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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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박씨전>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있는 병자호란은 조선 역사상 유례 없는 치욕적 사건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끼쳤으며 민중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었다. 야인(野人)이라고 경멸하던 만주족에게 패배한 만큼 민중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역사소설, 군담소설, 전쟁소설의 범주에 넣지만,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박씨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여걸 소설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 <박씨전>의 줄거리
대명 숭정연간 세종조에 한양에 이득춘이라는 사람이 늦게 시백이라는 아들을 얻었는데, 위인이 총명하고 비범하였다. 어느 날 박처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이득춘과 더불어 신기(神技)를 겨루며 놀다가 시백을 청하여 보고는 그 자리에서 자기 딸과의 혼인을 청한다. 이득춘은 박처사의 신기가 범상하지 않음을 알고 쾌히 응낙한다.
이득춘은 정해진 날짜에 시백을 데리고 금강산으로 가서 박처사의 딸 박씨와 혼인시킨다. 시백은 첫날밤에 박씨가 천하에 박색이요 추물임을 알고 실망하여 그날 후로는 박씨를 돌보지 않는다. 가족들도 박씨의 얼굴을 보고는 모두 비웃고 욕을 한다. 이에 박씨는 시아버지에게 후원에다 피화당을 지어 달라고 청하여 그곳에 홀로 거처한다. 박씨는 이득춘이 급히 입어야 할 조복을 하룻밤 사이에 짓는 재주와, 비루 먹을 말을 싸게 사서 잘 길러 중국 사신에게 비싼 값에 팔아 가산을 늘리는 영특함을 보인다. 또 박씨는 시백이 과거를 보러갈 때 신기한 연적을 주어 그로 하여금 장원급제하도록 한다. 시집온 지 삼년이 된 어느 날 박씨는 시아버지에게 친정에 다녀올 것을 청하여 구름을 타고서 사흘만에 다녀온다. 이때 박처사는 딸의 액운이 다하였기에 이공의 집에 가서 도술로써 딸의 허물을 벗겨주니, 박씨는 일순간에 절세미인으로 변한다. 이에 시백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박씨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시백은 평안감사를 거쳐 병조판서에 이른 뒤, 임경업과 함께 남경에 사신으로 간다. 그곳에서 시백과 임경업은 가달의 난을 당한 명나라를 구한다. 그들은 귀국하여 시백은 우승상에, 임경업은 부원수에 봉해진다. 이때 호왕이 조선을 침공하기 앞서 임경업과 시백을 죽이려고 기룡대라는 여자를 첩자로 보내 시백에게 접근하게 한다. 박씨는 이것을 알고 기룡대의 정체를 밝히고 혼을 내어 쫓아버린다. 두 장군의 암살에 실패한 호왕은 용골대 형제에게 10만 대군을 주어 조선을 치게 한다. 천기를 보고 이를 안 박씨는 시백을 통하여 왕에게 호병이 침공하였으니 방비를 하도록 청하나 간신 김자점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침내 호병의 침공으로 사직이 위태로워지자 왕은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지만 결국 항서를 보낸다. 많은 사람이 잡혀 죽었으나 오직 박씨의 피화당에 모인 부녀자들만은 무사하였다. 이를 안 적장 용홀대가 피화당에 침입하자 박씨는 그를 죽이고, 복수하러 온 그의 동생 용골대도 크게 혼을 내준다. 용골대는 인질들을 데리고 퇴군하다가 의주에서 임경업에게 또 한번 대패한다. 왕은 박씨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서 박씨를 충렬부인에 봉한다.
● <박씨전> 내용 정리
* 갈래 : 역사소설, 군담소설, 전쟁소설, 여걸소설
* 작가, 연대 : 미상
* 배경 : 시간 - 병자호란
공간 - 한반도 전역
* 주제 : 박씨부인의 영웅적 기상과 재주(청나라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
● <박씨전> 본문 읽어보기
차설 울대 군중에 영하여 일시에 불을 지르니, 화약이 터지는 소리 산천이 무너지는 듯하고 불이 사면으로 일어나며 화광이 충천하니, 부인이 계화를 명하여 부적을 던지고, 좌수에 홍화선을 들고, 우수에 백화선을 들고, 오색 실을 매어 화염 중에 던지니 문득 피화당으로 조차 대풍이 일어나며 도리어 호진(胡陳) 중으로 불길이 돌치며 호병(胡兵)이 화광 중에 들어 천지를 분변치 못하며 불에 타 죽는 자가 부지기수(그 수를 알지 못함)라. 울대 대경하여 급히 퇴진하며 앙천탄식하여 가로되,
"기병하여 조선에 나온 후 병불혈인(兵不血刃)하고 방포 일성에 조선을 도모하고 이곳에 와 여자를 만나 불쌍한 동생을 죽이고 무슨 면목으로 임금과 귀비를 뵈오리오."
통곡함을 마지 아니하거늘, 제장이 호언(好言)으로 권위(捲慰-정다운 말로 위로함)하며 의론 왈,
"아무리 하여도 그 여자에 보수(報讐-원수를 갚음)할 수는 없사오니 퇴군하느니만 같지 못하다."
하고, 왕비와 세자 대군과 장안물색(평범한 보통 서민들)을 거두어 행군하니, 백성의 울음소리 산천이 움직이더라.
차시 박부인이 계화로 하여금 적진을 대하여 크게 외쳐 왈,
"무지한 오랑캐놈아. 내 말을 들으라. 너의 왕은 우리를 모르고 너 같은 구상유취(입에서 아직 젖냄새가 날 만큼 어림)를 보내어 조선을 침노하니 국운이 불행하여 패망은 당하였거니와 무슨 연고로 아국 인물을 거두어 가려 하느냐. 만일 왕비를 뫼셔 갈 뜻을 두면 너희 등을 함몰(결딴을 내어 없앰)할 것이니 신명을 돌아보라."
하거늘, 호장(胡將)이 차언을 듣고 소 왈,
"너의 말이 가장 녹록하도다(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 우리는 이미 조선왕의 항서를 받았으니 데려가기와 아니 데려가기는 우리 장중에 달렸으니 그런 말은 구차이 말라."
하며 능욕이 무수하거늘 계화가 일러 왈,
"너희 등이 일향 마음을 고치지 아니하니, 나의 재주를 구경하라."
하고, 언파(말을 마침)에 무슨 진언을 외오더니, 문득 공중으로 두 줄 무지개 일어나며 우박이 담아붓듯이 오며 순식간에 급한 비와 설풍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 호진장졸이며 말굽이 얼음에 붙어 떨어지지 아니하여 촌보를 운동치 못할지라. 호장이 그제서야 깨달아 가로되,
"당초에 귀비 분부하시되 '조선에 신인이 있을 것이니 부디 우의정 이시핵의 후원을 범치 말라'하시거늘, 우리 일찍 깨닫지 못하고 또한 일시지분(一時之憤)을 생각하여 귀비의 부탁을 잊고 이곳에 와서 도리어 앙화를 받아 십만 대병을 다 죽일 뿐이라. 골대도 무죄히 죽고 무슨 면목으로 귀비를 뵈오리오. 우리 여차한 일을 당하였으니 부인에게 비느니만 같지 못하다."
하고, 호장 등이 갑주(갑옷과 투구)를 벗어 안장에 걸고 손을 묶어 팔문진 앞에 나아가 복지청죄(땅에 엎드려 죄를 청함)하여 가로되,
"소장이 천하에 횡행(거리낌없이 행동함)하고 조선까지 나왔으되 무릎을 한 번 꾼 바 없더니 부인 장하에 무릎을 꿀어 비나이다."
하여 머리를 조아려 애걸하고 또 빌어 가로되,
"왕비는 아니 뫼셔 가리이다. 소장 등으로 길을 열어 돌아가게 하옵소서."
하고 무수히 애걸하거늘, 부인이 그제야 주렴을 걷고 나오며 대질 왈,
"너희 등을 씨도 없이 함몰하자 하였더니, 내 인명을 살해함을 좋아 아니 하기로 십분 용서하나니 네 말대로 왕비는 뫼셔 가지 말며 너희 등이 부득이 세자 대군을 뫼셔 간다 하니 그도 또한 천의를 따라 거역지 못하거니와 부디 조심하여 뫼셔 가라. 나는 앉아서 아는 일이 있으니 불연즉 내 신장과 갑병을 모아 너희 등을 다 죽이고 나도 북경에 들어가 국왕을 사로잡아 설분(분풀이)하고 무죄한 백성을 남기지 아니리니 내 말을 거역지 말고 명심하라."
한 대, 울대 다시 애걸 왈,
"소장의 아우의 머리를 내어 주시면 부인 덕택으로 고국에 돌아가겠나이다."
부인이 대소 왈,
"옛날 조양자는 지백의 머리를 옷칠하여 술잔을 만들어 이전 원수를 갚았으니, 나도 옛날 일을 생각하여 골대 머리를 옷칠하야 남한산성에 패한 분을 만분일이나 풀리라. 너의 정성을 지극하나 각기 그 임금 섬기기는 일반이라. 아무리 애걸해도 그는 못 하리라."
울대 차언을 듣고 분심이 충천하나 골대의 머리만 보고 대곡할 따름이요 할 일 없이 하직하고 행군하려 하니 부인이 다시 일러 왈,
"행군하되 의주로 행하여 임장군을 보고 가라."
울대 그 비계(비밀스런 계략)를 모르고 내념(內念-속생각)에 헤오되,
"우리가 조선 임금의 항서를 받았으니 서로 만남이 좋다."
하고, 다시 하직하고 세자 대군과 장안물색을 데리고 의주로 갈 때 잡혀가는 부인들이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여 왈,
"박부인은 무슨 복으로 환을 면하고 고국에 안한(安閑)이 있고, 우리는 무슨 죄로 만리 타국에 잡혀가는고. 이제 가면 하일 하시에 고국 산천을 다시 볼고."
하며, 통곡유체(痛哭流涕-눈물을 흘리며 욺)하는 자가 무수하더라. 부인이 계화로 하여금 외쳐 가로되,
"인간 고락은 인간의 상사(商事)라. 너무 슬퍼 말고 들어가면 삼년지간에 세자 대군과 모든 부인을 뫼셔 올 사람이 있으니 부디 안심하여 무사 득달하라."
위로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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