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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고성항에서 맛 본 환상적인 생선회

지식창고지기 2009. 7. 31. 00:12

아~ 이게 광어구나. 그럼 그동안 내가 맛본 광어는 대체 뭐란 말인가. 한 점 집어 간장을 살짝 묻혀서 입으로 가져갔다. 잇 사이에 안기는 육질의 쫄깃함이란,,, -본문중에서

 

오만복: 금강산에서 뭐가 젤 맛있었어?
맛객: 옥류관의 냉면도 맛있었고 이북향토음식을 파는 금강원의 멧돼지 코스요리도 맛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 감흥을 준 음식은 따로 있었어.
오만복: 그게 뭔데?
맛객: 광어회야.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광어회는 맛봤다는 그 자체로 축복이야.
오만복: 꿀꺽.... 대체 맛이 어땠길래?
맛객: 궁금해? 그럼 지금부터......

 

 

 

△고성항(장전항)

 

두달여 전, 고성항(장전항)에 있는 선상호텔인 해금강 716에 여장을 풀고 창문을 열었다. 기기묘묘한 금강산에 둘러싸인 바다는 호수와도 같았다. 수묵화가 그려진 하늘, 그 틈새로 내리쬐는 한줄기 광명은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인다. 고성항은 참으로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이때만 해도 오늘밤 새벽에 남북관계를 단절시키는 운명의 총성이 울릴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고성항횟집 외관, 북측 동해바다에서 건진 자연산 생선회와 해산물을 맛 볼 수 있다

 

저넉식사를 하러 모두 온정리로 떠나고 난 해금강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성항횟집으로 향했다.

 

회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맛객. 여기까지 와서 북측의 동해 청정해역에서 잡은 자연산 회를 맛보지 않을 수는 없잖은가.

 

고성항횟집은 남측에서 운영하지만 북측의 싱싱한 활어회와 해산물을 북측 봉사원들의 서비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북측 봉사원들 7~8여명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제히 인사를 한다. 내가 첫손님인가 보다.

 

 

 

△고성항횟집 실내, 이른 초저녁이라 손님이 없다

 

이곳에선 회 소(小)가 8만원이다. 2~3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맛객 혼자서 먹긴 부담이 되어서 가격과 양을 낮춰달라고 청했다. 봉사원이 주방에 가서 물어보고 오더니 6만원하는 세꼬시가 있는데 그것을 회로 내준다고 한다. 오케이!

 

 

 

△ 직사각형의 벽돌색 보이는 곳이 금강산해수욕장이다

 

창문 밖으론 금강산해수욕장이 보인다. 나라를 들끓게 했던 사건의 현장. 지금(11일)으로부터 딱 2달 전의 일이다. 그게 북측 초병의 단순 사격이든,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려는 군부가 저지른 고도의 전술이든 간에 남측의 대응은 성급한감이 없잖아있었다. 그로인한 남북관계 단절은 최근 김정일 중병설과 맞물려서 우리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맛객은 온 국민이 북에 대한 반감이 절정일 당시부터 금강산관광중단은 성급했다고 주장했었다.(아래 관련기사 참조)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도 그 주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근시안적 사고가 아니라 넓게 크게 그리고 앞날을 내다봤을 때 관광중단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 북한 내부는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이다. 남북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사태를 예의주시 해야만 하는 상황은 금강산관광 중단이 가져온 불행의 씨앗이 아닐까.

 

■ 대동강맥주와 동해바다에서 건져올린 자연산 광어회

 

 

△보리함량이 12%에 달하는 대동강맥주

 

상이 차려진다. 몇 가지만 남기고 상추와 깻잎, 마늘, 고추, 쌈장은 도로 물렸다. 맛객의 회 취향과 상관없는 것들이다. 대동강맥주를 컵에 따르자 황금빛 맥주의 속살이 드러난다. 이 순간의 설레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한모금 마셨을 때의 감동이란.... 맥주 맛도 맛이지만 금강산을 바라보며 마신다는 기분 탓도 컷으리라. 그래, 여기는 금강산이다. 겨레의 명산 금강산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내 어찌 술맛에 반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이힐을 신은 봉사원들의 걸음은 모델의 워킹을 보는듯하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일하다보면 힘들만도 한데 그들의 봉사정신은 투철하다. 상냥함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한국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서비스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대는 이 회의 종류를 맞출 수 있는가?

 

드디어 메인회가 나왔다. 회를 보는 순간 한마디 했다.
“도미회네요?”
바로 봉사원의 답변이 이어진다.


“이건 광어라고 합니다.”

 

광어회라고? 다시 보니 광어다. 순간 그때의 당혹감이란. 일반적으로 광어의 줄무늬는 연한 핑크빛을 띄지만 자연산일수록 붉은빛을 낸다. 같은 자연산이라고 하더라도 서해보다는 남해가 더 붉다. 이놈은 북측 동해의 한류에서 자란 녀석이라 특히 더 붉다. 회생회사 부르짖는 맛객이 도미로 착각할 정도였으니 그 붉음은 미뤄 짐작해보시라.

 

 

 

아~ 이게 광어구나. 그럼 그동안 내가 맛본 광어는 대체 뭐란 말인가. 한 점 집어 간장을 살짝 묻혀서 입으로 가져갔다. 이 사이에 안기는 육질의 쫄깃함이란 말할 것도 없다. 담백한 깨끗함 역시 여태 먹었던 회와 비할 바 아니다. 서울에서 가져간 생와사비를 깜박 잊고 호텔에 놔두고 왔지만 전혀 아쉽지가 않다. 회 자체가 맛있으니 와사비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보리의 풍미가 으뜸인 대동강맥주를 한잔 들이키고 나서 회 한 점 음미하는 기분이란. 아~ 행복해서 눈물 나는 맛이다. 금강산에 오기 전, 반드시 맛보고자 했던 각오가 헛되지 않는 순간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꼭 맛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회 만큼은 눈을 즐겁게 해야 맛도 좋다. 지금의 이 회가 그렇다. 색상, 질감, 맛, 향 거기다가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앞으로 이런 회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까 두렵기까지 하다.

 

 

 

△회에 대한 눈높이를 격상시켜주고 있다

 

맥주 한병을 더 주문하자 봉사원이 한 잔 따르면서 말을 붙인다. 혼자 와서 회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이 유랑자에게 호기심이 생겼나 보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의 직업을 물었던 듯하다. 우리의 인터넷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또 남한에 대한 상식을 알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물었었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도 있다. 혜연(봉사원)양의 꿈은 피아니스트였는데 지금은 그 꿈을 접었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부모님이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부모님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더니 한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부모님이 있으니까 저도 있는 것 아니갔습니까?”

 

글쎄...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그 대답이 가슴을 억눌렀다. 만약 남한 사람이 그랬다면 “지극한 효심이구나.”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북한 여자이다. 세뇌교육을 받았다는 말이다.

 

부모님이 있으니까 나도 있다는 믿음은 곧 “장군님이 계시니까 저도 있는 것 아니갔습니까?” 라고도 생각한다는 것이다. 장군님을 위해서라면 내 자신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요된 사고, 거기에 개인의 주권은 없어 보인다. 웃으며 나눈 대화지만 잠시 마음이 막막해졌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주민들의 삶이 황폐화 되어가는 데도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순간 깨달았다.

 

 

 

광어지느러미살(엔삐라)은 사람들이 광어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위이다. 지방이 풍부해 고소한맛이 으뜸인데다 쫄깃한 식감까지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객은 엔삐라를 그리 선호하진 않는다. 엔삐라를 먹고 나면 그 풍부한 맛이 광어회의 맛을 가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지막에 먹을 요량으로 참고 있거나, 한 두점 형식적으로 맛보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탐을 하진 않는다.

 

선호하지 않기에 별 기대 없이 맛본 엔삐라. 헌데 이럴수가! 세상에 이런 엔삐라는 처음이다. 기름덩어리로 알고 있는 엔삐라가 이리도 개끗하고 담백한 맛이라니. 신기할 정도이다. 믿을 수 없는 맛에 다른 엔삐라를 살펴봤다.

 

눈으로만 봐도 그 깨끗함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엔삐라는 우유가 든 듯 하얀 불투명이지만 이 엔삐라는 속살처럼 투명에 가깝다. 쫄깃함은 속살을 닮았고 톡톡 터지는 느낌은 엔삐라이다. 하지만 맛은 속살도 아니고 엔삐라도 아니다. 전혀 차원이 다른 새로운 부위를 먹는 기분이다. 마지막 한 점까지 처음 그 맛 그 기분을 가지고서 음미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맛을 경험하게 되기를 바래본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현재로서는 잔뜩 낀 안개지만.

 

 

 

 

△다음날 아침, 약 두시간 여 전 충격적인 총격사건이 일어났지만 날씨는 너무나도 태연하다 

 

 

△관광객들은 아무 영문도 모르는 채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 저 멀리 금강산해수욕장이 보인다. 그날 이후 남과북은 등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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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11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