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 뺏는 은행, 팔짱 낀 정부… 건설업계 부도 공포
- 조선비즈 유하룡 기자
"올해 주택 사업이 10분의 1로 줄었어요. 연말 인사가 코앞인데 내심 불안해하는 직원이 적지 않아요."
국내 10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업체인 A사 S 과장은 지난달 30일 고려개발이 전격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3년간 1만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올해는 연말까지 2000~3000가구를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견 건설업체 B사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올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이후 공공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망한 회사 아니냐는 인식 때문에 민간 공사를 따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업계가 또다시 부도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량 기업으로 꼽히던 임광토건이 지난달 24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주일 만에 고려개발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고려개발은 30대 그룹에 속하는 대림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PF 사업에 줄줄이 쓰러져
올해 쓰러진 건설사는 대부분 흑자를 내던 회사였다. 지난 7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건설산업은 17년 연속 흑자를 냈고, 고려개발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왔다.
문제는 PF 사업이었다. 고려개발은 경기 용인 성복동 PF 사업에 3600억원 등 모두 3곳에 4550억원 보증을 섰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시행사들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졌고 고려개발이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고려개발 관계자는 "돈 될 만한 자산은 다 팔아 빚을 갚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고 말했다.
◇채권 회수에만 열 올리는 금융권
금융기관들의 '제 몫 챙기기'도 건설사 줄도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려개발 관계자는 "2009년부터 3년간 자산 매각과 모기업 지원으로 7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했지만 채권단이 PF 상환과 이자 등으로 대부분 회수해 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 오는데 우산 뺏는 격" "채권단이 링거를 꽂아주고 피를 빨아가고 있다"고 성토한다.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월드건설은 사옥과 리조트, 사업 부지 등을 팔아 47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지만 대부분 차입금 변제에 사용했다. 결국 3년간 신규 사업을 한 건도 벌이지 못해 올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일부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는 모기업이 책임지고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은행이 무리한 대출과 리스크 관리 실패의 책임을 건설업체에만 전가하려고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책 없는 정부
건설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건설업계의 일감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08년 120조원을 넘었던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올해 103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내년에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다 보니 건설사의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올 3분기 상장 건설사 34곳의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86%나 급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끝나면서 공공 공사는 거의 중단된 상태"라며 "그나마 해외 건설이 업계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공공 공사 물량 확대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안 된다"면서 소극적인 자세다. 정부는 내년엔 오히려 공공 공사의 최저가 낙찰제 대상을 현재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SOC 예산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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