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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던 롯데, 5000원 통큰치킨…결국 3일만에 판매 중단

지식창고지기 2010. 12. 13. 10:52

말많던 롯데, 5000원 통큰치킨…결국 3일만에 판매 중단

뉴시스 | 박상권 | 입력 2010.12.13 10:25

 


【서울=뉴시스】박상권 기자 = 5000원짜리 치킨으로 화제가 됐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16일부터 판매가 전격 중단된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13일 열린 업계 동반성장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통큰치킨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주변 치킨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불가피하게 판매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큰치킨은 배달은 하지 않고 방문고객에게만 판매하며, 튀기는 시간을 고려해 점별 하루 평균 300마리 밖에 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사전 대량물량 기획과 기존 설비를 이용한 저마진 판매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 9일 첫 판매를 시작해 화제를 모았던 '통큰치킨'은 3일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9일 출시한 후 11일까지 사흘 동안에만 약 7만4000마리가 팔렸다. 전날인 12일의 판매량을 감안하면 10만마리를 넘겨 약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사업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증폭되며, 판매 초기부터 뜨거운 호응과 비난이 엇갈렸지만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결국 '상생'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판매 중단에 이르게 됐다.

특히 프랜차이즈업계가 "통큰치킨이 원가 이하로 판매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며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사태가 악화됐다.

이들은 대형 유통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판매하는 이른바 '로스리더(loss leader)' 제품이라는 점을 집중 비판했다.

여기에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도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원씩 손해보면서 하루에 닭 5000마리를 팔려고 한다"며 "혹시 '통 큰 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이 아니냐"고 비판해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큰치킨은 기존 치킨보다 절반이상 저렴한 5000원에 팔리면서 '닭세권' '얼리어닭터' 등의 신조어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 8일 한 게시판 커뮤니티에는 "서울·경기지역에 분포해 있는 롯데마트를 연결해 보니 '통 큰 치킨'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며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마트의 경기권 분포도를 선으로 연결해 보면, 닭의 머리 모양과 유사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그야말로 폭소했다.

네티즌은 "롯데마트의 치밀한 계획에 졌다", "뭔가 짜맞춘 것 같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등 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던 롯데는 결국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에 대해 자영업자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사회적 비난 여론이 일자 결국 시판 나흘 만의 결정이다.

다음은 롯데마트가 이날 발표한 전문이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사랑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롯데마트는 12월16일부터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었습니다.

이달 9일부터 당사가 판매한 '통큰치킨'은 가치있고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해 서민에게 혜택을 주고 한편으론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대형마트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개발된 상품 중의 하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통큰치킨'에 대해 '미끼상품'이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만 단기간에 원가 이하로 판매해 고객을 유인하는 속칭 '미끼상품'과는 다릅니다. '통큰치킨'은 사전 대량 물량 기획과 기존 설비를 이용해 원가를 줄여 일년내내 판매하고자 한 저마진 판매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더구나 '통큰치킨'은 배달은 하지 않고, 방문고객에만 판매하며, 튀기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점별 하루 평균 300마리 밖에 팔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시간에 콜라, 치킨무, 할인쿠폰, 각종 소스 등을 함께 배달해주는 기존 치킨업소와는 분명 시장 차별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건에서의 비교를 통해 주변 치킨가게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의 애초 생각과는 달리 주변 치킨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불가피하게 판매 중단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정과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이 큰 기업으로서 단 기간내 고객과의 약속을 번복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더욱 성장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10월, 배추 한포기에 15,000원이 넘던 '배추파동' 때 가격 안정을 위해 업계 최초로 롯데마트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2,500원짜리 배추를 사기 위해 줄 서 계셨던 아주머니'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손주를 위해 오랜 시간 줄 서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사시고 즐거워 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큰치킨'의 판매중단을 교훈 삼아, 가치있고 품질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고객에게 혜택을 드리기 위한 '롯데마트의 상품혁명'이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준비한 '통큰치킨' 약 5만마리는 연말까지 각 점포 인근에 거주하는 불우이웃에 기부하겠습니다.

통큰치킨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사회적 갈등 등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하게 된 것에 대해 고객 여러분의 이해와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고객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2010년 12월 13일

롯데마트 임직원 일동

k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