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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약어 사용을 따라잡아야

지식창고지기 2010. 7. 19. 11:04

중국인의 약어 사용을 따라잡아야

 

 

11시쯤에 스포츠 클럽을 가느라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101路 버스와 105路 버스를 연계 운송하는 버스다. 그래서 버스 번호판에 "101路 聯運105路"라고 길게 쓰여 있다. 즉 이 세 노선 버스는 모두 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서 101노선을 타고 가다가 105노선이 운행하는 코스로 가고자 할 경우 다른 회사 버스를 이용하지 말고 자기네 버스인 "聯運"버스를 이용하라는 의미로 개통된 노선이다. 차장에게 버스표를 끊으려면 당연히 목적지를 말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주 일이 생각났다. 지난 주에도 이 버스를 탔었는데 "중국과학관"에서 내려 801路나 825路 등으로 갈아타야 했다. 그래서 나도 북경사람들의 습관인 줄여 말하기 식으로 나도 이 정류장 이름을 줄여서 말했다. 즉 다섯 글자를 다 대지 않고 "중 크어 관(中科館)"이라고 첫번째, 가운데, 마지막 글자만을 발음했던 것이다. 보통 축약어는 이런 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는 곳중에 "중국과학원"이 있는데, 이를 줄여서 중국인들은 "중 크어 위앤(中科院)"이라고 한다. 즉, 첫번째, 가운데, 마지막 글자를 발음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내 말을 들은 차장이 이해를 못하고 반문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차장이 "중구오어 크어쉬에 지수관(中國科學技術館)"이냐고 전체 글자를 다 대며 반문하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발음이 이상했나? 아니면 이 정류장의 경우에는 글자를 줄이면 안 되나? 이렇게 알쏭달쏭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바로 지난 주에 겪었던 이 일이 오늘 불현듯 난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정류장 이름을 축약을 하긴 했는데 지난 주와 달리 "크어 지 관(科技館)"이라고 했다. 즉 앞의 두 글자인 "중국"을 생략해 이름을 댄 것이다. 그랬더니 차장은 아무 말 않고 요금을 챙겨 받는 것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말을 줄일때 기계적으로 정해진 위치의 글자를 말할게 아니라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사실 중국에 있으니 오히려 "중국"이라는 글자는 덜 중요한 셈이다. 그러니 "과학"과 "기술" 중에 하나만을 살릴 것이 아니라 둘 다를 살리되 앞의 한 자씩만을 따고 "중국" 이라는 글자를 생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의미가 확연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사회과학원"을 줄여 말할 때, "ᄉ흐어 크어 위앤(社科院)" 이라고 줄여야 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떤 때는 지역명도 생략해선 안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북경에는 대형 전시회장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 "국제전람관"과 "북경전람관"을 줄여 말할때, 각기 "구오어 ᄌ한(國展)", "뻬이 잔(北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단어 축약 습관 예를 한 가지만 더 들어 보자. 내가 북대 박사 과정 입학 시험에 합격해 이제 장기 체류용 "X" 비자를 받을 때의 일이었다. 서울에 있는 중국 영사처에서 비자를 받는데 이때만 해도 장기 비자는 드물었던 때라 심사가 제법 까다로웠다. 영사처 직원이 내가 준비한 서류 중에 뭔가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는지 내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의 묻는 말 중에 핵심어가 "티 지앤"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 말을 곱씹어 보았다. 사실 내가 준비한 서류라는 것이 뻔한 것이었다. J202 카드라는 유학생용 비자 신청 서식과 종합병원에서 받은 신체검사 결과서 등이었다.

 

나는 그가 말한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빨리 머리를 굴리면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뭘 빠뜨렸는지 모르겠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티 지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 보았었다. 그랬더니, "티그어 지앤ᄎ하"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즉, 우리가 군대 가기전에 받는 신체검사를 줄여서 "신검"이라고 하듯이, 중국 사람들은 이 "신체검사"라는 말을 "체격 검사"로 쓰니깐, 이 영사처 직원은 "체격 검사"를 줄여서 "체검"이라고 했던 것이다. 나는 얼른 그의 손에 쥐어 있는 서류 속에서 병원 발행 신체검사 증명서를 들춰냈다.

 

이와 비슷한 일은 나중에 1년 후, 우리 집 꼬마를 데리고 중국 병원에 갔을 때 다시 한번 겪었었다. 그 때는 아이가 설사를 심하게 하길래 진찰을 받으러 병원에 갔었다. 진찰 수속 중에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을 설명하는 간호사의 말을 듣게 되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설명을 마치고 간호원이 사라진 후, 갑자기 한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녀가 "쉬에 지앤"이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원래 외국어를 배울때는 그 상황과 배경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상대방이 하는 외국어가 잘 들리는 법이다. 그런데 나는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녀가 무슨 의미로 이 말을 했을까 생각하면서 내 나름대로 필요한 진료 과정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앤"이라는 글자에 주목한 결과, 아하 뭔가를 검사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1년 전쯤에 겪었던 "체격검사"의 축약어 "티 지앤"이 떠올랐던 것이다. 여기도 병원이니 분명히 뭔가를 검사한다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앞의 "쉬에"라는 글자는 당연히 "혈액"의 축약어인 "血"일 터였다. 그래 놓고 보니 의미가 통했다. 즉, 아이가 설사가 심하니 혈액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설사 증세를 보이니 대소변 검사는 하리라 생각했지만 혈액 검사를 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기에 이 단어가 얼른 무슨 의미인지 파악이 안되었던 것이다. 나는 종전의 그 간호사를 찾아 다시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내 말이 맞음을 확인해 주면서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수치를 알아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되어 "화 얜(化驗)"이라는 말도 쓴다. 이것은 "화학 실험 검사"의 축약어이다. 이런식으로 중국 사람들은 일상 용어에 축약어를 많이 쓰고 있으니, 우리네 외국인들이 중국 생활에 익숙해 지려면 이런 축약어를 쉽게 써먹게 될 때 가능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