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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제학과 생태경제학은 방법론상에서도 많은 차이점을 보입니다. 물론 한쪽은 잘 정립되어 있는 표준 모델을 그냥 사용하니까 더 세련되어 있을 것 같고, 한쪽은 역사도 짧고 별로 한 것도 없어서 세련되지 못했다는 차이점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양 쪽 다 모델링을 사용하는데, 저도 자주 쓰지는 않지만 모델링을 가끔은 쓰고 주로 수학으로 상황을 설명하고는 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모델링을 할 생각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좀 납니다. 일반균형 이론은 기본적으로는 주어진 시간 즉 한 기간 내에 벌어지는 일들을 위주로 모델을 만들어갑니다. 그릴 수 밖에 없는 것이 고전 물리학에서 힘의 균형이 어떻게 생길 것인가라는 - 저울을 연상하면 됩니다 - 라는 전제하에 서 있는 이론틀과 생태계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포식관계와 돌연변이의 출연 혹은 종의 다양성 같은 개념 위에 새운 이론 속에서 시간이 가지고 있는 이론적 위상이라는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균형 이론 내에서 한 국가의 경제를 모델로 구축한다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테인데, 각 개인이 나름대로 경제행위를 한다고 가정하고, 그 경제행위를 부문별로 모아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으로 모델을 만들 수는 없지만, 산업 부문 그리고 노동시장으로 나누고, 여기에 외환시장 같은 것들을 만들어주면, 정확하지는 않아도 국민경제라는 틀 내에 한 명도 빠짐없이 배치시킬 수가 있게 됩니다. 90년대 이후에 GAMS라고 하는 패키지를 사용하는 - 꼭 이걸 쓸 필요는 없는데, 간단한 걸 컴터가 직접 해주니까 좀 편하지요 - CGE라는 모델이 아주 유행했었지요... Computational General Equilibrium이라고 하는데, 컴터로 계산해주는 일반균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요. 잘 지은 이름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로 유행을 했는가하면, 이걸 돌려서 쓴 논문은 한국경제학회에서는 받아주지 않겠다는 공고가 나갈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개나 소나... 보통은 200~300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되는데, 큰 모델은 수 천개씩 되기도 합니다. 하여간 아무리 커도 이건 연립방정식인데다가, 방정식들은 전부 선형(linear)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00개의 직선이 동시에 한 점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이 모델이 해법이 됩니다. 물론 손으로 풀기에는 좀 많아서, 이걸 컴터로 풉니다. 비슷비슷한 모델에서 약간씩 유형을 바꾸는 거니까 요즘은 CGE로는 경제학 박사 학위는 안 줍니다. 만약 준다면... 지탄의 대상이 되지요... 뭘 했다고 이걸 박사를 주느냐... 에너지 같은 경우에는 그냥 산업별로 하면 방정식 10개 미만이 들어가는데, 에너지 경제연구원에서는 이걸 조금 늘려서 20개 정도로 늘립니다. 만약에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다... 그러면 방정식을 추가하면 됩니다. 물론 거시경제의 움직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겠지요... 저는 CGE는 안 하는데, 필요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패키지 사는 데에만 5,000만원 이상 들어가고, 그걸 쭈그리고 앉아서 디코딩하고 있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보여서... 그래서 못합니다. 가장 가깝게는 한칠레 FTA에서의 무역수지에서의 흑자규모나 이런 걸 대외정책연구원에서 CGE로 계산했습니다... 순 구라에 가까운데, 이건 누군가 다른 방식으로 모델을 돌려보기 전에는 비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에 민중경제 모델을 이걸로 하고 싶다면... 예를 들면 원자력 부문과 재생가능 에너지 부문을 늘리고, 노동시장에서도 비정규직을 별도의 방정식으로 뽑아서 만들면 됩니다. 별로 재미는 없겠지만, 필요한 부분의 방정식을 좀 자세하게 하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업이 될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과 이 거시경제 모델링 하는 걸 같이 할 생각이 있었고, 총선 전에는 대선 때까지 이렇게 민중 통합모델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었는데... 도니도 없고, 누가 도와줄 것 같지도 않아서, 포기하고 도망가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런 걸 누군가가 하는 일은 아주 의미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CGE 같은 거시경제 모델은 환경경제학의 모델이라기 보다는 왈라시안들이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이걸 운용하는 사람들이 좀 늘어났습니다. 주로 정부연구소에서 많이 하고, 미국에서는 스탠포드가 중심이 되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이거라도 해야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좀 다른 식의 모델링 작업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생태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모델링은 원래는 로마 클럽에서 사용했던 스텔라에서 발전한 벤짐이라는 걸 씁니다. 이건 생태경제학을 위해서 나온 모델은 아닌데, 도넬라 메도우 여사팀이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빈곤이라는 변수를 집어넣어서 최근까지 작업을 하다가 2년 전에 돌아가셨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WORLD 4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더 나왔나? 벤짐은 단순해보여도 CGE와는 작동원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전문용어로 CGE는 예측모델이라고 하고 벤짐은 시뮬레이션 모델이라고 하는데, 차이는 벤짐이나 스텔라는 시간 축을 주요 변수로 움직입니다. 좀 멋있게 표현할려고 하면, system dynamics 모델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미분방정식을 전산화시킨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여기에서는 엔진에 해당하는 부분은 적분함수입니다.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에 적분함수가 들어가서 시간에 따른 시스템의 누적효과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중심으로 모델이 구성이 됩니다. 비선형 모델인 셈인데, 이 시스템 효과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적분이고, 이 적분에 해당하는 변수를 벤짐에서는 Level이라고 부릅니다. 가끔은 accumulation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Level이라는 이름을 보면 이게 적분기호라는 정도만 알면 됩니다. 예를 들면 양이 한 생태계에 있는데, 출산율과 평균수명을 알고 있고, 포획자가 있다고 할 때, 이걸 어떻게 모델링할 것인가? 출산율은 그대로 쓰면 되고, 사망율은 평균수명에 총 개체수를 곱하고 이걸로 현 개체수를 나누어주면 됩니다... 조금 복잡한데, 수리통계에서 사용하는 평균값 계산하는 방식을 응용한 거지요... 이걸 레벨변수에 집어넣어서 적분해주고, 중간에 점점 증가율이 줄어드는 추세식을 look up 함수로 집어넣어주면, 처음에는 잘 안 늘어나다가 점차 많이 늘어나고, 포화가 되면 역시 증가율이 즐어드는 S자 곡선이 나오지요. 가장 전형적인 생태계의 형태인데, 아=나중에 사망율, 출산율 혹은 lookup 함수의 모양 같은 걸 조금씩 조절해주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지요... 이걸로 거시경제 모델을 할 수 있느냐... 아직 해본 사람은 없는데, 메도우 여사가 로마 클럽 만들 때에는 세계경제 모델링을 이걸로 한 적이 있지요. 안될 것은 없는데, 1년 정도 컴터 앞에서만 살 각오를 하면 만들 수는 있습니다. 에를 들면 제주도라는 closed eco-system을 하나 잡아서 농사를 많이 짓는 경우와 골프장을 많이 만드는 경우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혹은 유기농을 1%에서 시작해서 10%까지 증가한다고 하는 경우에 가격 변수를 외생으로 집어넣어서 모델링을 해보겠다... 이럴 때는 구조 자체가 변하는 것이고 이것도 시간에 따라 기본 구조가 변하니까 CGE로는 하기가 너무 어렵고, 벤짐 같은 걸로는 할 수가 있습니다... 지리산의 예를 들어서 지리산 권역이 생태적 조건 같은 걸 데이타로 만들고 그걸 가지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제 짧은 생각으로는 열 명 정도가 3년 정도 매달리면 할 수는 있겠는데, 기본 연구가 잘 안되어 있으니까, 학계에서는 시도는 좋았는데, 별 근거는 없어보인다... 이렇게 평가하겠지요. 제 후배가 약간의 제 지도를 받아서 울산에서 일본처럼 과학 목적으로의 고래 혼획을 허용하면 어떻게 될 거인가를 벤짐으로 시뮬레이션 했는데... 현재 조건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멸종한다고 나오더군요... 공저로 해서 녹색평론에 논문으로 실을까 목하 고민 중에 있는데, 후배가 기본 공식이 너무 챙피해서 공개하기 싫다고 (요번 생태경제학 여름캠프에 이걸 발표할 예정인데, 본인은 창피하다고 극구 거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생태경제학의 방법론에 벤짐만 있는 건 아니고, 꼭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해야하는 거냐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경제학이라는게 실질적으로는 숫자를 만들어내야 논쟁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게 좋기는 합니다. 이 시스템 다이내믹스로 세계에서 제일 좋은 연구소는 현재로서는 산타페 연구소입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하여간 우파들의 호들갑이란... 삼성경제연구소나 전경련에서는 산타페의 어쩌구저쩌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거기도 아직은 좀 멀었고, 거기에서 뭔가 배우기 보다는 차라리 좋은 생태학 논문 몇 개 읽는게 더 빠르다는 것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생태경제학의 입장으로 볼 때에는 아직 미개척 연구분야로 남아있고, 전세계적으로도 막 시작한 분야는 네트워크 이론인데, graph theory라는 수학을 주로 사용합니다. 나름대로 재밌는 수학인데, 펜에서 손을 떼지 않고 그릴 수 있는 그림 그리고 손을 몇 번 떼야 그릴 수 잇는 그림에 대한 공리를 정리한 이론입니다. 러시아에서 엄청나게 발달했고, 이걸 최초로 컴터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은 슬로베니아에서 3년 전에 만들어졌지요... 이걸 보면... 수학은 돈 없고 종이만 있어도 할 수 있는데, 가난한 슬로베니아의 연구진들도 이걸 하는데 돈이 없어서 우리가 못한다는 건 정말 만도 안된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요. 네트워크 이론은 현재 미국 사회학 같은 문과쟁이들이 좀 한다고 꺼벅대는데, 아직 갈 길 많이 먼 사람들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시카고 같은데 유학 갔던 몇몇 우파들이 사회학 이론을 새로 만든다고 주접떨고 있는 정도인데, 제대로 문제풀 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요... 예를 들면 생협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이런 일을 풀기 위해서는 벤짐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좀 더 확실하게 문제를 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이론이 들어갈 필요가 있지요... 물론 완전 미개척 분야이고, 갈 길 먼 분야입니다. 하면 좋기는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이제 벤짐 운용하는 법에 대해서 약간의 이해를 한 정도라서 2~3년 간은 이 네트워크 이론을 붙잡고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환경경제학에서는 시스템 다이나믹스나 네트워크 이론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양 쪽이 다 같이 사용하는 방법론 중에는 게임이론이라는 게 있는데, 제 해석으로는 게임이론은 제도의 발생 정도에 제한적으로 한 번 정도 해보는 거지, 이걸로 뭘 큰 걸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는 개인적인 편향을 좀 가지고 있습니다. 산타페에서 게임이론 공부하고 최근에 귀국해서 경북대에서 교수하는 사람이 친구인데, 그 친구는 상당히 제한된 해석으로 이론을 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이론이 절정기에 달했던 건 90년대 초반이고, 지금은 슬슬 한계가 드러나 약간 퇴조경향을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나 소나... 게임이론 한다고 환경 분야에서도 난리칩니다. 후배들이라서 심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개나 소나... 제 제자 중에서 게임이론 관심있다고 하면, 그날부로 퇴학... 우리 문중에는 게임이론은 없단다 ^^ ... 아직은 한 번도 짜른 적이 없는데... 하여간 생태경제학이 쓸 수 있는 방법론과 환경경제학이 주로 쓰는 방법론은 이렇게 상당히 다릅니다. 이렇게 골 아픈 모델링을 도대체 왜 하는거야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다 모델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실제로 수학이나 숫자 형태로 대답할 수가 없으면, 우기게 됩니다. 생각은 맞는 것 같은데 보여줄 수가 없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기는 거 아니야... 게다가 아무도 그 말을 돌아보지 않지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철학을 하거나 인문과학 혹은 사회과학을 할 필요가 없듯이, 저처럼 열심히 앉아서 통계보고 수치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 같다... 심히 우려된다고 계산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새만금 때에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간도 없고 그야말로 데이타도 없어서 경제성 평가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하는 방법론을 사용해서, 아마 5조원인가? 손해보게 된다는 계산을 한 적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면 매립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논쟁판을 벌였던 적이 있었는데, 속으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좀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서, 다시는 이런 난장판 상황에서 우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지는 않겠다... 그래서 요즘은... 너는 입으로 공부해? 시절이 하수상합니다. 논리적 정합성이 나쁜 방식은 아닌데, 아무도 그 말을 듣지를 않고, 무엇보다도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과 붙어서 단 한뼘의 양보도 받아낼 수가 없지요... 그래서 열심히 숫자도 들여다보고 모델링도 하는데, 썩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상한 편법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인식론에서 유명한 얘기가, 갈릴레오가 지구는 둥글다고 할 때 갈릴레오가 한 얘기 중에... 망원경으로 여러가지를 관찰했다는 말이 있지요. 망원경이 도대체 지구가 둥글다는 걸 입증하는데 무슨 상관이야? 그렇지만 사람들은 과학의 옷을 입은 것에 대해서 신비감을 가지고 있고, 무조건 맞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델링은... 많은 경우 망원경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면서도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지요... 나도 망원경으로 봤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밤을 새고 있을 때면 특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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