신론소' 필사본 발견

단편 5점, 17세기 일본 간행본보다 600년 앞서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 대사(617~668)가 지은 대표적 저술인 <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 의 가장 오래된 8~10세기 필사본 단편이 서역 실크로드의 요지인 중국 돈황의 고문서 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 대승기신론소 > 는 지금도 국제적 권위가 높은 대승불교 경전의 일급 해석서로, 이번에 발견된 필사본은 지금까지 가장 오랜 저본인 1696년 일본 간행본보다 최소 600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중국의 불교사 연구자인 승려 팅 위엔은 오는 22일 열리는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의 고대 문헌 학술세미나(서울 관문사)에 발표하는 논문('돈황 사본에서 발견된 원효 저술에 대하여')을 통해 이런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그는 논문에서 영국, 중국, 러시아에 흩어진 돈황 사본(20세기초 돈황 석굴에서 실크로드 탐험가들에 의해 반출된 막대한 분량의 고문서)들을 분석한 결과 < 대승기신론소 > 의 단편 5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팅 위엔의 논문을 보면,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의 영국도서관에 소장된 돈황사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그는 실크로드 탐험가 스타인이 가져온 돈황 문서를 검색한 결과 이들 가운데 일부가 원효의 저술 내용임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도서관에서 확인된 < 대승기신론소 > 의 필사본 단편은 일련번호 7520번이 붙은 스타인 문서에 15행이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뒤이어 중국 베이징대 소장본(일련번호 12261)에서 5행, 러시아 소장본(일련번호 16758, 일련번호 8241, 일련번호 824)에서 각각 3행, 10행, 9행의 저술 내용 단편을 추가 확인했다고 그는 밝혔다.

모두 42행에 달하는 이 단편들 내용은 현재 전하는 < 대승기신론소 > 와 일치하며 약간의 글자 차이만 있다. 팅 위엔은 "8~10세기에 필사된 것으로 생각되는 돈황사본은 원효의 < 대승기신론소 > 에 대한 가장 오래된 실물자료"라며 "17세기 일본에서 나온 판본 외에 다른 고사본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고사본의 발견은 매우 중요하고 획기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불교사 연구자인 최연식 목포대 교수도 "원효의 저술이 10세기 이전 동아시아를 넘어 서역의 돈황까지도 널리 읽히고 유포됐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첫 사례"라며 "획기적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 대승기신론소 > 는 2세기 인도에서 나온 < 대승기신론 > 이란 불경을 해설하며 원효의 철학 사상을 널리 밝힌 그의 대표적 저서다. 원효가 설파한 해동종 불교철학의 기본 원리들이 저술된 명저로 당시 동아시아 불교계에서는 < 해동소 > 라는 이름으로 널리 보급되며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다. 현재 사용중인 < 대승기신론소 > 의 텍스트는 < 대정장 > 이나 < 한국불교전서 > 본으로 그 저본은 일본 겐로쿠 9년에 간행된 판본이지만, 간행 시기는 원효가 입적한 지 약 천년 뒤 출판된 것이어서 10세기 이전의 옛 필사본의 존재는 묻혀있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7세기 신라 학승 의적이 저술한 < 무량수경술기 > 의 사본도 최초로 발견돼 공개된다. 발표자인 일본의 미나미 히로노부 연구원(국제불교학대학원)이 일본 야마나시현의 미노부산 대학의 문고에서 처음 발견한 < 무량수경술기 > 의 사본 분석결과를 사진 자료와 함께 보고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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