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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승마 치료

지식창고지기 2010. 12. 26. 09:53

 

 지난 6일 오후, 현승이는 어김없이 승마장을 찾았다. 진주시 평거동에 있는 진주승마연합회 승마장에는 현승이와 같은 또래 친구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몸이 불편한 노현승(12·초교 4)이 승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약 한 달 전쯤이다. ‘한번 해보니 괜찮더라’는 주변의 입소문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자기보다 훨씬 덩치 큰 말을 보고서 지레 겁을 먹고 가까이 다가가지 조차 못했다. 울음을 터트리며 아예 근처에 얼씬도 안하려는 현승이를 달래는 것은 엄마인 김도연씨의 몫.
 “괜찮아, 한번 타보면 안 무서워.” 그렇게 달래고 어르고 시작한 게 벌써 한 달째. 지금 현승이는 매주 토요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가 됐다.
 
 ◇살아있는 생명체, 말(馬)과의 교감
 주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말 등위에 올라 탄 현승이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꽃이 피어 있다. 조랑말 초롱이도 이제는 무섭지 않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초롱아! 안녕, 오늘도 잘 부탁해’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진주시승마연합회 이동일 회장이 고삐를 잡고서 서서히 승마장을 돌기 시작했다. 말을 타면서 근처에서 지켜보는 엄마인 도연씨에게 손도 흔들어보고 넉살을 부리는 게 제법 의젓한 티가 난다.
 그렇게 30여 분간 초롱이를 타고서 승마장을 돌았다. 아들의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인 도연씨는 “처음에 말을 보고서는 무서움을 많이 탔는데, 지금은 저렇게 재밌어 하고 운동도 되니깐 기분이 좋네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승이는 “말을 타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빨리 걸을 때는 무섭기도 하지만 옆에서 아저씨들이 부축해 주기 때문에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라며 활짝 웃음을 터트린다.
 현승이처럼 재활을 위해 재활승마교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대부분 비슷한 처지에 놓인 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서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날 현승이와 함께 비슷한 시기에 재활승마에 입문한 광래(13)와 예은(13)이도 빠지지 않고 승마장을 찾았다.
 광래와 함께 승마장을 찾은 어머니 이경란씨는 “먼저 경험을 한 또래 엄마로부터 이곳을 추천을 받았다”면서 “막상 해보니 광래도 재미를 붙이고, 여러모로 괜찮은 것 같아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재활승마교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일 회장은 “처음 어린 친구들이 말을 접하게 되면 무서움에 망설여 하다가도 말을 직접 타보게 되면 운동효과와 함께 심리적인 안정도 느끼게 되어 재활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재활치료 통해 심리·육체적 재활 도와
 살아있는 생명체를 이용한 재활치료는 비단 말(馬)로 한정될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돌고래나, 개 등 사람과 친숙한 동물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그중 말을 이용한 재활치료는 1960년대부터 독일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 이상이 재활승마를 경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0여년 전부터 한국마사회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재활승마교실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재활승마가 주목을 받는 이유로는 ‘재미’와 함께 치료효과가 높다고 알려지면서 부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말은 통상 분당 걸을 때마다 다리의 수축에 의해 대략 500~600여 차례 작은 떨림이 발생한다.
 이 떨림이 고스란히 사람의 몸에 전달되면서 근육에 자극을 주게 돼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는 이치다. 말등에 올라타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으려는 몸의 반응도 근육 운동에 도움을 준다.
 재활승마의 치료 효과를 다룬 국내의 연구결과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서울삼성병원이 지난 2001년부터 7년 동안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거친 장애아동을 연구한 결과 거의 90%에 가까운 아동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한국마사회 조교사인 서범석씨는 2개월간 한국마사회에서 진행한 승마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아동 5명을 대상으로 그 효과를 연구한 결과 신체 및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말(馬)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통한 신체장애아동 뿐만 아니라 자폐아, 뇌성마비,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아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아동을 대상으로 신체·심리적 재활치료를 통한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상대병원 물리치료실 이태신 실장은 “아직 국내에 도입단계여서 재활승마의 정확한 과학적 효능에 대해 섣불리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움직이려는 욕구와 동기부여를 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활승마가 아이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통에 취약한 아이들이 병원치료와 함께 병행할 경우 재활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이다.
 
 ◇활성화 위해서는 사회적 뒷받침 전제돼야
 재활승마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야 한다.
 3개월 전부터 재활승마 교실을 연 진주시승마연합회도 처음 2명으로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고 지금은 8명으로 늘었다.
 이 회장은 “진주뿐만 아니라 멀리 남해나 사천 등지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며 “멀리서 오시는 분들은 인근 지역의 승마장을 수소문해 되도록이면 집 근처에서 편안히 재활승마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처럼 지역 승마 인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을 하는 곳이 있는 가하면 일부 지역의 경우는 부족한 인력난과 부지, 재정난으로 재활 승마교실을 열기에 애로가 많다.
 이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장애아동들이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재활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경란씨는 “재활승마 외에 재활치료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병원비 부담이 실로 크다”면서 “재활승마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피력했다.
 우리 주변에는 선천적으로 후천적으로 각종 장애를 안고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보다 쉽고 다양한 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해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진정 더불어 사는 사회의 시작은 바로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 볼 때마다 보람 느낀다”
 진주시승마연합회 이동일 회장

 
 “혼자 힘으로 일어서려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진주시승마연합회 이동일(65·사진)회장, 어릴 적 고향에서 짐수레를 끄던 말을 지켜보면서 말(馬) 외길 인생을 걸어온 것이 벌써 반평생이다.
 젊은 시절, 경남도승마협회 선수겸 교관으로 활약했던 그가 3달 전부터 경상대병원 물리치료실 이태신 실장의 권유로 재활승마교실을 열었다.
 “아이들이 휠체어를 오래 타다보니 하체의 힘이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옆에서 부축해도 말 등위에서 중심잡기도 버거워했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중심을 잘 잡아요. 다리에 힘이 생긴거죠.”
 어린 아이들이 승마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혼자 힘으로 일어서려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감회가 새로워진다고 했다.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시작할 때는 말이 무섭다고 우는 아이들이 나중에는 더 태워달라고 떼를 쓰며 울거든요(웃음)”
 현재 진주시승마연합회에 소속된 회원 수는 대략 180여 명 정도. 진주시승마연합회는 저변확대를 위해 매년 3차례씩 3달 과정으로 무료 승마교실을 열고 있다.
 “오는 4월부터 2010년도 무료승마교실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물론 재활승마교실은 연중 계속될 겁니다.”
 한편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진주시승마연합회(016-555-3667)로 연락하면 된다. 임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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