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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불사” 회개 없는 한기총… 파국 치닫나

지식창고지기 2012. 1. 25. 08:59

“소송 불사” 회개 없는 한기총… 파국 치닫나

 
 
[서울신문]'한기총 결국 파국으로 치닫나.'

지난해 초 길자연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논란으로 시작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분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여름 분란의 으뜸 당사자인 길 회장과 이광선 목사 측의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깜짝 화해'로 사태가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지금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상황에 빠졌다. 집행부와 반집행부 측은 양측에 대한 소송을 불사한다는 불퇴전의 각오로 맞붙어 한기총의 분열을 기정사실화하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사태는 개신교계의 첨예한 관심 속에 지난 19일 왕성교회에서 열린 제23차 총회의 정회로 일단 최대 고비는 넘긴 상태다. 총회 직전 법원의 '정관 개정과 선거를 진행할 수 없으며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집행부가 받아들여 정회를 결의했다. 집행부에 반발하는 10개 교단 총무들의 '총회개최금지가처분'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인 만큼 집행부는 예배만 끝내고 대표회장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현 집행부에 맞서 결성된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불참해 반쪽 총회로 끝난 이날 모임의 결의 사항은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로 여겨진다. '차기 대표회장 선출 시까지 회기를 연장하고 모든 절차를 길자연 대표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한기총의 회기 연장에 의한 길 대표회장의 임기 연장을 가능케 하는 결의가 사실상 불법이라는 불만이 비대위를 비롯한 반집행부 진영에서 분출하고 있다.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선거 무산… 내홍 깊어
한국일보|

 

고신·대신·합신 등 5개교단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 수용
후보가 금권선거 논란 당사자… 비대위 "모든 수단 써 막을것"

한국 최대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차기 대표회장 선거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대표회장 선출 과정의 '금권선거 논란'으로 시작된 내홍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기총은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원동 왕성교회에서 길자연 현 대표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대표회장을 선출하려다 이날 대표회장을 뽑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한기총 집행부에 비판적인 예장 통합과 대신, 고신, 합신, 개혁 등 5개 교단 10여명의 대의원들은 대표회장 투표권을 빼앗기자 이에 반발해 서울중앙지법(민사 50부)에 한기총 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 19일 오후 서울 서원동 왕성교회에서 열린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공동회장 정서영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 선거가 법원의 판결로 인해 치러질 수 없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이 선출한 홍재철 부천 경서교회 목사가 단독 입후보한 상태다.

60여개 교단으로 구성된 한기총은 현재 길 대표회장과 차기 대표회장 후보인 홍 목사 등 예장 합동 목사들로 이뤄진 집행부와 20개 교단이 참여한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쪼개져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대표회장 선출과 관련한 한기총 정관을 둘러싼 시비다. 지난해 초 대표회장 선거가 금권선거로 치러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특별총회 때 대표회장을 각 교단에서 돌아가며 선출하도록 정관을 고쳤다. 이 같은 '대표회장 순번제'는 같은 교단에서 연속해서 대표회장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고육책이지만 다수의 교단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이 개혁 정관이 한기총 집행부에 의해 폐기되면서 새로운 갈등이 불거졌다. 길 대표회장이 같은 교단 소속 홍 목사를 후임으로 앉히기 위함이었다. 이에 반발해 최근 예장 통합을 비롯해 백석, 대신, 고신, 합신, 개혁, 예성(예수교 성결교회), 기성(기독교 성결교회) 등 11개 교단은 비대위를 구성해 현 집행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비대위가 홍 목사를 비토하는 이유는 그가 이른바 '한기총 금권선거 논란'의 주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최요한 남서울비전교회 목사는 "2010년 9월 예장 합동 교단의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경선을 하루 앞두고 길자연 목사로부터 돈을 건네 받아 내가 1,400만원, 홍재철 목사가 3,000만원 정도를 총대(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대의원)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폭로했다.

홍 목사는 현재 한기총 공동회장 및 한기총 가입단체인 북한옥수수심기범국민운동분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또한 한기총 다빈치코드상영반대특별대책위원장, 수쿠크(이슬람채권)법 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비대위 소속 800여명의 목회자들은 12일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기도회를 열고 홍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부적격자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18일 오후에는 예장 통합 총회장 박위근 목사와 예장 백석 총회장 유중현 목사 등이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기총 정기총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기총이 조만간 법적 요건을 갖춰 총회를 열고 홍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으로 선출한다 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비대위와의 갈등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비대위측 한 목사는 "홍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에 당선돼도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의에서 총회 속회를 신문광고를 통해 공지키로 함에 따라 길 회장과 현 집행부는 조만간 회의를 소집할 전망이다. 차기 총회에서 길 회장 측이 차기 대표회장 선출과 정관 개정을 강행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번 총회를 원천무효로 선언했던 비대위는 총회에서 대표회장 선출과 정관 개정을 진행해 단독 입후보한 홍재철 목사를 대표 회장으로 뽑을 경우 즉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당선 무효확인 소송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 길 대표회장과 집행부 측도 "자격 없는 단체들이 대거 들어 있는 비대위 측이 한기총을 음해하려 한다."며 맞대응할 것을 벼르고 있다.

집행부에 맞선 비대위를 비롯한 반집행부 측의 주장은 지난해 7월 의결한 '개혁안'의 효력 회복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7월 특별총회에서 금권선거 논란 등으로 직무가 정지된 길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인준하면서 1년 단임제와 대표회장 순번제를 의결했지만 길 대표회장 측은 지난해 10월 실행위원회에서 이 같은 핵심 사항을 모두 폐기했다.

비대위 측은 총회에 앞서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기총에서 탈퇴하거나 제3의 조직을 만드는 등의 시도없이 조직 내에서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집행부의 총회 속회에 따른 대표회장 선거가 강행될 경우 그런 입장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개신교계의 여론도 사그라들지 않는 만큼 올 한해 한기총의 격투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 끝도 예단하기 어렵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