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민족 영토

여진•몽골족도 중국인?… 멋대로 역사 쓰는 중국

지식창고지기 2011. 11. 21. 17:12

여진·몽골족도 중국인?… 멋대로 역사 쓰는 중국

동북아역사재단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집중 조명

문화일보|

김도연기자|

입력 2011.11.15 13:52

|수정 2011.11.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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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과거의 모든 민족과 역사는 모두 중국사로 간주한다.'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으로 동북공정 등 역사공정에서 핵심으로 삼는 논리다. 하지만 이 이론은 역사 시대 중국의 강역과 통치 범위가 현재 중국의 영토와 다름에도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서 흥망했던 모든 독립된 역사공동체를 중국 왕조의 지배와 통치 범위 안에 있었다고 호도하려는 데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왜곡된 논리가 역사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집중 조명한 '중국 역사교과서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동북아역사재단 펴냄)이 최근 발간됐다. 4명의 연구자가 공동 집필한 이 연구서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해 어떤 과정을 거쳐 변용됐는지, 그리고 중국 역사교과서가 이 이론을 전근대시대뿐만 아니라 근현대사 영역에서 어떻게 서술하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집필진 중 한 명인 김종박 상명대 교수는 '중국의 민족학 연구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등장'에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이론 배경이 사회주의 민족관에 따른 민족통합론이라고 주장했다. 각 민족이 현재의 필요에 의해 창안된 민족통합론에 따라 '통합'된 민족이 곧 '중화민족(中華民族)'이며, 이를 바탕으로 민족평등권을 가진 상태에서 이른바 '민족통합'을 이루고 있다는 다원일체론(多元一體論)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중국의 역사 이론에 따르면 과거 흉노, 거란, 여진, 몽골 등 이민족의 중국 침략이 중국인 간의 내전이 되고 만다" "그 결과 현재 중국에서는 허구적이고 추상적인 역사 왜곡이 양산되고 있다"고 논박한다.

'
중국 역사교과서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분석-근대 이전의 민족 관계를 중심으로'란 논문으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분석한 이동훈 목원대 교수에 따르면 현행 중국의 역사교과서로만 본다면 민족 관계의 두 축인 한족과 소수민족은 역사적으로 별다른 다툼 없이 서로 단결하고 민족 융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형제 민족이라고 착각할 만큼 우호적인 관계로 묘사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역사사료를 보면 한족과 소수민족은 생존을 위해 부단히 투쟁하던 적대 관계였으며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사료는 셀 수도 없이 많다"면서 "특히 정신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이민족을 구별하는 '화이지변(華夷之辨)'은 역사 전체 시기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따라서 한족과 소수민족 관계를 민족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은 역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종건 경북대 교수는 초급중학 교과서와 고급중학 교과서로 나눠 분석하면서 그런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서술의 문제점을 영토와 영역의 확대, 중국 중심의 서술, 민족 문제 서술의 불균형 등으로 대별해 상론했으며, 정유선 상명대 교수는 중국 역사교과서에 반영된 이 이론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