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전 절멸된 실전용 조선 활 日서 발견(종합)
"문헌상으로만 남아있던 환상의 활"
연합뉴스 | 이충원 특파원 | 입력 2010.12.03 15:25 | 수정 2010.12.03 15:35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 확인..조선시대 갑옷.투구도 있어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국내에서는 자취를 감춘 조선시대 실전용 활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는 3일 야스쿠니신사 내 유물 전시관인 유슈칸(遊就館) 1층에 조선시대 실전용 활이 전시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조선시대 활은 습사(연습)용이거나 수노(手弩)라는 특수한 형태뿐이다. 조선시대 전쟁 당시 실제로 쓰인 활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29년에 나온 책 '조선의 궁술'에는 실전용 활과 습사용 활은 둘 다 산뽕나무, 뿔, 쇠심줄로 만들지만, 실전용 활에는 실과 옻이 추가 재료로 들어간다고 적혀 있다. 이 책에는 실과 옻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했다는 설명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활 표면을 실로 여러번 감싼 뒤 옻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실전용 활은 국내에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조선의 궁술'에는 "활쏘기 연습용 각궁만 전할 뿐이고, 기타의 것은 영원히 사라져"라거나 "(실전용 활은) 실물이 모두 사라져 그림으로도 그 형태를 보여주지 못하니"라고 적혀 있다.
군사편찬연구소 김병륜 객원연구원은 "일제강점기까지 북한 지역에 보존돼 있던 태조 어궁은 실전용 활인 게 분명하지만 6.25 전쟁을 거친 지금도 남아있는지 불확실한 상태"라며 "'최초 발견'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만큼 쓰기에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조선시대 활 유물 중에서 실전용, 군대용 활일 가능성이 가장 큰 유물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영집궁시박물관의 활 연구자인 유세현씨도 "연습용 활이 조선 활의 전부일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야스쿠니에 생각한 모습 그대로의 활이 남아있다니 놀랍다"고 탄식했다. 유씨는 영.정조 시대 이후의 활로 추정했다.
야스쿠니에는 활 이외에도 조선시대 갑옷과 투구도 전시돼있었다. 투구의 이마 가리개에는 '元帥(원수)'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투구 위쪽에는 용과 봉황 문양(용봉문) 금 장식이 붙어 있어 군 고위층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갑옷의 옆 트임 상태 등을 고려할 때 18∼1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갑옷과 투구는 국내외에 수십점 남아있지만 조선시대 군용 활은 단 한 개도 없다. 실전용 활이 발견됐다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야스쿠니신사는 '1274년 원나라 군사와 고려군의 합동 공격을 막아낸 가미카제'라는 의미로 유물을 전시하면서 당시 일왕이 썼다는 '敵國降伏(적국항복)'이라는 글씨 바로 옆에 여원(麗元)군의 일본 공격과 관계가 없는 조선시대 군복과 갑옷을 전시해놓았다.
이에 대해 혜문 스님은 "야스쿠니신사가 조선시대 갑옷과 투구를 하필이면 적국항복이라는 글씨 옆에 진열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이에 대해 항의하는 서한을 야스쿠니신사 측에 보냈다.
chung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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