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부가(庸婦歌)
우둔하고 못난 여인을 노래하다
미상
<용부가(庸婦歌>는 내방 가사라고 할 수는 없다. 내방 가사는 규방의 여인들이 쓰거나 읽는 가사이지만, 단지 여성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는 내방 가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
흉보기도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보소. |
* 계엄할사 : '게염'의 방언으로 부러운 마음으로 샘하여 탐내는 욕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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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담패설 : 상소리와 욕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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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부가> 이해하기
작자 연대 미상의 조선 후기 가사인 이 작품은 못난 여인이 시집 살이를 하는 동안 저지르는 행동을 풍자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서민 의식과 산문 정신의 영향이 잘 반영된 이 작품은 내용이 다소 과장되고 표현이 속된 것도 있지만, 사실적인 묘사와 직설적 표현으로 토속미를 느끼게 한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 자아 각성에 의한 서민 의식과 산문정신이 발달하였다. 이 영향으로 문학에서도 음풍농월 식의 강호 한정이나 연군과 같은 종래의 관념적, 서정적 내용이, 인간의 성정(性情)을 그대로 표출하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 역시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사 문학이 양반들에게서 서민들에게 넘어오면서 풍자성을 강하게 띠게 되는데, 이 작품 역시 못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여성들의 비행을 열거하는 대목에서 그러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이 작품에는 서민적 미의식이라 할 수 있는 희극미, 골계미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비판 의식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 여성의 생활과 감정을 과장해서 현실적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작품에서 '드세도다 남녀 노복(奴僕) 들며 나며 흠구덕에'는 주인공을 흠 투성이 여인으로 소문낸다는 뜻이며, '남편이라 믿었더니 십벌지목(十伐之木) 되었에라'는 남편을 믿었는데 그조차 주위 사람의 말에 넘어가 아내를 흠 많은 여자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부가>의 서술자 및 등장 인물은 '남녀 노복'을 거느리고 '양반 자랑'을 하는 것을 보면, 등장하는 부인은 여성 양반이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표현되는 시집살이는 양반 여성이 시집살이하는 것과는 크게 어긋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풍자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봉건적인 속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양반 여성과는 달리 <용부가>의 부인은 봉건 사회의 모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특히 '시집살이 못 하겠네 간숫병을 기우리며', '색주가나 하여 볼가 남문 밖 뺑덕어미' 등에서 사회의 윤리 관념을 과감히 혁파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용부가>는 현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 <용부가> 정리
* 갈래 : 가사, 서민가사, 계녀가사
* 작자 : 미상(조선 후기)
* 성격 : 풍자적, 경세가
* 표현 : 열거법, 과장법
* 출전 : 경세설
* 제재 : 시집살이
* 주제 : 여인들의 삶의 갈등과 고뇌, 여성들의 비행 비판
* 의의 : <우부가(愚夫歌)>와 짝을 이루는 가사로, 여성의 지위와 갈등을 역설적으로 나타낸 작품
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 |
→ |
이에 따른 여자의 행동 |
* 욕심 많은 시아버지 |
시적 화자의 평가 |
* 자살을 기도함(간수를 마시려 함) |
● <용부가>는 내방가사가 아니다
<용부가>는 여성에 대한 가사이지만 내방 가사라고 할 수는 없다. 내방 가사는 규방의 여인들이 쓰거나 읽는 가사이지만, 단지 여성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는 내방 가사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부가>의 맨 마지막에 '그른 일 알았거든 고칠 개라 힘을 쓰소, 옳은 말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엄하소'라는 내용이 있어 여성들에게 교훈을 주고자 쓰인 내용이다. 다르게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희화화하여 개인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함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능을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 계녀가사는 무엇인가?
여자들의 행실을 경계하는 내용의 가사를 계녀가사라고 한다. <계녀가>, <부인요람>, <괴똥어미전> 등이 대표적인데, 유가적 이념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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