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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예술촌을 가다 .2] 문화예술 1번가-다산쯔 (하)

지식창고지기 2009. 5. 18. 13:03

[중국 베이징 예술촌을 가다 .2] 문화예술 1번가-다산쯔 (하)

 중국인의 목소리로 현대미술 말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마오주석만세 만만세(毛主席萬歲 萬萬歲)'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다산쯔의 갤러리 올드팩토리 전시장 내부.
'마오주석만세 만만세(毛主席萬歲 萬萬歲)'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다산쯔의 갤러리 올드팩토리 전시장 내부.
다산쯔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이목을 끄는 예술촌이 되기까지 순탄한 길만 갔던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와 공장지역의 기존 건물주 및 지역 공동체의 소극적인 자세, 구세대 예술가들의 배타적인 태도와 비문화적·비전문적 사고가 예술촌의 장래를 어둡게 하기도 했다. 당초 이들은 경제 우선 정책의 일환으로 이 지역의 건물들을 철거하고 아파트와 현대적인 쇼핑몰로 전환할 것을 계획하였다. 그러자 예술촌의 젊은 예술가들은 정부의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펼쳤다. 한편 그들은 예술가의 독립적이고 창조적 발상, 문화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 예술문화가 향후 가져다 줄 문화관광산업과 경제적 인프라가 경제 우선 발전정책의 속도만큼 빠르게 확산될 것을 예견했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젊은 신세대 예술가들은 다산쯔 페스티벌을 계획하게 되었으며,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페스티벌은 이미 중국만의 집단예술촌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문화복합예술제로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창의산업특구로 지정

중국정부도 이곳의 저력에 주목하여 원래 철거대상 지역이었던 이곳을 2005년 12월31일 베이징 6대 문화창의산업기지로 선정했고, 2006년부터 시작되는 11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에서 중국정부는 '798예술촌'이 중국 문화와 첨단기술이 혼합한 문화산업발전의 토양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베이징(北京)시는 지난 1월 5억위안(약 60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배정, 798예술촌을 '문화창의산업특구'로 공식 지정했다.

그동안 문화계 인사들이 다산쯔 예술촌의 철거를 막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벌인 서명운동이 그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다산쯔는 이제 더 이상 퇴락한 공장지역이 아니라 중국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예술특구로 변모하게 되었다.

냉전시대의 군수공장이 세계적인 예술명소로 변모한 이곳에 가면 중국 현대미술의 실체를 느낄 수 있다. 갤러리들은 오래된 공장건물의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의 벽면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군수공장시절의 시설물들은 오히려 갤러리 장식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산쯔의 갤러리 올드팩토리에 가보면 갤러리 안의 드릴과 선반에서 군수공장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천장에는 '마오쩌둥 주석은 우리 마음의 태양(毛澤東主席, 我們心中的紅太陽), 마오 주석 만세 만만세(毛主席萬歲 萬萬歲)'라는 선전문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뉴욕 화랑가와 유사한 예술촌 형성 과정

다산쯔 예술촌의 형성과정은 뉴욕의 화랑가가 형성된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뉴욕의 소호가 버려진 공장지대에서 화랑가로 살아났다가 지금은 패션스토어와 카페가 즐비한 상업지구로 변했다. 거기에서 밀려난 미술가들이 정착한 첼시 지역 또한 소호와 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작가들은 또 다시 브루클린의 윌리암스버그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러나 다산쯔의 주인은 젊은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강한 결집력으로 이곳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 서구 예술촌의 성쇠와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버려진 공장 같은 이곳에 그림이 걸려있어 묘한 매력을 발한다고 말한다.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늘어선 대형 공장건물들, 당초 공장터였던 탓에 곳곳의 옛 흔적들이 도리어 현대미술과 어울린다. 버려진 공장지대에 미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뒤따라 갤러리가 문을 여는데 이어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이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일상에서 벗어나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 것이다.

현대 미술의 세계적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이곳은 더 이상 중국인만의 공간이 아니라 세계인의 문화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중국의 예술가들이 서구 중심의 맥락에서 벗어나 가장 중국적인 목소리로 현대미술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서구미술이 독자적으로 재단해온 아시아미술, 중국미술에 대한 배타적 평가를 청산하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가치정립을 위해 서구 현대미술에 대한 연구와 비판적 검증을 시작했던 발원지이자 중심지가 다산쯔다.

▨자료제공=하정화(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