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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 따라잡기] 금값에 왜 관심이 높은 거죠

지식창고지기 2010. 4. 15. 14:03

[경제기사 따라잡기] 금값에 왜 관심이 높은 거죠

한국일보 | 입력 2009.09.20 22:41

 

金, 화폐 교환 빠르고 가치 안정… 경제 불안할수록 인기
인류 最古의 통화·투자 수단… 수요는 보석·투자·산업용 順
달러 가치와 금값, 선호 시기 달라 대개 등락 반대로 움직여

Q.

경제기사를 읽다 보면 달러나 유가와 함께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금값'입니다. 최근에는 국제 금값이 다시 온스당 1,000달러를 넘었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죠. 국내 은행에도 금을 사 저축하는 예금통장이 있을 정도로 금은 유용한 투자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은 경제적으로 금이 왜 중요하고 또 관심이 많은 지에 대해 알아볼까요.

A.

↑ 한국일보 9월 7일자

↑ 이원형 연구위원

금은 다이아몬드나 진주 등과 마찬가지로, 돌반지나 연인 사이의 커플링에 쓰이는 '보석류'이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화이자 투자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달러나 석유 가격 못지 않게, 오르고 내릴 때마다 경제적으로도 다른 분야에 끼치는 영향이 크답니다.

금은 경제적으로 왜 중요하게 되었을까요

금은 세월이 지나도 잘 변하지 않고 녹여도 본래의 화학적 성분이 달라지지 않는 안정적인 금속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금을 귀하게 여기고 소유욕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기원전 7세기경부터 금을 주화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의 지폐가 등장하기 전까지 화폐로 활용하게 되었죠. 지금도 금의 가치는 물가가 상승할 때 같이 오르기 때문에 보유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언제든지 금을 화폐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때문에 안전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금을 투자 상품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장식 및 결혼 예물 등 보석류로 간직하기 위한 거래가 가장 많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금에 대한 수요를 보면, 보석류(59%)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투자목적(19%), 산업용(12%)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의 수요는 매년 계절에 따라 변화가 큽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과 11월경에 열리는 인도의 디왈리(Diwaliㆍ힌두교 최대 축제인 '빛의 축제') 축제로 인해서 연말 수요가 많습니다. 또 금소비량이 가장 많은 인도의 결혼 시즌인 봄철까지 세계 금 수요량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산업생산에 사용되는 금은 연평균 441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기술이 출현하면서 산업용 금의 사용처가 확대되어 연료의 촉매제로 사용되거나, LCDㆍ핸드폰 등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산업용 금의 절반 이상은 전자제품 생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금은 생산요소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금값은 왜 오르락 내리락 하나요.

최근 금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금값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 종가 기준으로 1온스(28.35그램)에 1,000달러를 넘었고, 국내에서는 1돈(3.75그램)에 18만원에 거래된다고 하니까 돌잔치에서 선물로 주고받는 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죠.

금값 역시 다른 가격들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입니다.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오르는 거죠. 예컨대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거라고 예상된다고 합시다. 당분간은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아서 금융기관에 예금해도 오히려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현물인 금을 구매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금값이 오르게 됩니다.

2008년에도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같은 금융사들의 부실 문제가 전세계 금융권으로 퍼져서 금융기관 간의 거래가 감소하고,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에 맡겨둔 자산을 빼내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을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거나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서 금융자산보다는 언제든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 금값이 오르는 것입니다. 즉, 경제상황이 불안정하면 대체로 금값의 변동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요즘 금값이 치솟는 것도 경기회복의 불확실성 또는 인플레이션 등 여러 가지 경제의 불안정한 상황이 잔존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달러가치와 금값은 어떤 관계인가요

혹시 '달러가치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 몇 개월 사이에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금값이 내리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됐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현금자산의 대표격인 달러와 현물자산인 금은 각각 선호되는 시기가 다릅니다. 현금이 인기일 때는 달러가, 현금이 기피될 때는 대체로 금이 강세인 만큼 가격이 반대로 움직일 때가 많은 겁니다.

또 세계 주요 상품거래소에서 달러를 기준으로 금이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낮아지면 금값이 상승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가령 원화로 금을 사려고 할 때 금값은 舊ㅗ祁?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인다고 칩시다. 달러가치가 1달러에 1,200원에서 1,000원이 되면, 1달러 어치 금을 구입할 때 1,200원 지불하던 것을 1,000원만 지불하면 되겠죠.

결과적으로 원화로 구입하는 금값이 낮아지는 겁니다. 자연히 금을 파는 사람은 달러가치 하락만큼 손해를 보게 될테고, 그만큼 높은 달러 가격을 제시하면서 금값은 상승하게 되는 겁니다. 또 미래에 달러가치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금 보유량은 왜 중요하게 여겨지나요

각국 정부는 저마다 나라 금고에 적지 않은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합치면 세계 전체 금 축적량의 18%인 2만8,500톤 정도나 되는데, 특히 미국 중앙은행이 약 7,700톤으로 세계 중앙은행 보유량의 27%를 차지해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금을 갖고 있습니다.

각국은 이를 이용해 국내 외환 유통 및 통화량을 조절하는데 활용하고, 금에 대한 민간 부문의 수요와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민간에 금을 빌려주기도 합니다. 연평균 527톤의 금이 민간에 공급되고 있죠.

최근 경제상황을 볼 때 미국의 달러가치가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줄이고 금의 비중을 늘리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의 금 늘리기 움직임이 눈에 띄는데요. 외환보유액의 2% 수준인 금 보유량을 최근 1년 사이, 75%나 늘려서 현재는 약 1,054톤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중국은 자국의 통화인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로 부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제거래에는 달러화를 통용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위안화 또는 달러 이외의 통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축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하면 국제무역에서 상품간의 가치를 결정하기 어려워지고, 거래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늘려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에 대비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 기축통화란

국제 거래의 기본 화폐… 2차 대전 이전엔 英 파운드

기축통화란 국제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입니다. 과거에는 영국의 파운드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였으나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기축통화의 가치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국제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세계 각국은 기축통화의 보유량을 늘리게 됩니다. 한편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에서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기축통화의 가치가 하락하여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원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