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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읽기2 [재회편]

지식창고지기 2009. 7. 31. 11:35

<바리데기> 읽기2


1 이별편,  2 재회편,  3 모험편,  4  무신편

2. 부모와의 재회

이때, 석가세존이 삼천세자를 거느리고 사해도 구경하고 인간도 제도할겸 해서 세상으로 나오다가 타향산 서촌을 굽어보니 밤이면 서기가 하늘에 가득하고 낮에는 안개가 자욱한 것이 이상했다.
"목련존자 들어라. 저곳에 하늘이 아는 천인이 있을 것이니, 네가 가서 살펴보아라"
다녀온 목련존자가 석가세존에게 아뢰었다.
"소승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석가 세존은 "네 공부 아직 멀었다."
하시며 돌배를 바삐 저어 가까이 가보니 국왕의 일곱째 공주였다.
"남자 같으면 제자나 삼으련만 여자니 부질없구나."
석가세존은 탄식하였다.
주위를 살펴보니 비리공덕 할아비와 비리공덕 할미가 바랑을 둘러메고 노감투 숙여 쓰고 황천경을 손에 들고 자지곡(지옥노래)을 노래삼아 외우면서 온다. 석가 세존이 묻는다.
"어떤 할아비, 할미가 시름없이 다니는고?"
"저희는 비리공덕 할아비, 비리공덕 할미 입고, 절을 지어 승인(僧人)공덕, 다리 놓아 만인 공덕, 원을 지어 행인 공덕을 할지라도 옷벗어 주는 대시주와 부엌 공덕이 가장 크고 젖 없는 자손 젖 먹여 주는 공덕이 제일입니다."
"여기에 하늘이 아는 자손이 있으니 데려다가 길러라"
석가세존의 말을 듣고 할미가 말했다.
"봄과 가을에는 들에서 머무르고 겨울에는 굴 속에 머무는데 어찌 중한 자손을 데려다 기르겠습니까?"
"이 아기를 데려다 기르면 집도 생기고 옷과 밥이 절로 생길 것이니 데려다 길러라."
말을 마친 석가세존은 온데간데 없이 바람처럼 어디론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할아비와 할미는 부처님인 줄 알았다.
함을 굽어보니 국왕 칠공주라 써 있었다. 함 앞에서 효성경과 애정경과 금강경, 법화경, 천지팔양경을 차례로 외우니 함 뚜껑이 열린다. 함 속에 든 아이를 보니 입에는 왕거미가 가득하고 귀에는 불개미가 가득하고 허리에는 구렁이가 감겨 있었다. 아이를 데려다가 물로 깨끗하게 씻겼다. 가사 장삼을 벗어 씻은 아이를 안고 돌아서니 난데없는 초가삼간이 절묘하게 지어져 있다. 비리공덕 할아비, 비리공덕 할미는 거기서 아이를 키우기로 하였다.
아기는 점점 자라나 어느 덧 일곱 살이 되니 배우지 않은 학문에도 능통하여 상통천문 하달지리 육도삼략 모두가 무불통지하여 모를 것이 없다.
하루는 아기가 묻는다.
"할미 할아비야, 내 아바마마 어마마마는 어디 계시냐?"
할아비와 할미가 아뢴다.
"아바마마는 하늘이고 어마마마는 땅이로소이다."
"할아비, 할미, 거짓말마소. 천지가 인간을 골육으로 두던가."
할미는 뜰로 내려가 옷깃을 여민 후 눈물을 흘리며 아뢴다.
"무주고아(無主孤兒)인 아기씨에게 의탁하려 하였더니 부모를 찾습니까. 전라도 왕대(王竹)이 아바마마이시고, 뒷동산 옆 넓은 머구나무가 어마마마이십니다."
"할미 거짓말 마소, 금수와 초목도 인간 골육을 두던가, 전라도 왕대는 아바마마 승천하시면 아랫동 윗동 잘라낸 후 두건 숙여 쓰고 짚는 데 쓰는 것이고, 뒷동산 머구나무는 어마마마 승하하시면 아랫동 윗동 잘라내고 두건 숙여쓰고 짚으라는 것이니 그게 어찌 부모 되겠나."
이럭저럭하여 세월은 자꾸 가고 아가씨는 십오 세의 나이가 되었다.
한편 대왕마마 내외가 한날 한시에 똑같이 병이 들어 시녀 상궁들은 걱정이 많았다. 하루는 대왕마마가 상궁을 부르더니
"옛날의 문복이 용하더구나. 가서 점 한 번 쳐 보아라."
하고 문복할 것을 명했다.
상궁이 천하궁의 갈이박사를 찾아가 점괘를 들었다.
"동쪽에는 해가 떨어지고 서쪽에는 달이 떨어지니 양전마마가 한날 한시에 승하하리다. 바리공주의 사처를 찾으소서"
상궁으로부터 점괘를 들은 대왕마마는 길게 탄식하였다.
"종묘사직을 뉘게다 전하고 조정 백관은 뉘게 의지할고, 만백성은 뉘게 의탁하고, 시녀 상궁은 뉘게 의지할소냐"
눈물을 흘리다가 언뜻 잠이 들었는데 뜰 가운데에 난데없는 청의동자가 나타나 절을 한다.
"어떠한 동자인데 깊은 궁중에 들어왔느뇨?"
동자가 올라와서 아뢴다.
"양전 마마가 한날 한시에 승하하시게 될 것입니다. 지금 사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조정 백관에 원망이 있더냐? 시녀 상궁에게 원책이 있더냐? 만인에게 원한이 있다더냐?"
대왕이 묻자 동자가 대답한다.
"원책도 아니오. 원망도 아닙니다. 옥황상제가 점지한 칠공주를 버린 죄로 그러합니다."
"그러면, 어찌 다시 회춘하리오?"
"다시 회춘하려면 동해 용왕과 서해 용왕이 있는 용궁에서 약을 잡수시거나,
삼신산 불사약과 봉내방장 무장승의 양현수(약수)를 얻어 잡수시면 회춘하리다. 바리공주 사처를 찾으소서"
하고 동자는 온데 같데 없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깨어보니 남가일몽 꿈이었다.
대왕마마는 신하들을 불러 물어보았다.
"약수를 얻어다가 나를 회춘시킬 신하가 있는가?"
"동해 용왕도 용궁이고 서해 용왕은 천궁이고 봉내방장 무장승의 향헌수는 수용궁이라 살아 육신은 못 가고 죽어 혼백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거행할 신하가 없습니다."
신하들이 아뢰는 말을 들은 대왕은 눈물을 흘리면서 용상을 치며 탄식하였다.
"바리공주 찾는 자는 천금상에 만호후를 봉하리라."
신하들에게 바리공주 찾을 것을 명령했다.
한 신하가 나와 대왕마마에게 아뢴다.
"소신은 대대로 국록을 먹어 국은이 망극합니다. 간밤에 천기를 잠깐 보니 서쪽에 밤이면 서기가 하늘에 가득하고 낮에는 운무가 자욱하니 그곳에 공주가 계신 것 같습니다. 소인이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러자 중전마마가
"간 곳도 없이 한번 버린 자손을 어디 가서 찾으리요"
하면서 탄식하였다.
"그리하여도 가려하나이다."
신하는 거듭 청했다.
"그러면 가라"
대왕마마는 어주 삼배를 내린 후에 하직하고 길을 떠나 보냈다.
대궐문을 나서자 어딘지 갈 바를 몰라 신하가 망설이고 있는데, 까막까치가 나타나 고개짓을 하며 길을 인도하고 풀과 나무들도 한곳으로 쏠리며 방향을 알려 인도해 태양 서촌으로 찾아 들어갔다.
마을에 들어가니 월직 사자와 일직 사자가 나타나 묻는다.
"인내(사람 냄새)가 나는구나. 그대는 사람인가 귀신인가. 길짐승, 날새도 못 들어오는 곳에 어떻게 왔는가.?"
"나는 양전 마마의 명을 받들고 바리공주를 찾기 위해 생사를 결단하고 왔나이다."
사자들은 신하를 대문으로 안내했다. 쇠문을 두드리며 소리쳐 부르니 비리공덕 할아비,할미가 나온다.
"귀신이냐 사람이냐? 날새 길짐승도 못 들어오는데 천궁을 범하느냐?"
"저는 국왕마마의 분부로 바리공주를 찾아왔나이다."
바리공주가 나와서 신하에게 묻는다.
"표적을 가져왔는가?"
"아기의 칠일 안저고리를 가져왔습니다. 죄가 많아 국왕 자손을 이 산중에 버렸구나 하시면서 용루를 흘리시며 표적을 주더이다."
바리공주가 표적을 받아보니 양전 마마의 생월 생시며 애기의 생월 생시가 꼭 같았다.
"그래도 못 가겠구나. 다른 표를 가져오너라"
금쟁반에 정안수를 담고 대왕마마 무명지를 베어 피를 흘리게 하고 아기 무명지를 베어 섞으니 한 데로 합친다. 그제서야 바리공주는
"틀림없는 혈육이니 가겠노라"
고 하며 따라나선다.
"그리하면 금연(金輦)을 드리릿가. 옥교(玉較)를 드리릿가?"
공주는 사양하였다.
"그리하오면 거동 시위를 하오릿까?"
"거동시위를 내 어찌 알겠느냐. 그대로 가리라."
바리공주는 자기가 살던 곳을 정리한 후 대궐을 향해 떠났다. 일행은 몇 날을 걷고 또 걸어서야 대궐에 당도했다.
"궐문 밖에 도달하였나이다."
신하가 먼저 들어가 대왕마마에게 아뢰었다.
"그러냐, 궐문에 들게하라"
바리공주가 대명전에 읍하고 통곡하니 대왕마마는 용루를 흘리시며
"저 자손아 울음을 그쳐라. 네가 미워 버렸으랴. 역정 끝에 버렸도다. 봄삼월은 어찌 살고 겨울 삼삭은 또 어찌 살았으며, 배 고파서 어찌 살았느냐?"
바리공주는 울음을 그치며 말했다.
"추위도 어렵고 더위도 어렵고 배고픔도 어렵더이다."
"그래 어허, 저 자손아 부모 목숨 구하러 가겠느냐?"
"아흔 아홉 빗장 속에서 청사 흑사 이불에 진주 안석으로 귀하게 기른 여섯 형님네는 어찌 못 가나이까?"
여섯 형님네가 옆에 있다가.
"뒷동산 후원에 꽃구경 가서도 동서남북을 분간치 못하고 대명전도 찾지 못하는데 서천서역을 어찌 갈 수 있겠느냐"
바리공주가 드디어 가겠다고 나섰다.
"소녀는 열달 동안 부모님 뱃속에 있었으니 그 은혜가 커서 가도록 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