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가(愚夫歌)
어리석은 사람의 노래
미상
이 작품이 실려있는 <초당문답가>는 19세기 후반 양반 사회가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의 양반층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는데, 특히 <우부가>의 경우 양반 사회가 당면했던 경제적 몰락과 도덕적 타락을 가차없이 그려 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
내 말씀 광언인가 저 화상 구경하세 남촌한량 개똥이는 부모덕에 편히 놀고
호의호식 무식하고 미련하고 용통하여 눈은 높고 손은 커서 가량없이 주제넘어
시체 따라 의관하고 남의 눈만 위하것다 장장춘일 낮잠자기 조석으로 반찬투정
매팔자로 무상출입 매일장취 개트림과 이리 모여 노름놀이 저리 모여 투전질에
기생첩 치가하고 오입장이 친구로다 사랑에 조방군이 안방에는 노구할미
명조상 떠세하고 세도 구멍 기웃기웃 염량 보아 진봉하기 재업을 까불리고
허욕으로 장사하기 남의 빚이 태산이다 내 무식은 생각 않고 어진 사람 미워하기
후할 데는 박하여서 한 푼 돈에 땀이 나고 박할 때는 후하여서 수백냥이 헛것이다
승기자를 염지하니 반복소인 허기진다 내 몸에 이할 대로 남의 말을 탄치 않고
친구 벗은 좋아하며 제 일가는 불목하며 병날 노릇 모두 하고 인삼녹용 몸 보키와
주색잡기 모두하여 돈주정을 무진하네 부모조상 돈망하며 내 인사는 나중이요
남의 흉만 잡아낸다 내 행세는 개차반에 경계판을 짊어지고 없는 말도 지어내고
시비에 선봉이라 날 데 없는 용전여수 상하탱석 하여 가니 손님은 채객이요
윤의는 내 몰래라 입구멍이 제일이라 돈날 노릇 하여 보세 전답 팔아 변돈주기
종을 팔아 월수주기 구목 베어 장사하기 서책 팔아 빚주기와 동네 상놈 부역이요
먼 데 사람 행악이며 잡아오라 꺼물리라 자장격지 몽둥이질 전당잡고 세간 뺏기
계집문서 종삼기와 살결박에 소 뺏기와 불호령에 솔 뺏기와 여기저기 간 곳마다
적실인심 하는구나 사람마다 도적이요 원망하는 소리로다 이사나 하여 볼까
가장을 다 팔아도 상팔십이 내 팔자라 종손 핑계 위전 팔아 투전질이 생애로다
제사 핑계 제기 팔아 관재구설 일어난다 뉘라서 돌아볼까 독부가 되단 말가
가련타 저 인생아 일조에 걸객이라 대모관자 어디 가고 물래줄은 무슨 일꼬
통냥갓은 어디 가고 헌 파립에 통모자라 주체로 못 먹던 밥 책력 보아 밥 먹는다
양볶이는 어디 가고 씀바귀를 단물 빨듯 줄렦고 어디 가고 모주 한 잔 어려워라
울타리가 땔나무요 동네소금 반찬일세 각장장판 소라 반자 장지문이 어디 가고
벽 떨어진 단간방에 거적자리 열두 잎에 호적종이 문 바르고 신주 보가 갓끈이라
은안준마 어디 가며 선후 구종 어디 갔나 석새짚신 지팡이에 정강말이 제격이라
삼승버선 태사혜가 끄레발이 불쌍하고 비단주머니 십륙사끈 화류면경 어디 가고
버선목 주머니에 삼노끈 꿰어차고 돈피 배자 담비 휘양 능라주의 어디 가고
동지섣달 베창옷에 삼복 다름 바지거죽 궁둥이는 울긋불긋 옆걸음질 병신 같이
담배 없는 빈 연죽을 소일쪼로 손에 들고 어수비수 다니면서 남의 문전 걸식하며
역질핑계 제사핑계 야속하다 너희 인심 원망할사 팔자타령 저 건너 꼼생원은
제아비의 덕분으로 돈천이나 가졌더니 술 한잔 밥 한술을 친구대접 하였던가
주제넘게 아는 체로 음양술수 탐호하여 당대발복 구산하기 피란 곳 찾아가며
올적 갈적 행로상에 처자식을 흩어놓고 유무상조 아니하면 조석난계 할 수 없다
사인취물 하자 하니 일갓집에 부자 없고 뜬 재물 경영하고 경향없이 싸다니며
재상가에 청질하다 봉변하고 물러서고 남의 골에 걸태 갔다 혼금에 쫓겨 와서
혼인중매 혼자들다 무렴 보고 뺨 맞으며 가대문서 구문 먹기 핀잔 먹고 자빠지기
불의행세 찌그렁이 위조문서 비리호송 부자나 후려 볼까 감언이설 꾀어 보세
언 막이며 보 막이며 은점이며 금점이며 대로변에 색주가며 노름판에 푼돈 떼기
남북촌에 뚜장이로 인물초인 하여 볼까 산진매 수진매에 사냥질로 놀러 갈 제
대종손 양반 자랑 산소나 팔아 볼까 혼인 핑계 어린 딸은 백냥짜리 되었구나
아낙은 친정살이 자식들은 고굉살이 일가의 눈이 희고 친구의 손가락질
부지거처 나가더니 소문이나 들어볼까 산 너머 꾕생원 그야말로 하우로다
거들어서 한 말 자랑 대장부의 절기로다 동네 존장 몰라보고 이소능장 욕하기와
의관열파 사람 치고 맞았다고 떼쓰기와 남의 과부 겁탈하기 투장 간 곳 청병하기
친척집의 소 끌기와 주먹다짐 일쑤로다 부잣집에 긴한 체로 친한 사람 이간질과
월수돈 일수돈에 장변리 장체기며 제 부모 몹쓸 행사 투전군은 좋아하며
손목 잡고 술 권하며 제 처자는 몰라보고 노리개로 정표 주며 자식노롯 못하면서
제 자식은 귀히 알며 며느리는 들볶이며 봉양 잘못 호령한다 기둥 베고 벽 떨어라
천하 난봉 자칭하니 부끄럼을 모르고서 주리틀려 경친 것을 옷을 벗고 자랑하며
술집이 안방이요 투전방이 사랑이라 늙은 부모 병든 처자 손톱 발톱 젖혀 가며
잠 못 자고 길쌈는 것 술내기로 장기 두고 책망없이 버린 몸이 무슨 생애 못하여서
누이 자식 조카 자식 색주가로 환매하여 부모가 걱정하면 와락 달아 부르대며
아낙이 사설하면 밥상치고 계집치기 도망산에 묘를 섰나 저녁 굶고 또나간다
포청귀신 되었는지 듣도 보도 못할래라
● <우부가> 정리
* 갈래 : 서사 가사
* 연대 : 조선 후기(19세기)
* 주제 : 도덕적 타락에 대한 비판과 경계
* 성격 : 교훈적, 풍자적, 경세적
* 목적 :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 남자들에게 교훈을 주고 그들을 계도하고자 함
* 율격 : 3.4조(4.4조) 4음보의 연속체
* 출전 : 초당문답가
* 등장인물 : 개똥이, 꼼생원, 꾕생원
* 의의 : 1) 조선 후기 양반층의 도덕적 타락을 사실적으로 반영
2) 양반 사회가 당면했던 현실적, 경제적 몰락과 도덕적 타락, 봉건적 가치관의 붕괴를 그려냄
* 구성 : 세 명의 우부(어리석은 남자)를 등장시켜서 각각 서사, 본사, 결사의 3단으로 구성하였다.
서사 : 인물에 대한 화자의 평
본사 : 도덕적 타락과 비행 열거
결사 : 패가망신한 이후의 행색
● <우부가>의 풍자성
풍자는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모자라는 사람들이나 제도 등을 우습게 보이도록 제시함으로써 교훈을 주는 표현 기법을 말한다. 풍자하는 사람은 그 대상보다 우월한 입장에 있으므로 못난 자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풍자의 한 특성이다.
<우부가>도 풍자의 이런 특성에 잘 들어맞는 작품인데,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풍자 대상으로 삼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경직된 윤리 규범을 풍자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작품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어리석은 남자는 그 윤리 규범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어기는 데서 어리석음이 드러난다는 것으로 비판되고 있다. 따라서, 윤리 규범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속출할 정도의 사회상이 <우부가>의 비판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화제가 될 만큼 그러한 현상이 많이 목격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한다.
● 등장 인물의 공통점
세 사람은 모두 술과 기방 출입, 도박으로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고 타락과 부도덕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가다가 끝내는 처참한 말로를 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똥이는 재물을 사치와 낭비에 탕진하고 가난한 서민을 대상으로 악질적인 고리대금을 하고, 꼼 생원은 사기행각을 벌이는 타락을 보이는가 하면, 꾕생원은 빚에 의지하여 살면서 돈 때문에 가족 윤리마저 파괴하는 타락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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