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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상되면 중국경제 구조변화 가속

지식창고지기 2010. 5. 19. 12:07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미국의 압박보다도 중국 경기과열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해온 ‘주동적’ 필요에 의한 절상이 임박했다는 의미이다. G2급 경제위상을 지닌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10% 정도의 위안화 절상세는 한국 경제의 수출확대를 통해 성장률은 0.3%p 끌어올리고, 실업률을 0.2%p 떨어트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 물가는 0.2%p 상승에 그칠 것으로 시산됐다.  
 
이러한 단기적 경기효과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위안화 절상국면이 상징하는 중국경제의 체질변화이다. 사실 위안화 절상세는 2005년 이후 대조류(大潮流)로 굳어졌다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멈칫했다. 환율변화란 것도 관련 교역국들의 펀더멘탈에 영향만 주는 외생(外生)변수가 아니라 경제체질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내생(內生)변수에 가깝다.  
 
중국 위안화 절상은 ‘세계의 공장’, 특히 연해지역 수출거점의 원가경쟁력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약화시킬 것이다. 반면 그 성장동력을 내수와 서비스산업에서 찾으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선택인 만큼 두 부문의 성장세는 2010년대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부상할 것이다. 
  
  
< 목 차 > 
  
Ⅰ. 피하기 어려워지는 위안화 절상 
Ⅱ. 위안화 절상의 방법론 
Ⅲ. 위안화 절상이 초래할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 
Ⅳ. 시사점
 
  
  
Ⅰ. 피하기 어려워지는 위안화 절상 
  
 
중국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숨을 고르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예정됐던 ‘환율조작국’ 지정을 보류하자,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이에 화답하듯 워싱턴의 핵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양측의 날 선 공방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옅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자국 경제위기 주범의 하나로 ‘값싼’ 위안화를 지목하고 있고, 많은 국제 투자은행들도 연내 위안화 절상을 대세로 간주하는 분위기이다. 혹자는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이 수그러든 요즘이 환율결정을 주권문제로 다뤄온 베이징 당국이 정치적 부담 없이 절상을 단행할 적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의 입장은 난감하다. 2005년 7월 이후 만 3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된 위안화 절상이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지 못했다는 경험이 말해주듯, 양국 무역 불균형은 경제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만큼 해법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소비지출 확대와 미국의 소비억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조합이 중국 측이 선호하는 방향이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 지도부가 위안화 절상이란 정책수단을 완전 배제하진 않았다. 중국 당국은 누차 현 환율수준을 ‘비상한 시기의 비상한 정책수단’이라고 주장해왔다. 국제 경제흐름이 정상을 찾아가면 환율에도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인데, 최근 글로벌 경제흐름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확산 등 돌출변수가 남아있지만, ‘정상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위안화 절상의 계기는 중국 내부에서 차라리 찾기 쉽다. 올해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거시경제 상황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이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과 맞물리면서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으로 파급되는 경우이다. 중국은 올해 물가상승 억제 목표치를 3%(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기준)로 설정했다. 4월 CPI 상승률은 2.8%로 억제범위 내였지만,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품물가지수 상승세가 5.9%로 치솟은 데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세가 만만찮다(4월 6.8%, <그림 1> 참조). 중국 정부는 금리인상과 위안화 절상이란 두 가지 긴축카드를 어떤 수순으로 펼칠지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카드의 출수(出手) 가능성은 수출상황과 연동돼 있다. 중국 상무부는 위안화가 3%만 절상돼도 많은 영세 수출기업들이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영세 수출부문이 내륙 출신 농민공들에게 일터를 제공해왔던 사정을 생각할 때 위안화 절상은 사회적 긴장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4월 수출입이 각각 1,199억 달러와 1,192억 달러를 기록, 전달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됐다. 2000년대 중국의 무역수지는 대개 상반기에 흑자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어 경고등을 켜지만, 하반기 들어 급격한 회복세로 전환해 결국 매년 무역흑자 기록을 다시 쓰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4월 무역수지가 흑자기조로 돌아선 것은 연초 나타났던 무역적자가 ‘계절효과’에 따른 것으로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해소하진 못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Ⅱ. 위안화 절상의 방법론 
  
 
위안화 절상의 정책목표 중 경기조절이 포함돼 있다면, 금리인상과 따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두 가지 긴축카드 중 어느 것을 먼저 꺼내들까.  
 
중국인민은행은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3차례 지불준비율을 올렸지만, 금리는 손대지 않았다. 시중의 과잉유동성은 빨아들이지만, 기존 여신에 대한 금리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피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그렇지만 물가인상 압력이 더욱 고조된다면,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은 해당국 통화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다른 통화와의 교환비율, 즉 환율을 떨어뜨린다(가치상승). 미 연준의 금리인상 조치를 달러화 강세요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위안화의 경우에도 금리인상을 먼저 실시할 경우 절상압력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에 ‘先 절상, 後 금리인상’이 충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전문가가 더러 있다.  
 
그러나 중국 외환시장은 시장참여자가 금리나 환율변동에 즉각 반영하는 재정(裁定)거래가 활성화된 곳이 아니다. 개방도가 비교적 낮은 외환시장에서 나타나는 역외선물시장(NDF)이 잔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외환전문가들도 전례로 볼 때 국제투기세력의 중국 자금시장 유입이 금리차를 노렸기보다 주로 자산가격 상승이나 환 평가차익에 주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두 가지 경기억제 수단 중 먼저 금리인상으로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반대로‘先 절상, 後 인상’의 조합은 실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위안화 절상은 중국산 수출품의 달러표시 가격을 끌어올리고 수입품의 위안화 표시가격을 낮춘다. 수출을 억제하고 수입을 늘려 경기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 주장인데, 그 근저엔 중국 수출입이 환율변화에 탄력적으로 움직인다는 가정이 전제돼 있다.  
 
중국 전체수입에서 자국의 최종소비용으로 쓰이는 비중은 70%(2007년 기준) 정도로 추산된다(LG 비즈니스 인사이트 1030호 <중국의 글로벌경기 견인력 아직 역부족> 참조). 미국의 9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데, 이는 중국경제가 그만큼 수입품의 상당부분을 원자재 중간재로 들여와 재수출에 활용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 원자재 중간재 등은 소비품과 달리 가격변화에 대한 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으로 수입이 늘어나는 경기억제 효과가 작동하려면, 상당 폭의 절상이 단행돼야 한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 수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상당 폭의 절상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 후속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절상 폭이 크지 않다면,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후속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중국 내부적으로 긴축기조로 나설 필요가 없다면, 미국의 처지를 배려하는 정치적 결정으로 소폭의 절상만 허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30% 이상의 절상을 주장하는 미 정가를 만족시키기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으로서, 오히려 추가적인 절상기대만 부풀리는 결과를 가져와 통상외교적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묶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보자. 금리인상과 상당 폭의 위안화 절상은 어떤 카드를 먼저 쓰더라도, 다른 긴축카드의 필요성을 크게 줄이게 된다. 금리인상은 후속 위안화 절상을 ‘통상외교적’ 카드로만 남겨둘 가능성이 높고, 마찬가지로 상당 폭의 위안화 절상이 이뤄진다면 금리인상 카드는 이후 경기상황을 보고 난 뒤 결정해도 될 것이다. 통상외교 차원에서 일회성 소폭 절상만 단행하는 경우는 정책효과가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짙다. 
 
이제 중국 정부의 환율정책 방향을 대입시켜 판단해보자. 중국 정부의 관련 입장 중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지난달 초 위안화 절상압력이 한껏 고조됐던 시기 중국 외교부가 천명한 환율정책의 3대 원칙, 즉 주동성(主動性) 통제가능성(可控性) 점진성(漸進性)이다.  
 
주동성은 중국 내부적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의미로서, 바꿔 말하면 미국 등 국제압력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통제가능성은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더라도 철저히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도록 한다는 의미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 점진성은 관련 경제주체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환율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 세 번째 원칙을 고려하면, 일부 투자은행들이 제시한 위안화 일일 변동폭(현재 0.5%) 확대나 급격한 계단식 절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대 원칙에 따르면, 급격한 절상으로 시작하는 정책조합은 선택 가능성이 가장 낮다. 나머지는 ‘금리인상 후 필요 시 위안화 절상’과 ‘소폭 절상 후 금리인상’카드, 그리고 ‘금리인상 없는 소폭 절상’등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소폭 절상이 일회성으로 끝나긴 어려울 것이다. 위안화 가치에 변동을 주기 시작했다는 뜻은 ‘비상한 시기’가 끝났음을 중국 정부가 인정했다는 의미인 만큼 향후 상당기간 ‘관리변동’환율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안화는 2005년 7월 이후 3년 동안 거의 20% 가깝게 절상됐는데, 이는 일일 변동 폭에 미치지 못하는 소폭의 절상을 꾸준히 진행시킨 결과였다. 향후 나타날 위안화 절상세도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 절상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4월까진 대외적 압박에 의해 그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최근의 경제 지표는 중국 대내적으로 경기과열 억제의 필요성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주동성’에 입각할 경우 위안화 절상을 마냥 늦추는 것은 상책(上策)이 아닐 것이다. 절상시기를 늦출수록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도, 국제 투기자본들의 기대심리가 팽배해질 가능성도 모두 높아지고, 이는 ‘점진성’이란 세 번째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국면을 자초할 수 있다. 외부적 압박에 밀려 절상에 나선다는 모양새를 준다면 이는 주동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이달 24일 베이징에서 ‘경제전략대화’를 연다. 글로벌 불균형의 근원을 해소하면서 양국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인 만큼 환율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고 넘어갈 것이다. 다만 이 문제를 안방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 ‘주권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현재 워싱턴과 베이징간에는 절상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막후조정이 벌어지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 같은 조정작업은 2005년 7월 외환바스켓제도 이행과 평가절상을 발표하기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위안화 절상은 빠르면 이달 중 첫 물꼬를 틀 수도 있다.  
  
 
Ⅲ. 위안화 절상이 초래할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 
  
 
위안화 절상이 미중 무역역조의 즉효약이라는 데엔 이견이 많다. 스티븐 로치(Roach) 모건 스탠리 아시아 회장 같은 사람은 중국의 소비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즉 저축을 줄이지 못하는 한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긴 어렵다고 강조한다. 반면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환율조작국 지정 등 강력한 위안화 절상 압박조치가 양국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미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돼있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수년의 명목환율 수준에서 중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위안화에 대한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보여왔고, 그 덕택에 중국 외환당국이 2조4,470억 달러(3월 말 기준)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쌓아 올릴 수 있었던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향후 위안화 절상은 초기엔 소폭으로 이뤄지더라도 상당기간 점진적으로 이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수준까지 절상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임박한 중국 위안화 절상세는 비록 소폭이더라도 중국 거시경제의 대전환을 이끄는 촉매이자, 구조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 위안화 절상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구조개선 효과는 중국 정부의 11차 5개년 계획에도 포함돼 있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위안화가 달러에 사실상 페그되면서 보류됐다. 내년부터 시행될 12차5개년 계획에선 위안화 절상의 기대효과는 각종 정책목표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위안화 절상이 영향을 미칠, 두드러진 구조변화 양상은 다음 3가지 형태로 정리된다.  
 
1. 경쟁우위의 급격한 변화(Competitiveness Shift)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공산당 권력 전면에 부상한 현 4세대 지도자 그룹이 조화사회(和諧社會)를 국정운영 노선으로 표방하면서 대대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을 펼치면서부터이다. 특히 2008년 발효된 노동합동법은 노동자와 사용자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노동계약(勞動合同) 분야에 대해 정부가 개입, 노동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제를 고쳤다. 이에 따라 신설된 퇴직금규정(경제보상금) 등을 감안하면, 대략 법 제정 이전보다 10% 정도의 인건비 상승요인이 생겨났다. 법 제정 전 중국 노동시장은 농촌 잉여인력으로 인해 단순 근로직의 인건비는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억제돼 있었다.  
 
<표 1>은 아시아 각국 주요 생산거점 후보지의 생산 인프라 비용을 비교한 것이다.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上海)의 경우 이미 인도의 뉴델리 방갈로르 등 유력 후보지나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경쟁도시보다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한 산둥성 칭다오(靑島)조차 인도네시아나 베트남보다 비용 부담이 높다. 특히 중국 두 도시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이나, 명목임금 상승률 등에서 경쟁력 약화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노동합동법 제정 등 임금 분배 몫을 키우려는 정책방향에 기인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표 1>의 내용 중 근로자 임금부담만 떼어내 비교한 것이 <그림 3>이다. 칭다오 일반근로자 인건비 부담을 1로 놓고 경쟁 도시를 비교해보면, 중국 연해 대도시의 임금경쟁력은 인도에서 가장 번화한 뉴델리 방갈로르 수준에 맞먹음을 알 수 있다. 인도 인력이 대개 영어에 능통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임금 경쟁력은 글로벌기업들에겐 인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중국이 최근 수년 새 비용상승세 속에서도 세계의 공장이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집적(集積)효과’ 덕택이었다.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부터 국가단위 혹은 지방정부 단위의 경제특구, 경제기술개발구, 보세구 등을 조성한 뒤 세 혜택이나 저렴한 토지 전력 용수가격 등의 장점으로 기업들을 유치해왔다. 더욱이 외자기업들의 투자관심이 지역적으로 흩어져 난(亂)개발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혁개방의 중점을 남부 연해지역(경제특구·1980년대 초반), 연해지역 주요 항구(연해개방구·1980년대 중후반), 상하이(푸동신구·1990년대),텐진(빈하이신구·2000년대) 등으로 단계적으로 이동시켰다. 그 결과 지역별로 충실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공급사슬 면에서 기업들에게 강력한 원가절감 유인을 제공해온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으로 공급사슬 면에서의 이점을 능가하는 비용상승 요인이 누적된다면, 중국 생산거점들의 집적효과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08년 외자소득세법을 국내소득세법과 병합하면서(兩稅合幷) 연해지역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조치의 상당부분을 폐지했다. 이중 핵심은 연해지역 경제기술개발구 소재기업에 제공했던, 수출의무 비율 달성에 따른 우대세율의 폐지였다.  
 
조세혜택 경감에 이은 위안화 절상으로 연해지역의 수출거점 매력도는 크게 약화할 것이다. 중국산 제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상승해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이 진행되면, 위안화 표시 이윤공간은 점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존 연해 생산거점들의 생존전략은 자연스레 내륙진출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중국 위안화의 절상 추세가 촉매가 돼 한국 원화나 대만 달러 등 경쟁국 통화의 동반 절상까지 일어난다면, 이 같은 경쟁우위의 변화는 동아시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 진영은 재정여력이 고갈돼 향후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운 반면, 재정여력이 비교적 탄탄하고 내수의 확장여지가 큰 아시아권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 지역 통화의 전반적인 절상추세로 이어져 아시아 제조 경쟁력의 전반적인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2. 지역별로 차별화될 내수확대 
 
저평가된 위안화를 절상시키는 것은 수출업계에 제공했던 보조금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효과를 가진다. 경제 전반적으로 수출의 성장기여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고, 특히 수출거점이었던 연해지역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2003~2008년 각 지방별 지출기준 GRP를 토대로 소비 투자 순(純)수출의 성장기여율을 계산해봤다(<그림 4> 참조).  
 
예상했던 대로 샨시 쓰촨 랴오닝 후난 허난 등 내륙지역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하이 베이징 저장 장수 광둥 등 연해지역은 순 수출의 기여가 긍정적이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소비 투자 등 내수항목의 기여율을 비교해보면, 연해지역 고소득 지방에서 소비의 기여가 두드러지고, 내륙지역은 상대적으로 투자의 기여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최근 수년 새 중부 내륙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점과 관련이 깊다.  
 
위안화 절상은 수출이라는 성장동력이 약화됨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서는 적정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활발한 내수진작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재정여력이 탄탄하고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척된 연해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내륙지역에 재원을 집중시킬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기의 내수확대 국면에서 연해지역은 소비의 기여도가 높아지는 반면 내륙지역의 성장은 투자확대에 의존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앞서 1.에서 언급한 연해지역 경쟁우위 약화현상에 따라 고정자산 투자가 내륙으로 점차 이동하게 될 경우 이 같은 내수 차별화는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내수확대를 상징하는 프로젝트가 중앙정부의 ‘4縱4橫’고속철 계획이다(<그림 5> 참조). 서부 사막지역을 제외한 전역을 남북과 동서로 각각 4개 노선씩 신설하거나 연장한 뒤 국내항공 노선과 경쟁을 시켜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르면 2007년 1,100km 수준인 고속철도 총연장 길이는 2012년 1만3,000km, 2020년엔 1만8,000km로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베이징을 기준으로 광둥 남단의 선전까지 1일 생활권으로 엮이게 되는 것이다.  
 
중국엔 고속철 외에 이미 남북을 관통하는 2개의 간선철로와 동서를 가로지르는 3개의 횡단철로가 있다. 중국에서 철로운송은 운송거리와 운송중량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가장 많은 물동량을 맡고 있는 핵심 물류 인프라이다. 고속철의 확충으로 철로운송의 산업경제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철 및 철로운송과 같은 대규모 교통 물류인프라의 확충은 연해-내륙지역 불균형 해소와 내륙거점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류비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연해 생산기지의 내륙이전이나 내륙 병행투자가 보다 용이해지며, 반면 연해지역의 소비중심 도시들은 내륙 중고소득층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강화돼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종국적으로 내륙- 연해지역의 소득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 중앙정부의 호구제 개혁도 내륙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계획경제의 유산이자, 개혁개방 이후 도농간 소득격차를 확대시키는 역기능을 보여왔던 호구제는 연해지역 대도시들의 지방이기주의에 밀려 그간 개혁이 답보상태를 보여왔다. 중앙정부는 지난 해부터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륙 중소도시에 한정해 우선적으로 도시 호구 취득제한 규정을 대대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내륙지역의 중핵도시들은 내수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이들은 교통물류 인프라를 통해 연해 대도시와 연결되는 식으로 상호연계가 강화될 수 있다.  
 
내수확대 과정에서 중국의 자산시장은 상당기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엔고기의 일본기업과 달리 중국의 공공부문이나 유력기업들은 해외투자 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제약조건을 안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시장경제를 표방한 중국경제의 특징으로서, 중국 여유자본의 중국 내륙투자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개혁개방 과정에서 뒤처졌던 내륙지역 토지 등 자산의 생산성 증가가 두드러지고 이는 부동산 및 유가증권 시장의 상승세로 나타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국제투자은행들의 연해지역 부동산 투자 붐에 이어 최근엔 글로벌 기업들의 내륙진출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사업기반 확보와 함께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3. 서비스 부문의 확대 
 
중국 경제는 루이스(A.W.Lewis)의 후진국 경제발전 단계에 따르면, 아직도 ‘이중구조 경제’에 머물고 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이중구조의 한 축인 농촌부문엔 광범위한 잉여인력이 존재하는 만큼 임금 인상 없이 도시 제조업 부문에 고용돼 자본축적을 돕는다. 그 결과 제조업 부문은 지속적으로 고용을 확대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잉여인력이 전부 소진되는 시점(Lewis’ Point)에 이르면 임금 인상이 양 부문에 공히 나타나는 식으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중국 사회과학원 등에서 지난해 추계한 농촌의 잉여인력은 최소 1억 명 수준이다. 그런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훨씬 전인 2001년 11월 이뤄졌다. 이후 5년 여 동안 중국 정부는 가입의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개방 조치를 취했고, 내수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설비투자 등 고정자본투자에 집중됐다(<그림 6> 참조). 그 결과 제조업 분야의 고용흡수력은 크게 취약해져, 성장률 1%의 고용흡수인구가 1990년대 초반의 100만 명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전통 산업부문은 설비도태나 시설 현대화 등을 추구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 부문은 첨단 기술과 고도설비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두 가지 모두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자본 기술집약적 구조로 바꿔간다는 의미인 만큼 향후 제조업 분야의 고용흡수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위안화 절상은 특히 전통 제조업 분야의 수출경쟁력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줘 고용여력을 줄일 것이다. 차세대 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지만, 농민공 흡수 등 낙후된 내륙지역의 고용사정을 개선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흡수력이 가장 좋은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대량의 일자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자연스럽다. 
 
중국은 이미 11차5개년 계획에 서비스 부문 육성계획을 포함시켰다. 발전개혁위원회 산하에 ‘전국서비스업발전영도소조’ 사무국을 두고 국무원 부총리에게 조장을 맡긴 것은 중국 공산당이 이 사안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표 2>에 나타나듯 지난 5년의 성과는 매우 미진했다. 특히 서비스업의 GDP 비중은 43% 미만으로서, ‘서비스 왕국’인 미국의 70%에는 물론 중진국 수준인 50~60%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부문 육성이 투자나 성장률과 같은 양적 목표가 아니라 구조개선이 뒷받침돼야 진전이 이뤄지는 ‘질적 목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국무원이 공포한 ‘상하이 서비스업 발전계획’은 두 해전 국무원의 서비스발전계획보다 구체적이다. 2년 전 계획은 직할시, 주요 성회(省會)도시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경제가 주도하는 산업구조 개편을 서두를 것을 촉구한 반면, 지난해 계획은 아예 국무원이 나서 상하이를 국제금융 항공물류 등의 첨단 서비스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실행방안까지 구체화시켰다. 5월 개막한 상하이 엑스포 역시 이 지역 서비스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중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림 7>은 최근 수년의 해외 직접투자액을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눠 비교한 것이다. 2004년 이후 자리바꿈 현상이 두드러짐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금융, 물류, 유통 등의 개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외자기업으로서도 위안화 절상 등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결과이기도 하다. 개방 대상 서비스업은 주로 제조업 지원 서비스, 의료보건 교육과 같은 민생 서비스들로서, 향후 중국시장 및 사회의 질적 변화를 초래할 분야들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개선은 위안화 절상을 계기로 차츰 가속화하는 모양새를 나타낼 전망이다.  
  
 
Ⅳ. 시사점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제약조건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고려하는 위안화 절상은 초기엔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 금융시장 및 무역부문에 영향을 미치기엔 미미한 수준일 수도 있다.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도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의 상반된 거시경제 구조, 미국이라는 수퍼파워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국제관계 상의 비대칭성, 상당기간 유지될 중국의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절상세가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은 매우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위안화가 비록 소폭으로 절상되더라도 이는 ‘거대한 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 가격조정’으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사실 위안화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달러화에 페그(peg)된 채 움직이지 않다가 2005년 외환바스켓제도 도입과 함께 계단식으로 절상된 뒤 이후 꾸준히 절상국면을 유지해왔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다시 페그된 것은 중국 정부의 표현대로 ‘예외적 조치’에 해당한다. 즉 위안화 절상이 상징하는 구조변화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진행돼왔으며 향후 가속될 것이란 의미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위안화 절상세를 타고 ‘세계의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이다. 그러나 이 때의 시장은 소비와 투자를 모두 감안한 내수시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소득재분배를 억제하는 다양한 구조적 걸림돌이 산재한 중국 경제에서 단기간 소비가 늘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민간소비가 미국 규모에 버금가려면, 아직도 20년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기관이 적지 않다. 소비 확대추세는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끊기지 않고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자기업으로선 중장기적 안목에서 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안화 절상세에 따라 수출이란 성장동력이 약화되면 중국 정부는 그 대안으로서 투자의 역할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수출용 투자가 아닌 내륙개발을 위한 내포형(內包形) 산업화를 추진할 것이며, 위에서 설명한 교통 물류인프라 조성계획 역시 이를 위한 물적 토대를 갖추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내륙지역의 산업화 투자수요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이는 외자기업에도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향후 위안화 절상에 따른 제조업-서비스산업의 엇갈린 전망은 외국기업들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기존 연해지역에 즐비하게 포진했던 수출거점들은 이제 내수시장 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제품의 구성을 보다 기술집약적인 것으로 바꿔나가야 원가 상승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디스플레이 항공기제작 태양발전 등 분야에서 몇 년 전까지 중국 정부의 요청에서 아랑곳하지 않던 글로벌 강자들이 최근 기꺼이 중국 내 첨단제품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잇따른 법제화를 통해 ‘돈만 들고 오는, 저임금에만 초점을 맞춘, 에너지 소모 및 환경오염이 심한’ 외자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반면 첨단기술로 무장한 외자에 대해선 선별적인 세제혜택을 남겨놓고 있다. 위안화 절상국면은 이 같은 외자정책 방향을 더욱 굳건히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출-서비스 부문의 성장세는 정부의 육성정책과 맞물려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중국 정부가 희망하는 생산지원, 민생지원 서비스 산업은 앞선 노하우, 상당한 규모의 초기자본, 강한 브랜드파워 등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런 부분에선 외자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막강하나, 서비스사업의 특성상 현지화란 난제를 넘어서야 한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중국 정부의 편파 플레이도 복병으로 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성장 가능성이 큰 서비스 분야 진출은 로컬업체와 상생하겠다는 자세로 적극적인 파트너십이 불가피할 것이다.  <끝> 

위안화 절상되면 중국경제 구조변화 가속.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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