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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좌불안석’ 거주자 ‘느긋’

지식창고지기 2012. 1. 31. 11:14

투자자 ‘좌불안석’ 거주자 ‘느긋’

헤럴드경제|

초기 사업지 투자자들 다급 손절매 여부 두고 깊은 고민 사업 진척 빠른 사업지는 불확실성 해소·희소성 호재
추진위 설립 진행중인 곳은 조사전 승인받자 발길 분주


"우리 구역은 해제 대상이 맞나요? 투자 물건을 계속 보유해도 되는 건가요?"

서울시의 뉴타운 구조조정안이 발표된 지난 30일, 한남뉴타운 구역인 이태원 일대 중개업소들은 밀려오는 문의 전화로 눈코 뜰새가 없었다. 주로 외지 투자자들의 전화가 많았다. 투자자들이 다수를 점하는 뉴타운 사업 찬성파들은 이번 발표로 뉴타운 해제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했다. 특히 아직 추진위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초기 사업지의 물건을 보유한 외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았다. 몇몇 다급한 투자자들은 직접 중개업소를 찾아 하소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는 급매도 내놓았다.

이태원 가구거리의 C중개업소에서 만난 김모씨는 "더 이상 이자부담을 못 견디겠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갖고 있는 집을 팔아야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한남뉴타운 3구역, 4구역의 지분을 각각 5억5000만원씩 주고 샀지만, 4억 7000만~4억8000만에 손절매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팔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씨는 "정책 방향이 뉴타운에 부정적인데 사업이 빨리 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업소에서 만난 또 다른 투자자 정모씨는 지난 2007년 3억 대출을 받아 6억2000만에 산 지분을, 5억원에 내놓았다. 그는 "손해금만 1억원 이상에, 금융비용까지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반면, 원주민 거주자들은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실거주 집인 만큼 좀 더 두고 보자는 심산이다. 뉴타운구역 내 투자자들의 처지에 따라 반응의 온도차가 확연히 갈리고 있는 것이다. 원주민 거주자들은 "우려했던 만큼 강력한 구조조정안은 아니다"고 했다.

투자자의 처지 뿐 아니라 사업추진 단계에 따라서도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사업이 꽤 진척된 구역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오히려 상당수 뉴타운이 개발 대열에서 탈락해 희소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한남 뉴타운 내 2ㆍ3구역은 최근 조합설립 동의율이 75%를 넘겨 다음달 조합설립이 유력하다. 4ㆍ5구역도 동의율이 7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구역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일단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해오던 사업을 계속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K공인관계자는 "2~4구역의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서울시의 발표가 불확실성 해소 차원해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협의회에서 '오히려 잘됐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발표되자 뉴타운 지정구역의 희비가 사업단계별로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한남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이태원 일대 전경.

반면 최근에야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1구역은 뉴타운 해제 가능성이 높아졌다. 1구역은 용산구청 뒷길과 가구거리 등 상권이 발달돼 있어 주민 반대율이 높은데다, 추진위가 구성됐다 하더라도 2년내로 조합 설립에 들어가지 않으면 일몰제가 적용된다. K공인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에서 멈춰있는 구역 조합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덕화 한남 1구역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장은 "실태조사 지역에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4월께 개략적인 관리처분계획안이 나오면 반대자들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역해제요건이 구체화되고, 일몰제 대상까지 제시되면서 한창 추진위원회 설립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은 마음이 더 다급해졌다.

추진위 설립시 구역 해제 가능성이 보다 낮아지는 만큼, 전수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추진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동부권의 대형 뉴타운인 거여 마천 뉴타운 내 마천 1ㆍ3구역은 현재 추진위 승인 신청을 위한 동의서를 받는 단계로, 마천1구역이 약 42%, 마천3구역 35% 선이다. 이들은 오는 4월까지 과반수 이상의 동의서를 확보해 사업을 보다 진척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인근 정다운공인 관계자는 "추진위가 설립되지 않으면 전수조사 기간에만에 상당 시간이 소요돼 사업 기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정비 추진 지역은 행정 지원을 받고 낙폭됐던 가격이 회복될 수 있지만, 해제 지역은 지원으로 인한 가격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되는 지역과 해제되는 지역 간의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정순식ㆍ이자영 기자/ nointeres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