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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 용부가(庸婦歌)

지식창고지기 2009. 7. 12. 14:45

용부가(庸婦歌)
우둔하고 못난 여인을 노래하다


미상

<용부가(庸婦歌>는 내방 가사라고 할 수는 없다. 내방 가사는 규방의 여인들이 쓰거나 읽는 가사이지만, 단지 여성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는 내방 가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용부가>는 맨 마지막에 '그른 일 알았거든 고칠 개라 힘을 쓰소, 옳은 말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엄하소'라는 내용으로 보아 교훈적인 내용임에 명백하다. 다른 한편 이 작품은 등
장하는 인물을 희화화하여 개인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함으로써,시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능을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용부가>의 서술자 및 등장 인물 '남녀 노복'을 거느리고 '양반 자랑'을 하는 것을 보면, 등장하는 부인은 여성 양반이다.그러나 이 노래에서 표현되는 시집살이는 양반 여성이 시집살이하는 것과는 크게 어긋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풍자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봉건적인 속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양반 여성과는 달리
<용부가>의 부인은 봉건 사회의 모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특히 '시집살이 못 하겠네 간숫병을 기우리며','색주가나 하여 볼가 남문 밖 뺑덕어미'등에서 사회의 윤리 관념을 과감히 혁파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용부가>는 현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흉보기도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보소.
시집 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살이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흉을 잡아 내네.
계엄할사 시아버니 암상할사 시어머니.
고자질에 시누이와 엄숙하기 맏동서라.
요악(妖惡)한 아우동서 여우 같은 시앗년에
드세도다 남녀 노복(奴僕) 들며 나며 흠구덕에
남편이나 믿었더니 십벌지목(十伐之木) 되었세라.
여기 저기 사설이요, 구석구석 모함이라.

* 계엄할사 :  '게염'의 방언으로 부러운 마음으로 샘하여 탐내는 욕심
* 암상할사 : 남을 시기하고 샘을 잘 내는 잔망스러운 마음
* 요악한 : 요사스럽고 악독함
* 시앗년 : 남편의 첩
* 흠구덕 : 남의 허물을 험상궂게 말함
* 십벌지목 : 열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없다고 곁에서 여러 번 말하면 곧이 듣게 된다는 뜻


시집살이 못하겠네 간숫병을 기울이며
치마 쓰고 내닫기와 보찜 싸고 도망질에
오락가락 못 견디어 승(僧)들이나 따라갈까?
긴 장죽(長竹)이 벗이 되고 들 구경 하여볼까?
문복(問卜)하기 소일이라 겉으로는 시름이요
속으로는 딴 생각에 반분대(半紛黛)로 일을 삼고
털뽑기가 세월이라. 시부모가 경계하면
말 한마디 지지 않고 남편이 걱정하면
뒤받아 맞넉수여. 들고 나니 초롱군에
팔자나 고쳐 볼까. 양반 자랑 모두 하며
색주가(色酒歌)나 하여 볼가 남문밖 뺑덕어미
천생이 저러한가 배워서 그러한가
본 데 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침
싸홈질로 세월이며 남의 말 말전주와
들며는 음식 공논 조상은 부지(不知)하고
불공(佛供)하기 위업할 제 무당 소경 푸닥거리
의복 가지 다 내주고
남편 모양 볼작시면 삽살개 뒷다리요
자식 거동 볼작시면 털 벗은 솔개미라
엿장사야 떡장사야 아이 핑계 다 부르고
물레 앞에 선하품과 씨아 앞에 기지개라


* 간숫병을 기울이며 :  자살하려고 서슬을 먹음
* 장죽 : 담뱃대
* 문복하기 : 점쟁이에게 길흉을 물음
* 반분대 : 거의 분(화장)으로 하루를 보냄
* 뒤받아 : 항거하고 나섬
* 맞넉수 : 두 편이 서로 엇비슷함. 마주 대꾸하기
* 무릎맞침 :  남의 흉을 본인에게 일러바침
* 말전주 :  없는 말을 지어냈다가 삼자대면하여 사실유무를 따짐
* 음식 공논 : 여럿이 모여서 의논함 또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 조상은 부지하고 :  조상의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
* 불공하기 : 절에 가서 부처에게 제물을 드리며 비는 것
* 삽살개 뒷다리요 :  삐쩍 마른 형상(남편의 방탕함)
* 털벗은 솔개미라 :  벌거 벗고 다니는 것
* 물레 앞에 선하품 : 열심히 일하지 않음
* 씨아 : 목화의 씨를 빼는 기구. 토막나무에 두 개의 기둥을 박고 그 사이에 둥근 나무 두 개를 끼어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처럼 마주 돌아가면서 목화의 씨가 빠지게 되었음

 


이집 저집 이간질과 음담패설 일삼는다.
모함 잡고 똥 먹이기
세간은 줄어 가고 걱정은 늘어 간다.
치마는 절러 가고 허리퉁은 길어 간다.
혼인장사 집집마다 음식얻기 일을삼고
아이싸움 어른싸움 남의죄에 매맞히기
까닭없이 성을 내고 예쁜자식 두드리며
며느리를 쫓았으니 아들은 홀아비라
딸자식을 데려오니 남의 집은 결단이라
두손벽을 마주치며 대성통곡 괴이하다
무슨꼴로 생트집에 머리싸고 들어눕기
무식한 사람들아 저 거동을 자세보고
그른 일을 알았거든 고치기에 힘을 쓰소
옳은 말을 들었거든 실행하기 일삼으소

* 음담패설 : 상소리와 욕지거리
* 모함잡고 : 하지 않은 일을 하였다고 남을 몰아대기
* 절러 가고 : 짧아 가고
* 총 :  짚신이나 미투리들의 앞쪽의 두 편짝으로 박은 낱낱의 울
* 혼인장사 : 혼인집과 초상집
* 음식추심 : 음식을 맡겨놓은 것 같이 달라고 조르는 것
* 딸자식 : 시집간 딸자식
* 방성대곡 : 목을 놓아 우는 것

 

 

● <용부가> 이해하기
작자 연대 미상의 조선 후기 가사인 이 작품은 못난 여인이 시집 살이를 하는 동안 저지르는 행동을 풍자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서민 의식과 산문 정신의 영향이 잘 반영된 이 작품은 내용이 다소 과장되고 표현이 속된 것도 있지만, 사실적인 묘사와 직설적 표현으로
토속미를 느끼게 한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 자아 각성에 의한 서민 의식과 산문정신이 발달하였다. 이 영향으로 문학에서도 음풍농월 식의 강호 한정이나 연군과 같은 종래의 관념적, 서정적 내용이,
인간의 성정(性情)을 그대로 표출하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 역시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사 문학이 양반들에게서 서민들에게 넘어오면서 풍자성을 강하게 띠게 되는데, 이 작품 역시 못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여성들의 비행을 열거하는 대목에서 그러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이 작품에는
서민적 미의식이라 할 수 있는 희극미, 골계미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비판 의식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 여성의 생활과 감정을 과장해서 현실적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작품에서 '드세도다 남녀 노복(奴僕) 들며 나며 흠구덕에'는 주인공을 흠 투성이 여인으로 소문낸다는 뜻이며, '남편이라 믿었더니 십벌지목(十伐之木) 되었에라'는 남편을 믿었는데 그조차 주위 사람의 말에 넘어가 아내를 흠 많은 여자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부가>의 서술자 및 등장 인물은 '남녀 노복'을 거느리고 '양반 자랑'을 하는 것을 보면, 등장하는 부인은 여성 양반이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표현되는 시집살이는 양반 여성이 시집살이하는 것과는 크게 어긋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풍자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봉건적인 속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양반 여성과는 달리 <용부가>의 부인은 봉건 사회의 모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특히 '시집살이 못 하겠네 간숫병을 기우리며', '색주가나 하여 볼가 남문 밖 뺑덕어미' 등에서 사회의 윤리 관념을 과감히 혁파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용부가>는 현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 <용부가> 정리
*
갈래 : 가사, 서민가사, 계녀가사
* 작자 : 미상(조선 후기)
* 성격 : 풍자적, 경세가
* 표현 : 열거법, 과장법
* 출전 : 경세설
* 제재 : 시집살이
* 주제 :
여인들의 삶의 갈등과 고뇌, 여성들의 비행 비판
* 의의 :
<우부가(愚夫歌)>와 짝을 이루는 가사로, 여성의 지위와 갈등을 역설적으로 나타낸 작품

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

이에 따른 여자의 행동

* 욕심 많은 시아버지
* 미워하고 샘 잘 내는 어머니
* 고자질 잘 하는 시누이
* 요사스럽고 간악한 아우 동서
* 여우 같은 첩
* 남녀 하인들의 흠구덕
* 시집 식구 편을 드는 남편

시적 화자의 평가
(
비판적)

* 자살을 기도함(간수를 마시려 함)
* 짐을 싸서 도망가려 함
* 집을 떠날 생각을 함
* 점치기로 세월을 보냄

 

● <용부가>는 내방가사가 아니다
<용부가>는 여성에 대한 가사이지만 내방 가사라고 할 수는 없다. 내방 가사는 규방의 여인들이 쓰거나 읽는 가사이지만, 단지 여성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는 내방 가사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부가>의 맨 마지막에 '그른 일 알았거든 고칠 개라 힘을 쓰소, 옳은 말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엄하소'라는 내용이 있어 여성들에게 교훈을 주고자 쓰인 내용이다. 다르게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희화화하여 개인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함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능을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 계녀가사는 무엇인가?
여자들의 행실을 경계하는 내용의 가사를 계녀가사라고 한다. <계녀가>, <부인요람>, <괴똥어미전> 등이 대표적인데, 유가적 이념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