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두목(杜牧)
산을 오르며-두목(杜牧)
遠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 :
멀리 늦가을 산을 오르노라니 돌길이 비탈져있고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 :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인다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
수레를 멈추고 앉아 늦은 단풍나무 숲을 즐기노라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
서리 맞은 단풍나무 잎이 이월에 피는 꽃보다 붉어라
먼저 1구를 보자
“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 : 멀리 늦가을 산을 오르노라니 돌길이 비탈져있고”
작가는 집에서 멀리(遠) 떨어진 가을 산에 오른다(上). 왜 산에 가려는 마음을 먹었을까. 세상살이 고달파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기 위해서 였을까. 아니면 공무 수행 중 산길을 가게 된 것일까. 물론 여기서는, 3 구에서 수레를 멈추게 하고(停車)를 볼 때 공무 수행 중일 가능성이 많다.
산은 그만한 수용력과 포용력이 있다. 산은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커다란 호랑이까지 모든 생명체를 다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먹이도 제공한다.
물론 사람도 받아들인다. 그가 잘났든지 못났든지 가리지 않고 심지어 죄인까지도 말이다. 산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다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에게 맑은 공기와 눈을 시원하게 하는 멋진 볼거리도 제공한다. 산은 생명이며 생명의 원천인 것이다.
때는 이미 겨울에 가까운 늦은 가을 날 이었다. 그래서 산은 이제 가을 기운이 완연한 것이다. 그래서 이때의 산을 차가운 산 즉, 한산(寒山)이라 하는 것이다. 산을 올라 보니, 산이 너무 높아 산길은 경사지고(斜) 돌고 돌아가는 돌길(石徑)이었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도 경사지고 멀리 보이는 지나온 길도 경사져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지금 비탈진 늦은 가을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제 2구를 보자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 :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는구나”
작가가 산을 높이 올라가니 저기 아래에 사람 사는 마을이 점점 눈에 보이는 것이다. 더 높이 올라가니 흰 구름이 피어오르고(白雲生) 그 아래에(處) 사람 사는 마을(人家) 전경이 점점 나타나는 것이다(有). 너무나 작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마치 장난감처럼 말이다.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살이 너무 답답하여 산에 올라 산길을 걸으니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나무와 돌과 꽃과 새들이었다. 나중에는 이것들도 지겨운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산에 사는 식물도 짐승도 아닌 사람인 것이다. 사람 중에 오래 있으면 사람이 싫증나고 벗어나고 싶지만, 막상 사람을 떠나면 사람이 그립고 사람과 관계있는 모든 것이 반가운 것이다. 그것이 살아있는 존재의 본능인 것이다.
그가 마을을 보고 그리고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라도 보았다면 그렇게도 지겨워 떠나고 싶었던 사람 사는 곳이 반갑고 정다웠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차가운 가을 산에서 더욱 포근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산에서 보는, 사람 사는 고을의 정다움을 새삼 깊이 느끼고 그 느낌을 이 구절에서 표현한 것이다.
제 3구를 보자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 수레를 멈추고 앉아 늦은 단풍나무 숲을 즐기노라니”
그는 산을 오르며 가을 산의 여기저기를 살피고, 이것저것을 구경했을 것이다. 그리고 즐기고 만족했을 것이다. 그의 시선을 끄는 수 많은 산속의 사물과 현상과 경치가 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작가의 마음에 인상적으로 들어온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늦가을 단풍나무 숲>이었다. 그는 단풍나무 숲에 매혹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을 단풍나무 숲이 이루는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일행에게 쉬어가자고 말하는 것이다.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에게 수레를 멈추라고(停車) 말하는 것이다. 그는 수레에서 내려 주위의 바위나 돌 또는 풀밭에 앉아(坐) 늦가을의 단풍나무 숲(楓林晩)을 즐겨(愛) 구경하는 것이다.
제 4구를 보자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 서리 맞은 단풍나무 잎이 이월에 피는 꽃보다 붉어라”
그와 그의 일행은 꾀 오랜 시간을 쉬었을지 모른다. 그 늦은 가을 산의 고녀적함과 그 맑은 공기와 숲의 향기를 호흡했을 것이다. 단풍의 그 화려한 타들어가는 붉은색의 향연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아 때의 단풍은 늦가을 단풍이므로 서리를 맞아 더욱 단풍들어 있을 것이다. 즉 서리 맞은 단풍(霜葉)인 것이다. 또 그 서리에 조금 있을지도 모르는 먼지마저 씻겨 더욱 붉게 보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늦은 가을 산의 단풍나무 숲의 경치를 한 마디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는 단풍나무의 타들어가는 빛의 붉음을 <이월에 피는 꽃보다 더 붉다(紅於二月花)>고 말이다. 나뭇잎이 꽃보다 더 붉을 뿐만 아니라, 그 붉게 느낀 정도를 “아직은 날씨가 차가워 모든 식물들이 다 시들어 있는 때, 그리하여 모든 빛이 흙빛이고 회색인 이월 달, 이 때에 드물게 피는 꽃들보다도 더 붉게 보인다”고 표현한 것이다.
전체를 종합해보자
작가는 어떠한 게기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으로 갔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이란 결국 도시에서 떨어진 깊은 산, 큰 산에 갔다는 의미가 된다. 이 사실은 산길이 비탈져있다(石徑斜)는 말과 흰 구름 이는 곳(白雲生處)이라는 말에서 큰 산임이 확인된다.
그런데 또 산에서 확인한 것은 높은 산에서 발견한 사람 사는 고을이 그렇게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는 가을 산을 온통 덮고 있는 단풍에 매료되어 가던 행차를 중지시키고(停車) 수레에서 내려 주변에 앉아 단풍나무 숲을 한참이나 즐기는(愛) 것이다.
그런데 그 단풍나무 숲은 마치 이월에 피는 꽃보다 더 붉고 아름답게 여겨졌다는 내용이다.
결국 여기서는 가을 산을 즐기는 작가의 마음의 여유로움과 가을 산의 아름다음을 발견하는 작가의 미적 감수성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하여 표현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창작 능력의 우수함이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霜葉紅於二月花>은 회화성이 우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작가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우수한 시구로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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