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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예술촌을 가다 .1] 문화예술 1번가-다산쯔 (상)

지식창고지기 2009. 5. 18. 13:00

[중국 베이징 예술촌을 가다 .1] 문화예술 1번가-다산쯔 (상)

 퇴락 군수공장이 '예술작업 메카'로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중국 베이징 외곽의 퇴락한 공단지역에 형성돼 세계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베이징의 대표적 예술촌 '다산쯔'.
중국 베이징 외곽의 퇴락한 공단지역에 형성돼 세계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베이징의 대표적 예술촌 '다산쯔'.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메이저 경매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를 중심으로 중국 작가 작품이 상종가를 치고 있고, 세계적 아트페어나 미술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화랑들도 경쟁적으로 중국에 진출해 중국 미술시장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최근 중국 현대미술이 이처럼 급부상한 원동력의 한 축이 다산쯔(大山子)로 대표되는 베이징 예술촌이다. 베이징 예술촌을 수시로 오가며 중국 미술과 미술시장을 연구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하정화씨의 도움을 받아 다산쯔를 비롯한 지우창, 예술동구 등 베이징 예술촌의 과거·현재와 중국 현대미술계 현황을 살펴본다. 베이징 예술촌의 성공사례는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구의 예술계에도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베이징 도심에서 동북쪽으로 2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산쯔. 이곳은 몇 년 전만 해도 낡은 벽돌의 공장건물들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공장 안의 부지를 가로지르는 직경 40~50㎝의 고압 난방파이프가 군데군데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지나가는 퇴락한 공장지대였다. 이곳에 몇 년 전부터 화가를 비롯해 사진가, 디자이너 등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점차 화랑과 예술전문출판사, 디자인회사, 광고회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순수예술에서 사업성이 짙은 문화분야 업체들까지로 확산된 것이다.

현재 다산쯔 예술촌에는 화가 작업실 및 디자인 스튜디오 180여 곳과 화랑 100곳이 들어서 있다. 이외에도 레스토랑과 카페 50여 곳과 서점, 가구숍, 패션숍 등이 입주해 있다. 예술가와 화랑, 관련매체와 기업들이 혼거하는 종합예술구로 바뀐 것이다. 일년 내내 전 세계 유명 갤러리스트와 예술 관련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서 도시의 명물이 되어가고 있다.

전체 규모는 3만평으로, 단지 안에는 과거 군수공장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사용한 기계설비나 전기배선, 원료공급 통로관 등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건물 천장에는 '마오주석의 정신을 이어받자' '생산에 전력하자' 등의 붉은색 구호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구호는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중국의 사회주의 전력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장식물로 남아 있다.
이곳의 예술가들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기보다는 과거의 잔재를 적극적인 표상으로 잘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원래 다산쯔는 베이징의 행정구역 '차오양(朝陽)구 798번지'에 위치한 공장지역이었다. 1957년을 전후로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베이징의 군수산업기지였다. 이곳에서 중국의 첫 원자탄 주요 부품이 생산되고, 인공위성이 연구되었다. 또한 공장 준공 이후 마오쩌둥 주석으로부터 휘호를 받은, 대형군사 프로젝트의 주요 기술거점이었다. 지금은 베이징의 팽창으로 군수공장은 교외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었지만, 이 지역의 일부에는 여전히 다른 용도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며 나머지 빈 공장들은 폐허화되고 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이곳 빈공장터 곳곳에 예술인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기 시작, 점차 베이징 현대미술가들의 작업산실로 변해온 것이다. 중국의 명문 '중앙미술학원'과 화가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화자디(畵家地)'가 인근에 위치한 점과 상관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싼 입주비와 공장이 가진 공간적인 이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4~9m에 달하는 높은 천장에다 가로·세로 2~3m의 창문들이 있어 채광이 뛰어나고, 널찍한 공장내부는 예술가들이 마음대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은 단지 중국인만의 예술촌이 아니다. 입주한 화랑의 50%가 외국계 화랑이다. 일본 '도쿄 갤러리', 이탈리아 갤러리 '컨티뉴어', 독일갤러리 '화이트 스페이스' 등이 이곳에 분점을 설치하고 있다. 또한 대만, 싱가포르, 미국, 프랑스, 밀라노 등의 유리공예 갤러리들도 입주하는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이곳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외국 화랑들은 자국의 미술계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현지 작가를 발굴, 세계시장에 소개하는 전략적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국의 미술을 소개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어 단순한 교류의 장을 넘어 실질적인 미술문화 생산의 터전을 구축하고 있다. 2004년에는 칭화대학의 미대교수작업실까지 이곳에 입주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자료제공=하정화(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