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0> 파도를 헤치고②
최대전함 야마토 맥 잇는 막강 日해군…軍國부활의 노래
2차대전때 이미 항모 보유… 美와 대등한 싸움
中·北견제 '미일 윈윈동맹'속 군사대국화 박차
이상한 군대, 이상한 나라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고? 상식적으로 이상한 말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의 일본 총리의 발언이다.
그 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일본은 이를 군대가 아닌 ‘자위대’로 불렀다. 그러나 지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총리가‘자위대는 군대’라며 스스로 헌법 위반을 인정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체제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ㆍ일 군사동맹이 그 족쇄를 푸는 일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제국 해군과 해상자위대
일본의 군사력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본의 해군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이미 20세기 초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할 때까지도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전함 잠수함 소해함 등을 건조했고, 이들 함정을 이끌고 미 해군과 태평양 곳곳에서 건곤일척의 해전을 벌였다.
태평양전쟁 당시 세계 최대ㆍ최첨단 전함인 야마토함. 일본은 지난달 7일로 격침 60주년을 맞은 야마토함의 10분의 1 모형을 만들어 히로시마현 구레항에 개관한 야마토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
일본이 1927년 건조한 항공모함 아카기. 일본은 아카기가 1942년 6월 미 항모 엔터프라이즈의 폭격기들 공격을 받아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자 구축함 어뢰로 구멍을 뚫어 가라 앉혔다. |
일본에 그 해군력을 상징하던 전함 ‘야마토(大和)’가 있었다. 6만5,000톤 급으로 만재톤수는 무려 7만2,000톤이고 자매함 ‘무사시(武藏)’와 함께 일본이 건조한 가장 큰 전함이었다. 미국이 건조하다 중단한 ‘몬타나’급 전함이 6만500톤이었으니 ‘야마토’가 얼마나 큰 배인지 알 수 있다. ‘야마토’에는 460mm(18.1인치) 함포 9문이 장착되어 있어 무게가 1,460kg(3,200 파운드)이나 나가는 장갑관통탄을 발사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바다에서 사용되었던 포 중 가장 큰 함포였다. 1941년12월7일 시작된 태평양전쟁 약 1주일 후, 일본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에서 건조 완료되어 취역하였고, 유명한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연합함대 사령관의 기함이었다. 45년4월7일 오키나와(沖繩) 북방 200마일 해상에서 미 항공기의 집중공격을 받고 격침되었다.
일본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훨씬 이전인 1927년3월에 구레에서 3만4,364톤급 항공모함 ‘아카기(赤木)’를 건조하여 취역시켰다. 41년12월 진주만 공격 함대의 기함이었다. 처음에는 순양 전투함으로 계획되었으나 설계변경을 통하여 항공모함이 되었다. 42년6월4일 미드웨이 북방에서 작전 중,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CV-6)에서 발진한 폭격기들의 공격을 받아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일본은 그 이튿날 일찍 구축함의 어뢰로 항공모함 옆에 구멍을 뚫어 가라 앉혔다.
일본은 공격무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현재는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헬리콥터 탑재 구축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1만3,500톤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1만7,000 – 1만8,000톤급이며 대 잠수함 작전용 헬기3대, 소해용 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이만한 크기의 전함에 헬리콥터만4대 탑재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으로 이 배가 완성될 무렵에 이르면 설계변경, 구조변경을 통해 폭 30m, 길이 180m의 활주로가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방위청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수직 이ㆍ착륙기를 탑聆玖?훌륭한 경 항공모함이 될 것이다. 현재 취역하고 있는8,900 톤 ‘오스미(大隅)’급 상륙함도 실제는 1만3,000톤급에 이른다. 상륙용 공기부양정과 ‘CH-47 시누크’헬리콥터만 탑재한다고 하지만 충분히 소형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군대도 아니라는 해상자위대가 이처럼 이미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신의 전자 통신 과학기술, 가장 큰 전함과 가장 큰 함포를 만들어 본 일본제국 해군의 경험,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기술이 어우러져 이룬 결과이다.
‘보통국가’ 일본
일본은 헌법을 편리한 대로 이리저리 해석하여 모든 목적을 다 이루면서도 한번도 그 헌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구차하게 헌법해석을 통해서만 해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일본의 분위기다.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고백하는 평화헌법과 군사력의 어색한 관계를 이쯤에서 정리해야겠다고 나섰다. 평화는 내세우되 전쟁과 군대까지를 포기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고 일본도 ‘보통국가’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 여론이다. 자위(自衛)를 얘기하면서 그 연장선에서 선제공격(先制攻擊)마저도 정당화하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논의된다.
냉전은 끝났지만 동아시아에는 불안정 요인이 증대되었다. 그 동안 냉전체제에 가려져 있던 영토문제, 과거사 문제, 분단문제 등이 점점 강렬해지는 민족주의와 결합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일본은 중국과 북한을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해군세력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해역에 전개되면서 일본은 자기나라의 생명선인 석유 수송해로가 중국의 위협아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일본 열도 전체가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게 됐다. 언젠가는 이루게 될 한반도의 통일 과정과 결과도 일본에게는 중대한 관심사항이다. 통일한국과 일본은 어떤 관계를 가지게 될까?.
돈으로 평화를 살 수 없다. 일본은 이제 돈으로 본격적 무장을 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도입한다거나, ‘콩고’급 ‘이지스’ 함을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일본이 이처럼 수동적이고 방어적이기만 한가?
미ㆍ일 동맹체제, 그 겉과 안
일본은 숙원이던 군사대국으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내부문제에 몰두한 주변국들이 강고한 반대연합전선을 형성하기 전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할 수 있는 한 넓게 해군력을 벌여 놓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때 맞추어 미국은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확실하고 강력한 군사동맹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일본과 자웅을 겨루며 싸웠다. 그런 경험을 가진 미국에게 미ㆍ일 안보체제는 일본의 독자적 군사노선, 패권추구를 사전에 저지하는 윈-윈(Win-Win)의 선택이다. 미ㆍ일 안보체제를 통해 일정 수준까지 일본의 역할이 확대되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 저비용으로 기존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고, 계속 힘의 균형자(Power Balancer)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일본을 이용하여 중국을 견제할 수 있고, 중국과 일본 두 나라가 밀착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영국과 확고한 동맹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과 강력한 군사동맹과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지역 안보. 군사정책의 중요한 기둥이다.
근래에 일본이 공세적으로 계속 주변국 모두와 영토분쟁을 일으키는 배경과 장기적 구상, 야심岵막?펼치고 있는 ‘이지스’ 함을 포함한 해군력 증강 계획, 그리고 아시아에 투사하고 있는 미국 해군력에 대하여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자세히 살펴보겠다.
윤석철객원 기자 ysc@hk.co.kr
[출처]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0> 파도를 헤치고②|작성자 flatline21
'관심 사 > 잡다한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12> 파도를 헤치고④ (0) | 2010.02.28 |
---|---|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1> 파도를 헤치고③ (0) | 2010.02.28 |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9> 파도를 헤치고① (0) | 2010.02.28 |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7> 한반도의 가슴 ②클러스터탄 (0) | 2010.02.28 |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6> 한반도의 가슴 ① 땅에 심는 증오심, 지뢰 (0) | 2010.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