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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에서의 인사관리

지식창고지기 2010. 5. 28. 09:41

글로벌화에 따라 많은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하던 방식들이해외에서는 제대로 안 통하는 것이 많다.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기업을 위한 해외 인사관리는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한국 주재원 : 본사에서 급하게 올려달라는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네가 이 건을 보고서로 작성해 주게. 이 자료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까? 
현지인 : 글쎄, 언제까지 해 드리면 되죠? 
한국 주재원 : 가능한 빨리 해 주면 좋겠네. 
현지인 : 네. 
  
대화가 끝나고 보고서 작업을 진행하던 현지인은 퇴근 시간이 되자 보고서 완성을 내일로 미루고 퇴근한다. 때마침 바쁜 일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 주재원은 현지인을 찾다가 그가 퇴근한 것을 알고 망연자실한다. 
  
한국 주재원 : 급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끝내지도 않고 퇴근을 해 버리다니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서야 어떻게 일을 믿고 맡길 수가 있나. 할 수 없군. 내가 직접 엑셀 파일로 작업해서 만들어야겠다. 
  
다음날 출근한 현지인은 시킨 일을 끝내지 않고 퇴근했다고 한국 주재원인 팀장에게 야단을 맞는다.  
  
현지인 : 애당초 하루만에 되지도 않을 일을 무리하게 시킨 사람이 누군데? 그리고 엑셀로 하면 빨리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국 기업에 입사해서 처음으로 엑셀을 접했는데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야단만 치다니… 이런 사람 밑에서 솔직히 일할 의욕이 안 생긴다. 
  
이 현지인은 마음 속으로는 한국 기업, 한국 관리자 밑에서는 계속 일하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몇 년 후 인근의 더 좋은 처우를 해 주는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이상과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로서, 해외 진출 기업 중에서는 해외 법인의 연간 퇴직률이 3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현 주소 
 
국내의 내노라하는 대기업들도 해외에 가서는 완전 초보가 되어 헤매게 되는 영역이 있다. 다름 아닌 인사관리이다. 후진국에서는 낮은 민도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헝그리 정신의 부족으로 인해 본사 파견인력들이 수 많은 일들을 직접 떠맡아 처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제 일을 좀 시킬만 하면 더 좋은 처우를 해 주는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왠만한 중요 정보나 업무 관련 스킬을 가르쳐주기도 꺼려진다. 그 결과 현지 인력의 역량 부족과 사기 저하로 더욱 더 파견 인력 중심으로 업무가 이루어지고, 결국 현지 인력은 육성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 없을까? 물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해답은 ‘콩나물 키우기’이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비록 물은 흘러내려 고여있지 않지만 콩나물은 계속 자라듯이, 사람을 계속적으로 훈련시키고 육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장기적으로 큰 나무도 자랄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될 수 있는 법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그렇다면 현지인을 육성하는 것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일까? 매사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인사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키우고 싶다고 하루 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인사관리 제도 하나 없이 교육 프로그램 몇 가지를 도입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다. 우선 인사관리 제도를 정비하고, 그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제도적 틀을 하나씩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그 첫걸음인 인사관리 제도 구축은 어떻게 해야할까? 
  
다른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첫걸음 
 
한마디로 해서 인사관리 제도는 현지의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해서 구축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한국에서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가거나, 아니면 이것 저것 짜집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국민의 대부분이 로마 카톨릭 신자인 폴란드의 예를 들어보자. 폴란드에 진출한 한 기업이 3대 명절의 하나인 이스터데이(부활절)에 공장을 가동하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러자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며 단체로 출근 거부를 할 움직임까지 보였다. 다행히 현지 문화와 정서를 고려해 쉬기로 결정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고 경영자에 대한 신뢰가 더 공고해진 적이 있다. 이 해프닝도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의 설날과 추석처럼 현지에서는 카톨릭 문화상 부활절이 가장 중요한 명절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인사에 관한 지식을 다른 문화에 일반화시킬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문화권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간 성향의 차이, 시간 관념의 차이, 환경에 대한 인식 등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사 영역을 대상으로 먼나라와 이웃나라들의 차이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성과 평가 영역 
 
미국과 같이 개인주의적 문화가 지배적인 곳에서는 비공식적 평가보다 공식적 성과평가 시스템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평가서를 작성하고, 그 결과를 직원들에게 피드백해 주며, 보상을 결정하는 데 활용한다. 그러나, 집단주의적 문화가 강한 아시아나 일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공식적인 평가 피드백을 자제하고 보상과도 연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후지츠의 경우이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 공식적 성과평가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최근 그 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유는 그 제도가 일본의 집단주의적 사업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람이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이나 캐나다 기업들이 구성원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부여하는 데 반해, 사람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는 중동 지역에서는 성과 평가가 널리 활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단기적 시간 개념을 갖고 있는 미국 문화에서는 성과평가가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자주 이루어진다. 하지만 장기적 시간 개념을 갖고 있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평가는 1년에 1회 실시하지만 가능한 승진급 등 중요한 인사결정에 있어서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여러 해의 성과를 반영하는 편이다. 
  
● 선발 영역 
 
일반적으로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과 절차는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지원자를 선별할 때 교육 수준을 보는 것이나,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뽑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그러나 구체 선발 기법이나 관행은 나라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구조화된 인터뷰는 어떤 지역에서는 널리 사용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문화권에 따라서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구조화된 인터뷰가 사용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면담자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발에 대한 정책이나 제도도 법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이다. 
  
● 리더십 영역 
 
일반적으로 리더십에는 어떤 보편적 측면이 있다고 믿어진다. 예를 들면, 비전 제시와 통찰력, 격려와 신뢰, 활력과 적극성 등이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리더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미래에 대한 강력하고 적극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수행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며, 비전을 적용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관리자라면 자신의 방식을 그 지역 문화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중국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이 캐나다나 프랑스에서도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최대 백화점인 더베이(The Bay)에서는 상사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직원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중국 중심가의 백화점에서는 2~4주간의 군사훈련 같은 교육을 받고 현장 실습 때에도 상사에 대한 복종을 훈련받는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로마식, 중국에서는 중국식으로 
 
이처럼 나라마다 다르니 인사관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더 막막하게 느껴질 지 모른다. 그러나 그 나라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게 되면 그 해답이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의 인사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중국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 설계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내 경영 관행 및 조직구성원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대표적 요인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나이와 위계 중시, 체면(面子, Face)과 조화 강조,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혼재, 꽌시(네트워크)의 강조 등이다. 
 
우선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유교의 영향을 받아 권위와 위계를 중시한다. 따라서 조직 내 의사결정도 집권화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의 책임과 주도성을 개발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은 사회주의 체제 하의 문화혁명(1966~1976년)의 영향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성향이 생기면서 더 강화된 면도 있다. 
 
두 번째로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하여 우회적 표현을 하거나, 타인의 체면을 상하지 않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을 고려할 때, 외국 기업이 진출해서 중국인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큰 반감을 느낄 우려가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평가와 피드백 등 성과관리 제도의 실행 시에 신중히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또 하나,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내부인(Inside group)과 외부인(Outside group)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타 집단과의 수평적 협업이 결여되는 집단주의적 속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사 제도작업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서구 기업과의 많은 접촉 등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개인의 이해와 실리를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속성이 강해지는 추세도 병존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 직원들의 경우 조그만 이익의 차이에도 쉽게 이직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낮은 편인데, 이는 개인별 차등화된 계약 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영향도 없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에서는 개인간 관계(꽌시)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영업과 같이 대외 고객 관계를 책임지고 있는 직무에서는 인재의 유지 여부가 고객 유지관리의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문화적 특징은 서구 지역 특히 미국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과는 사뭇 대별된다. 미국인의 경우, 계급이나 특권 등 전통적인 것들을 거부하고 옷차림이나 사람을 대하는 일에서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다. 또한 운동이나 비즈니스에 있어 항상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과 성공하려는 성취 동기가 강하다. 자연히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일에 효율을 중시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또한 개인별로 객관적인 성과로 평가를 받고 보상받는 데 익숙하다. 물질적 가치에 치중하는 한편으로 개상도상국 원조나 기부 문화에서 나타나듯이 세계의 리더라는 자신감에서 오는 관용의 문화도 강하다. 동양과 서양의 극단적인 대비이긴 하지만, 이처럼 나라마다 문화적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행동양식과 사고의 차이는 기업 내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들을 바탕으로 각각 직급과 진급체계 그리고 평가와 보상체계 등 제반 인사제도의 설계에 대한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가 된다. 이를 통해 현지 문화에 맞는 인사제도가 구축, 설계될 수 있는 것이다. 
  
인사원칙과 정책의 정립은 필수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한 기업 내에 여러 가지 인사제도가 복잡하게 난립하는 모양이 될 수가 있다. 한국 본사의 인사제도와 중국 법인, 유럽 법인, 미국 법인 등 지역마다 인사제도나 기준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외 법인과 본사, 해외법인간 인력의 이동 시에 처우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 기준이 애매해지는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회사의 기본 인사정책이다. 자사의 인사철학을 토대로 각 인사영역별로 인사정책을 수립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원칙이 있는 인사 참조). 
 
기본적인 인사 철학과 정책을 갖고 나라마다의 차이를 반영해 나간다면, 가치관의 공유·전파와 문화적 차이 수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도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된다. 
 
인사철학과 정책의 정립, 그리고 현지 문화를 반영한 정책과 제도의 설계를 통해 인사 제도가 구축되고 나면, 현지인을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 시스템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때 주재원의 코치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그 전에 해외 인력의 우수성을 진정으로 인정해 주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