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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운영전)

지식창고지기 2009. 7. 19. 23:44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운영전)


고전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001
글:조현설 / 펴낸곳:나라말 / 책 발행일:2002.8.30 / 값 7,000원

<운영전>은 한문으로 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작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춘향전>을 비롯한 판소리계 소설과는 달리 처음부터 어떤 사람에 의해 문자로 쓰여진 소설이지요. 아마도 여러분드에게 <운영전>은 조금 낯선 이야기일 것입니다. <춘향전>이나 <홍길동전>처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터라, 제목 자체를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운영전>은 그 생소함만큼이나 고전 소설로서는 드물게 슬프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운영전> 책표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은 운명처럼 김진사와 만납니다. 이들의 사랑은 우연한 실마리를 타고 들어와 온몸과 마음을 뒤흔드며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필연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설 <춘향전>의 다소 호들갑스러운 만남과 사랑에 비교해 볼 때,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은 참으로 조용하고 또 은밀하답니다. 춘향의 시끌벅적한 사랑이 춤을 추거나 운동을 하다가 몸이 서로 부딪친 것이라면, 운영전의 사랑은 백일장 같은 곳에서 시를 짓다가 슬쩍 눈길이 마주친 것과 흡사하지요.
그러나 이렇듯 조용한 사랑이지만, 그들의 사랑이 현실적인 벽으로 인해 어려움을 맞게 되었을 때, 운영과 김진사는 그 어려움 앞에서 때로 너무나 과감한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운영전>에는 이러한 사랑과 고난의 과정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조선 후기를 살았음직한 두 사람,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 보게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운영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그 사랑에 함께 눈물지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운영의 아픈 사랑을 불러내 지금 나의 모습과 견주어 보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처한 상황과 시대는 다르지만,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사랑이 바로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우리들의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 이것은 언제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 놓이든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 <운영전>을 읽기 전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