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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40인식조사] 재테크 - “강남 아파트? 살 생각 없어요”

지식창고지기 2012. 1. 1. 16:02

[20·30·40인식조사] 재테크 - “강남 아파트? 살 생각 없어요”

매경이코노미|

◆ 20-30-40 세대,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나 ◆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안정성이 높은 데다 잘하면 소위 '대박 수익'을 낼 수도 있다. 50~60대는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을 키워왔다.

매경이코노미가 20-30-40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젊은 사람들은 재테크 수단으로써 부동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사거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집을 팔고 더 큰 집으로 이동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6%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60%가 '집을 사거나 큰 집으로 이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부동산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결과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부동산이 불로소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자산으로 현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부동산 재테크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더불어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집단화·몰입화된 부동산 시장과 성격상 거리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50~60대가 부동산 신화를 신봉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강남 불패' 현상이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향후에도 오를 것이라고 믿는 다수 50~60대와 달리 젊은 층은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귀하께서 가장 선호하는 주거 지역이 강남입니까?'라는 질문에 75%가 '아니다'라고 답한 반면 '그렇다'라고 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강남 비선호자는 20대 80%, 30대 75%, 40대 69%로 젊은 층으로 갈수록 더 강남 지역을 선호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선호도 여하를 불문하고 여건이 된다면 강남으로 이사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61%가 '의향 없음'에 표기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 선호도는 타 지역보다 서울(3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서울에서 지역을 옮겨 이사하는 것은 그다지 큰일이 아니지만 지방에서 살던 지역을 벗어나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으로 들어오는 선택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강남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남 지역에 각종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55%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꼽은 이유는 '자녀 교육(30%)'이다. 단순히 재테크 목적으로 부동산 시세차익만 노리고 강남으로 이주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강남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높은 가격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 아파트의 2011년 평균 매매가는 10억원 안팎을 오르내린다. 2011년 3월 평균 매매가가 10억2253만원, 11월 평균 매매가는 9억9958만원 선이다.

강남아파트 적정가는 7억원

재미있게도 강남 부동산의 적정 가격에 대한 20~40대 인식은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강남 집값은 5억원 미만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강남 아파트 적정 가격이 '5억~7억원'이라고 응답한 사람 비율은 28%. 80%의 응답자가 7억원 미만이 적절한 강남 아파트 가격이라 답한 셈이다. 반면 10억원대 이상이 적정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8%에도 미치지 않았다.

현재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살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응답자 비율이 높았지만, 향후 강남3구 아파트 가격 전망은 '오른다'와 '떨어진다'가 반반 정도로 엇갈렸다. 응답자의 24%가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영원히 안 떨어질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14%는 '3년 이상 장기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내용의 문항에 동의한 사람은 모두 45%, 현상을 유지하거나 떨어진다는 내용에 동의한 사람은 모두 54%였다.

비강남권을 포함한 2012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역시 응답자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예측이 어려운 시장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예상한 사람은 23%, 하락을 예상한 사람은 33%,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 사람은 43%다. 향후 주택 구입 시 적당한 크기는 '20평대(42%)'와 '30평대(37%)'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부동산보다 차라리 주식 투자

20-30-40 세대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직접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현재 투자하고 있는 금융상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39%가 '주식'을 꼽았다. 남성(45%)이 여성(32%)보다 비율이 높다.

다만 2012년은 주식 투자에 적합한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012년에 주식 투자를 시작하거나 투자금액을 늘릴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주식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40대보다 20대가 주식 투자에 조금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투자금액을 늘릴 의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40대보다 20대가 조금 높았다. 20대가 30~40대보다 주식 투자에 조금 더 공격적인 이유는 물론 주식시장 전망을 상대적으로 밝게 보기 때문이다. 2011년에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 투자자의 비율은 31%, 손실을 본 비율은 48%로 수익보다 손실을 본 사람이 더 많았다.

예적금을 선호하는 20-30-40 세대 비중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전체 응답자의 40%가 '예적금에 대부분의 자산을 넣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20대 응답자 비중은 46%였다.

최철호 IBK기업은행 종암동지점 PB팀장은 젊은 층의 예적금 선호도가 높은 이유를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 팀장은 "현재 금리는 4%대로 높은 상황이 아니다. 동시에 유로존 사태와 미국발 금융위기 등이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공포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취업난 심화로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되지 못한 젊은 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보다 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20~30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 최 팀장은 "절대 소득이 적은 젊은 층은 극단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의 사람들과 불안정한 경제에 심리적 위축을 받아 보수적으로 투자하려는 성향의 사람들로 양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0-30-40 세대는 투자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까. 단연 인터넷이다. 응답자의 44%가 주로 '인터넷에서 투자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혔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얻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20%에 그친다. 50~60대가 주로 신문과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투자 정보를 얻는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사나 은행 PB(Private Banking)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대답은 40대가 25%로 20~30대보다 높았다. 그렇지만 20대의 비율도 23%로 30대(15%)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20-30-40 세대는 2012년 본인의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의 비율이 낮았다. 전체 응답자의 37%만 2012년 본인의 소득 증가를 예상했고, 줄어들거나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본 사람은 52%였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2011년 11월 발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30대가 13%포인트, 30세 미만이 8%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이에 비해 50대와 60대는 각각 3%포인트, -1%포인트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양호해졌다.

신동일 KB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PB팀장은 "취업난, 등록금 대출 등으로 빚을 안고 있는 20~40대는 생존형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데 비해, 50~60대는 부동산 임대 수익이나 수익형 상가 등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 계급 격차가 보다 커지고 있다. 2000만~3000만원의 연봉을 받아서 역전하기 힘든 사회 구조가 세대별 재테크 관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38호(11.01.0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