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배달 속도전…‘눈물겨운 폭주’
한겨레 | 입력 2010.12.14 09:00
[한겨레] 8개월 동안 5번 사고
"30분안 배달" 타이머 측정
'1건당 400원' 미끼 삼기도
찍히면 끝…치료비 꿈못꿔
권군이 일하던 체인점의 배달원들은 대부분 10대다. 시급 4300~4500원에 배달 1건당 400원씩을 더 쳐준다. 400원을 더 벌려고 오토바이 속도를 높이게 된다. 다른 이유도 있다. 일부 대형 피자 체인점은 30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고객에게 피자값을 할인해주거나 받지 않는다. 대신 손해액은 배달원에게 물린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타이머를 돌려 배달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곳도 있다. '30분 안 빠른 배달'을 외치는 회사의 압박에 배달원들은 위험한 속도전에 내몰리고 있다.
성인인 20대도 예외가 아니다. 송아무개(25)씨는 지난달 28일 배달을 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공사장 복공판 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비가 눈으로 바뀐 날이었다. 오토바이에 왼쪽 발목이 깔렸고, 피자는 길바닥에 널브러졌다. 일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당한 다섯번째 사고였다. 발목이 부러져 한달 넘게 일을 못하게 됐다. 병원비는 자기 돈으로 냈다. 하루 8시간 이상 오토바이를 모는 그의 시급은 4800원이다. 송씨는 "치료가 끝난 뒤에 회사가 다시 받아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했다.
피자집이나 치킨집에서 일하는 전국의 배달원 수나 사고 발생률은 통계조차 없다. 대형매장부터 영세점포까지 피자집의 수도 정확하지 않은데다 배달원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12월, 가장 잔인한 달
매장당 사고수 해마다 증가
눈·행사많은 12월 2배 '껑충'
그럼에도 배달원들의 사고는 점차 늘고 있다. < 한겨레 > 가 국내 유명 피자업체 노동조합을 통해 입수한 '배달 오토바이 보험 처리 현황'에서도 이런 추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이 업체의 직영 매장 한곳당 오토바이 사고 건수(평균)는 2007년 2.94건, 2008년 3.53건, 2009년 3.39건, 2010년 4.10건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물론 이 수치도 사고로 오토바이가 망가져 수리를 한 사례만 집계한 것이다.
사고 유형별로는 '일반적인 차 대 차 접촉사고'(57.2%)가 가장 많고, '법규 위반 및 보행자 접촉사고'(21.1%), '오토바이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15.2%)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눈이 내리고 성탄절과 연말이 겹치는 12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사고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사고 처리 건수는 2007년 113건, 2008년 74건, 2009년 96건으로 30~60건인 다른 달에 비해 눈에 띄게 많다.
피자 배달원 김아무개(24)씨는 "12월에는 배달 물량이 많아 '빨리빨리 하라'는 재촉이 더 심해진다"며 "특히 눈이 와서 길이 얼어붙으면 오토바이 타기가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피자업계 관계자는 "유명 피자업체의 직영 매장에서 보험 처리한 건수가 이 정도인데, 업무 강도가 심한 가맹 매장이나 영세사업장의 사고 실태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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