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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소설 - 배비장전

지식창고지기 2009. 7. 14. 09:31

비장전


/ 풍자소설 / <배비장전> 본문 읽어보기 /

배비장전은 판소리로 불리어진 배비장타령이 소설화된 조선 후기 때의 작품이다.
판소리 열두 마당에 속하지만 고종 때의 신재효가 판소리 사설을 여섯 마당으로 정착시킬 때 빠진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이미 배비장타령은 판소리로서의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런데 신재효가 창작한 것으로 보이는 <오섬가>에 배비장전의 한 부분인 애랑과 정비장의 이별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고, 또 배비장이 애랑에게 조롱 당하는 사실이 서술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이 시기까지 배비장타령은 부분적으로 불리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배비장전은
판소리 소설로 당시의 시대상황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 <배비장전> 줄거리

애랑과 정비장의 이별 장면이 벌어지는데, 정비장이 창고에 넣어둔 자신의 짐을 모두 주었지만, 애랑은 정비장의 이빨까지 뽑게 만들었다. 서울을 떠날 때 아내에게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떠났던 배비장은 이 장면을 보고 정비장을 비웃다가 애랑을 두고 방자와 내기를 걸게 되었다. 기생과 술자리를 멀리하고 홀로 깨끗한 체하는 배비장을 유혹하기 위해서 목사의 지시로 방자와 애랑은 계교를 꾸몄다.
목사는 계교의 실행을 돕기 위하여 야외에서 봄놀이판을 벌였다. 목사 일행을 따라나와 따로 자리잡은 배비장을 유혹하기 위해 애랑은 수풀 속 시냇가에서 온갖 교태를 부린다. 이에 크게 마음이 움직인 배비장은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뒤쳐졌다가, 방자를 통해 애랑이 차려주는 음식상을 받아먹고는 마음의 병이 들게 되었다.
배비장은 방자를 매수하여 애랑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만날 기약을 얻어냈다. 배비장은 방자가 지정하는 개가죽 옷을 입고 애랑의 집을 찾아갔다. 배비장은 애랑의 집 담구멍을 간신히 통과하여 애랑을 만나는데 방자가 애랑의 남편 행세를 하며 들이닥치자, 배비장은 자루 속에 숨었다. 방자가 술을 사러 간다고 틈을 내준 사이에 배비장은 피나무 궤에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 방자는 배비장이 숨어 들어가 있는 피나무 궤를 불을 질러 버리겠다고 위협을 하다가, 다시 톱으로 켜는 흉내를 하면서 궤 속에 든 배비장의 혼을 뽑아버렸다.
배비장이 든 피나무 궤는 목사와 육방관속 및 군노배가 지켜보는 가운데 동헌으로 운반되었다. 바다 위에 던져진 줄 안 배비장이 궤 속에서 도움을 청하자, 뱃사공으로 가장한 사령들이 궤문을 열어주었다. 배비장은 알몸으로 허우적거리며 동헌 대청에 머리를 부딪쳐 온갖 망신을 당하였다.

 

● <배비장전> 근원설화

 ※ 발치설화(拔齒說話) - 이빨을 뽑는 이야기
계림촌에 한 기녀가 있어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장안에서 온 한 소년이 그를 몹시 사랑하였다. 그 기녀는 소년에게 "본래 가벌 있는 집안의 딸이었으나, 몰락하여 기녀가 되었다가 비로소 남자를 만났다."고 하며 애교를 부리는 바람에 그 소년은 더욱 감동되었다. 그러다가 소년이 장안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기녀가 작별에 임하여 슬피 우는 바람에 소년은 곧 떠나지 못하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했다. 기녀는 재물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므로 소년은 모발을 끊어서 주었다. 기녀는 모발도 좋거니와 더 공실한 것을 원한다고 하였다. 소년은 이를 빼어서 주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 괴롭게 지내는데, 계림에서 상경한 사람이 있어 기생의 안부를 물어 보았더니, 작별한 후로 다른 남자와 지낸다는 것이다. 크게 화난 소년은 창두를 시켜 이(齒)를 찾아오게 하였다.
이에 그 기녀는 박장대소하고 한 포대를 던지면서,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남자들의 이를 뽑아 모은 것이라"
하였다.
 ※ 미궤설화(米櫃設話) - 쌀괘 이야기
경차관이 경주에 부임하여 기생들을 요귀니 기물이니 하면서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에 기녀들이 조심하고 촌장도 미워하였다. 촌장이 기녀를 보고 경차관을 능히 속이면 큰상을 주겠다 하자, 한 기녀가 자진하였다.
어린 기녀는 차관이 묵고 있는 객사의 소동과 짜고, 날마다 저녁이면 객사로 소동을 불러내어 이야기하곤 돌아갔다. 차관은 소동이 없는 사이에 찾아온 기녀를 불러들여 자기의 심정을 고백하며 같이 자자고 하자, 기녀는 그 차관을 꾀어 자기의 집으로 오라고 해서 옷을 벗고 같이 자려 하였다. 그때 문 밖에서 남자의 소리가 나므로 차관은 누구냐고 물었다. 기녀는 전 남편이라 하면서 성격이 사나우니 빨리 피신하라고 하였다. 차관은 숨을 데가 없으므로 벌거벗은 채 궤 속에 들어가 숨고, 그 남자가 들어와서는 나의 의복과 재물을 가지러 왔으니 궤를 내 놓으라 하였다. 기녀도 궤는 내 것이라고 시비하다가 관가에 호소하기로 하고, 그 궤를 지고 관가로 가니 날이 새었다. 재판에서 판관은 궤를 톱으로 썰어서 반씩 나누어 가지라 하고, 사람을 시켜 궤를 썰게 하였다. 차관이 궤 속에서 톱소리를 듣고,
"사람 살리라"
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궤를 열어 보니 차관이었다 한다.

 

● <배비장전> 등장인물
* 배비장 : 제주 목사를 따라 온 비장.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깨끗한 척하다 애랑에게 놀림을 당함
* 애랑 : 제주 기생으로 제주 목사와 짜고 배비장을 놀림

 

● <배비장전> 내용 정리
* 작자 : 미상
* 갈래 : 풍자소설
* 근원설화 : 발치설화, 미궤설화
* 성격 : 풍자적, 희극적
* 주제 :
배비장의 이중적 성격 풍자 비판

 

● <배비장전>의 풍자성

비장이란 감사, 부수, 병사, 수사, 관외사신을 수행하던 조선시대의 관원의 하나로 중간층 출신의 관원이다.
중간층 출신인 비장의 성격은 대체로 이중적인데, 그 전형을 바로 배비장에서 볼 수 있다. 배비장은 상전으로 나오는 장면에서는 지배층을 대변하여 그 법도와 위세가 당당하다. 하지만 제주관기 애랑에게 매혹되어 방자에게 당하면서 그는 어리석은 인물로 부각된다.
배비장은 애랑과 방자의 꾐에 빠져 여러 가지 곤혹을 당하게 되는데 이는
해학과 풍자의 절정이다. 이러한 비장의 위선과 호색성은 비단 배비장 뿐 아니라 정비장도 마찬가지여서 비장 계급의 공통된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비장의 이중성 가운데서도 서민성이 귀족성보다 강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그들이 중간계층으로서 서민층에 영합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비장의 호색성은 곧 대중적 관심사이기도 한데, 이러한 애정문제를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인간적인 면에서 서민층과 통한다.
한편 조선후기 평민 문학의 여인상으로는 정절의 표본인 성춘향과 돈만 알고 변절을 밥먹듯 하는 애랑을 들 수 있다.  춘향은 정조를 지키는 형이요, 애랑은 개방적인 형이다. 근대 시민사회로 오면서 개방형인 애랑이 점차 부각된다. 또 방자는 풍자의 담당자인 동시에 부패 사회를 고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방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대개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며, 또한 구성이 희곡적이다. 방자가 지배계급의 위선적인 부패를 폭로하고 비판함으로써 오랫동안 억압되었던 서민들의 울분이 일시에 폭발하는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조선 후기의 풍자문학은 방자 없이는 작중인물을 구성할 수 없을 만큼 서민들의 숙원을 대변하는 중요한 임무를 지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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