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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 따라잡기] 가계부채 많으면 경제도 어려워지나요?

지식창고지기 2010. 4. 15. 13:55

[경제기사 따라잡기] 가계부채 많으면 경제도 어려워지나요?

한국일보 | 입력 2010.02.19 15:43 | 수정 2010.02.19 22:31

 

소비감소→ 내수위축, 개인파산→ 금융부실 '도미노'
작년 가계부채 713조 육박… 가구당 4181만원 빚진 꼴
금리인상땐 이자 눈덩이… 고용증대 등 대비책 마련해야

Q.

↑ 현석원 연구위원

↑ 한국일보 2월 18일자 15면 기사

17일 국회에 출석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는 어제 오늘의 걱정은 아닙니다만, 단순히 빚 많은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게 이 총재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얼마나 심각한지와 경제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말 현재 712조8,000억원입니다. 이를 전체 가구 수(1,667만 3,000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4,181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가계부채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가계대출은 약 675조원이고,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절반(약 320조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빚을 갚을 능력만 있다면 빚이 많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예기치 않게 자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소득이 줄면 가계들은 점차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소비가 줄어들 뿐 아니라 파산하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염려 때문에 가계부채가 향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겁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이번 위기를 맞아 크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 점도 가계부채 문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말 현재 53.8%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개인 파산자의 급증이 우려됩니다.

다만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건전성 지표인 담보인정비율(LTVㆍ주택 가격의 일정 비율만 대출해 주는 것)이 47.1%(작년 7월말 현재)로 미국(74.9%)보다 낮아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계부채 규모가 발표마다 조금씩 다르던데요

가계부채 규모를 따지는 기준은 한국은행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신용동향과 자금순환동향이 있습니다. 가계신용동향에서 말하는 가계부채(가계신용)는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뜻하는 가계대출과 '외상으로 긁은 신용카드 대금'을 포함하는 판매신용으로 구성됩니다. 한편 자금순환동향에서는 개인부문 금융부채로 가계부채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금순환동향의 개인부문 금융부채가 가계신용 통계상의 가계신용액보다 규모가 더 큽니다. 자금순환동향의 개인부문이 순수가계 외에 소규모 개인기업과 민간비영리 단체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3분기말 기준으로 자금순환동향의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약 837조원으로 가계신용(약 713조원)보다 120조원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뭐죠?

보통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것이 ▦개인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중과 ▦가처분소득(풀어 읽는 키워드 참조) 대비 금융부채 비율입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은 배율로 표시하는데 이 배율이 낮아지면 부채에 비해 자산이 적어졌다는 얘기이므로, 그만큼 부채상환 능력이 낮아지는 셈입니다. 작년 3분기말 현재 국내 개인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9배로 2008년(2.09배)보다는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부채는 금융자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 목적보다는 대부분 부동산 구입을 위한 것이어서 이 배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습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주목해야 합니다. 자신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금융부채 비율이 높을수록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 비율은 156.7%로 미국(141.1%), 스페인(140.5%), 프랑스(99.9%)보다 높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빚 부담도 다를텐데요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저소득층보다는 주로 중ㆍ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듭니다. 소득이 높은 만큼 빚도 잘 갚을 수 있을 거라는 얘깁니다. 실제 2007년 기준 국내 전체 자산의 4분의3을 보유하고 있는 소득 상위 40% 계층이 전체 가계부채의 69%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이 생계형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대출을 크게 늘렸다는 점입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으면 시중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워 금리가 훨씬 높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대출이라도 이자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오른다는데 가계부채에도 영향이 있겠네요

가계부채 문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이른바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리 인상입니다. 늦어도 올 하반기 중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1년 사이 줄곧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시중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 4분기 5.89%까지 내려갔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향후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2분기(6.79%) 수준 정도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300조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게 개인 파산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스칸디나비아 3국의 경우, 가계부채 급증과 버블 붕괴로 대형 상업은행의 부실화와 금융 위기를 초래한 사례도 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지 않고 고용 불안에 따른 소득 감소가 이어지면 가계부채 상환능력은 계속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히 내수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또 지나친 가계대출은 경기침체나 자산가격 하락시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게 되어 금융시스템까지 불안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계부채 증가가 금융시장 불안정이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무엇보다 고용 증대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특히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이자 상환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별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기관도 해외 진출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노력을 통해 가계대출에 편중된 수익비중을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 가처분소득: 일정기간에 개인이 획득한 총 소득과 개인이 실제로 자유롭게 소비 또는 저축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개인이 임의로 소비나 저축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가처분소득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총 소득에서 세금이나 이자 등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을 빼고 사회보장금ㆍ연금 같은 '이전소득'을 더한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가처분소득=개인소비+개인저축'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