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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먹는 하마, 건물을 바꾸자

지식창고지기 2010. 4. 28. 08:00
지난 11월 정부는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우리도 주요 선진국과 같이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산업, 수송 부문과 함께 우리가 생활하는 건물부문의 에너지 절감이 중요하다. 특히 건물부문은 세계 전체로 에너지 소비의 36%를 차지하며 감축 주체와 방법이 다른 부문 대비 복잡하고, 한번 지으면 30년 이상 장기간 영향을 미치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기 때문에 감축이 쉽지 않다. 
 
주요 선진국 정부는 건축법규, 인증 프로그램 및 시범사업 전개 등을 통해 건물부문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19년까지 EU 내에서 지어지는 모든 신축건물을 제로에너지 건물로 만들기 위해 에너지 효율 개선과 관련된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각종 지원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미국은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인증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물부문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나 단위 면적으로 보면 유럽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 대비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건물의 하드웨어와 인프라를 개선하고 인증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세밀한 정책 운영을 통한 국민의 자발적 참여 유도와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 등 경쟁력 강화 노력이 시급하다. 
  
< 목 차 > 
 
Ⅰ. 온실가스와 건물 
Ⅱ. 주요 선진국의 정책 현황 
Ⅲ. 주요 혁신 사례 
Ⅳ. 우리의 현실과 과제
 
  
  
Ⅰ. 온실가스와 건물 
  
 
지난 11월 17일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중대한 발표를 했다.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하다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여 EU에서 제시한 개발도상국 권고안인 15~30%의 감축 범위 중 최대치를 반영한 결과다. 물론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발표한 목표치에 비하면 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 다소비업종으로 구성된 산업구조, 지속적인 경제성장 등을 고려하면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에너지 감축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정부는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1990년에 배출한 온실가스 대비 25%를 감축하겠다는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는 민주당 집권 이전 54년간 일본 정치를 이끌어 온 자민당의 아소다로 정권이 제시했던 8% 감축안에 비하면 혁신적으로 높은 목표다. 또한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에서 국제사회를 선도했던 EU의 20% 감축 목표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미국의 경우도 이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부시 정권 시절 교토체제 참여를 거부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금년 6월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17% 감축하는 왁스만-마키(Waxman-Markey)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며, 최근 상원에서는 20%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과연 지구온난화가 산업화 이후 급증하고 있는 온실가스에 의한 것이 맞느냐, 아니냐를 두고 과학적 토론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질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절대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감축 목표도 설정되었다. 이제는 과연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건물의 중요성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이고, 다른 하나는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항(SF6) 등이다. 이 중에서 절대량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림 2>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전세계적으로 보면 에너지를 주로 소비하는 곳은 산업, 운송, 건물의 3대 부문이다. 이 중에서 36%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우리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건물이다. 
 
특히 건물은 다른 부문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주체와 방법에 있어 복잡한 특성을 가진다. 건물은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자제품의 효율을 높여야 하며, 냉난방이나 온수를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도 절감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건축업자뿐만 아니라 실제 에너지 절약에 필요한 기술에 돈을 투자할 지를 판단하는 건물주, 실제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협력해야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선진국에서도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크게 줄여오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건물은 한번 지으면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치고 중간에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산업부문의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개·보수를 통해 효율을 높여왔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길게 타더라도 10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건물의 경우 한번 지어지면 30년 이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년만 넘어도 재건축 얘기가 나오지만 유럽의 경우를 보면 전체 주택의 60% 이상이 1975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결국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물은 일반 개개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물론 운송부문도 우리가 매일 자동차나 전철, 기차 등을 이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생활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건물이다. 자고 먹고 일하며 생활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건물이며, 우리 삶의 수준을 대변하는 것도 건물이다. 기후변화를 야기한 온실가스가 산업화 이후 소비를 미덕으로 생각하며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를 만든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온실가스 감축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소비를 줄이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생활을 만들어야 한다. 이점에서 일상 생활과 가장 밀접한 건물부문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Ⅱ. 주요 선진국의 정책 현황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인식, 주택 및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지원을 더함으로써 국민이 당장의 불편함과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건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건물에 대한 인증제를 통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제시, 투자한 돈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기술 적용의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전개, 국민의 이해를 돕고 있다.  
 
주요 정책 수단으로는 건축법규, 인증 프로그램 및 시범사업 전개 등을 들 수 있다. 건축법규는 신축 건물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개·보수를 진행하는 건물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설비의 표준을 제시하거나 에너지 효율성 기준을 제시한다. 인증 프로그램은 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겨 거래를 위한 필수 정보로 제공하도록 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등급을 획득한 건물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하는 시범사업의 경우에는 일반 건물보다 강화된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이 친환경 건물의 효용성과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세부적으로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별 정책 추진 현황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제로 에너지 빌딩을 추구하는 유럽 
 
금년 4월 23일 유럽 의회는 개정된 건물에너지절약지침(Energy Performance of Building Directives, EPBD)을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2019년부터 EU 내에서 지어지는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생산되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즉 기본적으로 모든 신축 건물이 제로 에너지 또는 이를 넘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변모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의 경우에도 대규모 수리를 수행할 때에는 국가에서 정한 에너지 효율 표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2011년 중반까지 모든 EU 회원국들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과 관련된 설비에 어떻게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인지 대책을 수립하고, 기존 건물을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별 목표를 제시하라고 요구하였다.  
 
EU 회원국 중 하나인 영국은 이러한 EU의회의 발표가 있기 전인 작년 12월 이미 ‘제로 탄소 주택 정책’을 발표했다. 영국의 주택담당 장관인 마가렛 베켓(Margaret Beckett) 의원은 ‘2016년부터 영국에서 짓는 모든 주택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제로화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이에 따라 모든 건축·건설회사들은 에너지 효율성, 태양광 패널, 지역난방 시스템 등 주택 설계 초기 단계부터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2019년부터는 이를 상업용 건물까지 확대하고 2050년까지는 기존 건물도 ‘제로 카본’에 근접할 수 있도록 난방 시스템 개조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U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에너지 효율의 개선과 관련된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건물을 사고 팔 때 에너지효율인증서(Energy Performance Certificates, EPC)를 의무적으로 제시토록 하고 있다. 이 인증서에는 건물의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설계 특성 및 실제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에너지와 관련된 수치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 유사 건물과의 비교치를 제시하여 이해를 돕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 건물은 방문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에너지 효율 인증서를 게시토록 하고 있다.  
 
각종 지원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일본  
 
일본은 각종 보조금 및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고효율 저에너지 건물의 보급을 확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2008년 7월에 ‘저탄소 사회구현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여 2050년까지 60~80%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에너지 자립 및 장수명 주택 등 핵심 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신에너지종합개발기구(New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 NEDO)는 기존 대비 15~25%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고효율 건물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할 때 비용의 1/3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리고 환경공생 주택 건설, 단열시스템 개조 등을 위해 지역 주택 교부금 및 촉진사업보조금 등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각종 지원금을 통해 규제를 통한 강제보다는 지원을 통한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인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미국 
 
이에 반해 미국은 2025년까지 제로 에너지 빌딩을 의무화한다는 목표 하에 공공성을 지닌 민간기관을 중심으로 인증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주거용은 2020년부터, 비주거용은 2025년부터 제로 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한다는 목표 하에 빌딩 아메리카(Building America) 사업 등을 펼치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1993년 설립된 민간기관인 미국그린빌딩위원회(United States Green Building Council, USGBC)는 친환경 인증 제도인 리드(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LEED)를 마련,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건물의 신축을 유도하고 높은 등급을 받은 건축물을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소개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리드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건물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 재산세 및 지방세 감면 등을 지원하는 주들도 많다. 보스턴시는 2년 전 일정 규모 이상 신축 건물은 무조건 리드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샌프란시스코시도 4년 전부터 새로 짓는 건물은 최소 리드 실버 등급 이상의 친환경 건물로 짓도록 하고 있다. 친환경 도시로 이름난 콜로라도주 볼더시도 병원이나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리드 인증을 받은 건물들을 늘려가고 있다.  
  
 
Ⅲ. 주요 혁신 사례 
  
 
지금까지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주요 선진국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결국 전체 에너지량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기존 화석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공급을 늘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제로 카본, 제로 에너지 건물을 만드는데 있다. 세계 곳곳에는 정부의 노력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이미 이러한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다음에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현실로 적용되고 있는 혁신 사례들을 살펴보자. 
 
1.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인 패시브하우스  
 
먼저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를 들 수 있다. 독일은 1991년부터 특별한 난방 설비 없이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패시브하우스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기존 주택이 보일러나 에어컨과 같은 냉·난방기기 및 조명기기를 활용하여 인위적으로 온도와 밝기를 조절해온 데 대한 반대개념으로 최대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고 여름에는 덥게 겨울에는 춥게 자연의 온도 그대로 살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하고 지붕이나 벽, 바닥에 단열제가 내장된 30cm에 달하는 두꺼운 벽체를 설치함으로써 외부 온도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특히 외부로 열을 빼앗기는 주범인 유리창의 경우에는 가스가 들어간 3중 특수 유리창을 활용한다. 또한 특수 환기시스템을 사용하여 외부와의 공기 순환 시에 열이 빼앗기는 것도 최소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설비를 통해 기존 주택 대비 최대 90%까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현재 EU권내 주거용 건물에는 패시브하우스 보급이 본격화되고, 비주거용 건축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이미 2007년부터 신축 주거용 시설을 패시브하우스로 건축하도록 법제화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와 스칸디나비아 등으로 퍼지면서 약 1만 5,000여 채 이상이 지어졌다. 이 같이 패시브하우스가 인기를 끌면서 초기에 큰 부담이 되었던 비용도 많이 낮아졌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에는 일반 주택 대비 10% 미만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만으로도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2.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미래 주거단지 
 
패시브하우스가 에너지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은 태양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프라이부르크는 이 태양광을 가장 잘 활용하는 솔라시티(Solar City)로 유명하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삼각지대에 위치한 이 도시는 일조량이 많아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태양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하면 수많은 빌딩과 주택들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발견할 수 있다. 필요한 에너지의 50% 이상을 이를 통해 얻고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지금처럼 태양광을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은 가정에서 생산한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지역 전력회사에서 구매하게 한 재생에너지법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생산한 전기를 팔고 필요한 전기는 전력회사에서 공급 받는다.  또한 기존 주택을 에너지 절감 주택으로 개·보수 할 경우에는 시에서 1% 안팎의 낮은 이율로 융자를 해준다. 이 때문에 저에너지 하우스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집에서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플러스 에너지 주택도 등장했다. 프라이부르크 내 파우반 지역에 있는 연립주택은 삼중유리창, 30cm 두께의 단열재, 폐열 회수 환기시스템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확연히 줄이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필요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태양광을 적극 활용하는 곳이 프라이부르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함마르비도 태양광을 잘 활용하고, 나아가 하수와 쓰레기를 처리해서 나온 가스로 버스를 움직이고 난방·발전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의 아브다비에서 건설 중인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도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소비량을 20% 이상 줄일 계획이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태양광과 풍력뿐만 아니라 공장폐수를 정화해서 도시 조경과 농작물 재배용으로 사용하는 등 사막한가운데 탄소 제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똑똑한 전기를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스마트그리드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기존에 사용하는 전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전기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피크타임의 첨두부하(peak load)를 줄일 수 있다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되는 화석연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관심이 급증하는 것이 스마트그리드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첨단 IT 기술을 접목,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의 로키산맥 산자락에 자리 잡은 콜로라도주의 볼더시는 세계 최초로 이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볼더시는 작년 3월부터 전력 전문업체인 엑셀에너지와 함께 1만 5,000여 세대에 스마트미터기를 무료로 설치했다. 스마트미터기를 통해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을 실시간으로 체크, 언제 전기를 많이 쓰고 언제 적게 쓰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볼더시는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축적, 이를 바탕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면 5% 가량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금년 내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 궁극적으로 전기요금을 실시간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즉 전기 사용량이 많을 때는 요금을 비싸게 받고, 적을 때는 요금을 싸게 해 전기 사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전력 사용량 절감을 위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일본은 에너지 기술혁신 계획인 ‘쿨 어스(Cool Earth)’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있다. 일부 신재생에너지 시범 마을에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데, 중앙집중형 태양광 마을인 군마현 팰타운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2013년까지 1,260억 원을 들여 제주도 구좌읍에 실증단지를 짓기로 했다. 미국 볼더시가 아직 초보 단계의 스마트그리드 도시라면 제주도는 스마트미터기를 포함, 송·배전시스템, 포털 시스템, 전력선 통신을 이용한 냉공조 시스템 및 에너지 효율장치 등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4. 친환경 건물을 평가하는 인증 시스템 
 
지금까지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똑똑한 전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사례는 각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점차적으로 우리 삶에 널리 퍼지게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은 건물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정부의 지원과 높은 시장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인증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미국의 리드(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LEED) 시스템이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Green Building Council, GBC)가 2002년 도입한 리드(LEED)는 에너지 및 친환경 건축물 등급 시스템으로 인증, 실버, 골드, 플래티넘의 총 4개 등급을 가지고 있다. 지속가능성 개발, 에너지 및 수자원 효율성, 주변과의 조화, 소재 및 자원,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실내 환경의 질 등에 대한 평가 점수를 부여해 등급이 매겨진다.  
 
미국의 경우 최근 신축 중이거나 리모델링 중인 많은 건물들이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1931년 완공된 이 빌딩은 지난 4월부터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공사기간만 5년 정도로 약 1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6,500여 개 창문 모두에 특수 필름을 입히고 보온재 등을 강화한다. 또한 조명과 환기시설, 냉수시스템도 최첨단 시설로 개선한다. 첨단 센서로 무장한 절전시설과 에너지 사용 감시 시스템도 등장한다. 이 공사가 끝나면 건물 안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38%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빌딩 측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높은 친환경 등급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높은 친환경 등급을 받게 되면 에너지 절감을 통해 절약되는 돈뿐만 아니라 친환경 빌딩이라는 대외적인 위상을 확보,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 북미에서 지어지는 전체 대형 건물의 16% 이상이 그린빌딩으로 추진되며,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인증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위해 미국의 리드(LEED)뿐만 아니라 호주의 그린스타(Green Star), 영국의 브리암(BRE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s, BREEAM), 일본의 카스비(Comprehensive Assessment System for Building Environmental Efficiency, CASBEE) 등 다양한 그린빌딩 인증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런 국제 추세에 발맞추어 최근 우리나라의 대형건물들도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Ⅳ. 우리의 현실과 과제 
  
 
지금까지 주요 선진국의 건물 부문에 대한 정책 현황과 주요 혁신 사례를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할까? 우리나라는 2007년 기준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그림 5>에서 보듯이 중국,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 이어 9위의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990년 대비 증가율은 113%로 중국, 이란, 인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산업 투자 및 자동차 보급 확대, 건물에서의 에너지 소비 증가 등에 기인한다. 부문별로 보면 산업용이 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29%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철강, 중화학 공업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주거나 상업·공공용으로 활용되는 건물 부문은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 평균인 36%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우리가 건물 부문에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기 때문은 아니다. <표 2>에서 보듯이 2007년 산업자원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평균 1,290MJ/㎡·year로 일본 대비 2.6배, 독일의 저에너지 건물에 비하면 최소 5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 비해 효율이 낮은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1,500MJ/㎡·year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건물부문의 에너지 절감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월 ‘녹색도시·건축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건축물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31% 감축하기 위해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며, 건축물 사용자의 에너지 절약 유도 및 녹색건축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중점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세밀한 운영을 통해 국민의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그러나 이런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세밀한 정책 운영이 중요하다. 유럽의 경우에서 보듯 신축건물에 대한 규제를 통해 건물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선진국의 경우 경기 상승기에도 전체 건물에서 신축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기존 건물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건물의 경우 규제로서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제공 및 지원책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먼저 일반 국민이 고효율 저에너지 건물의 실질적인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공공기관부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공건물이 친환경 건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테스트베드(Test Bed)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노후 주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주택 대비 단독주택의 개·보수가 시급하다. 전체 단독주택 중 단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던 8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이 36%에 달한다. 주택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50% 이상이 난방에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택은 에너지를 먹는 하마와 같다. 이를 빨리 고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신축 건물을 만들어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노후 단독주택의 개·보수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세 번째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입증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2012년부터 에너지소비증명서 발급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건물의 임대나 매매 시 에너지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대방에게 알려 효율이 높은 건물이 시장에서 선택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모든 건물의 에너지 등급을 매기기 위해서는 그를 측정하고 인증할 전문인력의 공급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시행초기 단계에 인증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불신만을 키우고, 쓸모 없는 인증서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 개발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기업 측면에서 보면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은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리는 효과가 크다.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건물 자체뿐만 아니라 건물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 건물 내에서 사용되는 각종 가전기기 등 다양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기존에 사용되는 건축자재나 가전제품 등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스마트미터기, 홈에너지 관리 시스템(Home Energy Management System, HEMS)과 같은 새로운 제품을 필요로 할 것이다.  
 
외국 선진기업은 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이미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E의 경우 지난 7월, 2015년까지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제로 에너지’ 주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넷 제로 에너지 홈(Net Zero Energy Hom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미터(Smart Meter), 태양광, 풍력, 전력 저장기술 등을 개발, 판매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외국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 시장을 다 빼앗길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시장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