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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읽기 3 [모험편]

지식창고지기 2009. 7. 31. 11:37

<바리데기> 읽기 3


1 이별편,  2 재회편,  3 모험편,  4  무신편

3. 바리공주의 모험

대왕마마는 바리공주에게 비대 창옥, 비단 고의, 고운 패랭이, 무쇠 질방, 무쇠 주령, 무쇠 신을 내려 주었다. 바리공주는 그것을 받아 몸에 걸친 후 대궐문을 나섰다. 나서니 동서를 분간치 못하고 갈 곳도 아득했다. 망설이고 있는데 까막 까치가 날아와서 길을 인도해 준다. 바리공주가 무쇠 지팡이를 한 번 짚으니 천 리를 가고, 두 번 짚으니 이천 리를, 세 번 짚으니 삼사천 리를 간다. 때는 춘삼월 호시절로 백화는 만발하고 시내는 잔잔했다. 푸른 버들 속에 황금 같은 꾀꼬리는 벗을 부르느라 지저귀고 앵무 공작은 서로 희롱한다.
마고할미. 바리공주가 서천 가는 길을 묻자, 얼음산에서 얼음을 깨고 검은 빨래 희게 하고, 흰 빨래 검게 빨면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한다.금바위 밑을 보니 반송이 구부러졌는데 석가여래와 지장보살이 바둑을 두고 있다. 바리공주는 나가 재배하였다. 그러자 석가세존님은 눈을 감으시고 지장보살이 말씀하신다.
"귀신인가 사람인가? 날짐승 길짐승도 못 들어오는데 천궁을 범하였구나"
"소신은 조선국왕의 일곱째 대군인데 부모님 목숨 구할 약수 가지러 왔다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소신의 길을 인도하소서"
그제서야 석가세존님은 눈을 뜬다.
"나는 국왕의 칠공주란 말은 들었지만 일곱째 대군이란 말은 듣던 중 처음이로다. 네가 하늘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리라. 너를 태양서촌에 버렸을 때 잔명을 구한 게 나인데 나를 속일소냐? 부처님 속인 죄는 팔만사천 지옥을 가는 죄이다. 그래도 네가 용하구나. 육로 육천리를 왔으니 험한 길 삼천리가 남았는데 어찌 가려느냐?"
"가다가 개죽음을 당할지라도 가려 하나이다."
석가세존님은 감동한 듯 머리를 연신 끄덕인다.
"정성이 지극하면 지성이 감천이다. 네 말이 기특하니 내가 길을 인도하리라. 낭화(열매를 맺지 않는 꽃)을 가져 왔느냐?"
"촉망중이라 가져오지 못했나이다"
석가세존님은 낭화 세 가지와 금주령을 주시며 일러준다.
"이 주령을 끌고 가면 험로가 평탄해지고 대해는 물이 되느니라"
바리공주는 두 손으로 받고 하직 인사를 올린 후 길을 떠났다.
한 곳에 당도하니 칼산지옥, 불산지옥, 독사지옥, 한빙지옥, 구렁지옥, 배암지옥, 문지옥이 펼쳐져 있었다(팔만 사천지옥). 철성(鐵城)이 하늘에 닿았는데 구름도 쉬어 넘고 바람도 쉬어 넘는 곳이었다. 귀를 기울이니 죄인 다스리는 소리가 나는데 육칠월 악마구리 우는 소리 같았다. 낭화를 흔드니 칠성이 무너지고 죄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눈 없는 죄인, 팔 없는 죄인, 다리 없는 죄인, 목 없는 죄인, 귀졸들이 나와 바리공주에게 매달리며 구제해 달라고 애원한다. 바리공주는 그들을 위해 염불을 외어 극락 가기를 빌어 주었다. 바리공주가 이곳을 지나니 또 커다란 바다가 펼쳐 있다. 이곳은 날짐승의 깃도 가라앉는 곳으로 배도 없는 곳이다. 망설이던 바리공주는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금주령을 하늘로 던졌다. 그러자 무지개가 생겨 건너갈 수가 있었다. 건너가니 키는 하늘에 닿고, 눈은 등잔 같고 얼굴은 쟁반 같은 무장승이 서 있다.
바리공주가 도산지옥부터 흑암지옥에 이르는 열 개의 지옥을 지나면서 만나는 망자(혼령)의 모습"사람인가 귀신인가? 열 두 지옥을 어찌 넘어오며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고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도 쉬어넘는 철성을 어떻게 넘어 왔는가? 또 모든 것이 가라앉는 삼천리 바다(약수-부력이 약하여 큰 기러기의 털도 가라앉는다고 한다)는 어찌 넘어 왔는가?"
"나는 국왕의 일곱째 대군인데, 무장승의 약수를 얻어다가 부모님 살릴려고 왔나이다"
"그대 길 값을 가져왔는가"
"촉망중에 못 가져 왔나이다"
"길 값으로 나무 삼년 하여 주오"
"그리 하오이다."
"삼값으로 불 삼 년 때 주오"
"그리 하오이다"
"물 값으론 물 삼 년 길어 주오"
"그리 하오이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석삼 년 아홉 해가 되니 하루는 무장승이,
"그대의 상이 남루하여 보이나 앞으로는 국왕의 기상이요, 뒤로는 여인의 몸이니 나와 천생 배필이라. 혼인하여 아들 일곱을 낳아 주오."한다.
바리공주와 무장승은 천지로 장막을 삼고, 일월로 등촉을 삼고, 썩은 나무 등걸로 원앙금침을 삼고 살림을 시작했다. 세월은 또 흘러서 바리공주는 마침내 아들 입곱을 낳아 주었다.
바리공주는 이제 그만 돌아가겠다고 했다.
"부부의 정도 중하지만 부모님께 효행이 늦어지니 바삐 가야겠나이다."
무장승. 서천 선경 속에서 외로이 살고있는 무장승. 바리공주에게 첫눈에 반해 물값 대신 일곱 아들을 낞아달라고 한다."앞바다의 물 구경을 하고 가소"
무장승이 청했다.
"물 구경도 싫소"
"뒷동산 꽃 구경 하고 가소"
"꽃 구경도 싫소. 초경에 꿈을 꾸니 금관자가 부러져 뵈고 이경에 꿈을 꾸니 신관자가 부러져 뵈더이다. 양전 마마가 승하할 꿈이니 급히 가야겠소"
"그리하면 그대가 길어다 쓰는 물이 약수이니 가져가고, 베던 풀은 개안초이니 가져가오. 뒷동산 후원의 꽃은 숨살이, 뼈살이, 살살이 꽃이니 가져가오. 숨살이, 뼈살이, 살살이의 삼색 꽃은 눈에 넣고 개안초는 몸에 품고 약수는 입에 넣으시오"
바리공주는 물을 넣어 짊어지고 하직 인사를 한 후 길을 떠나려 하자.
"그 전에는 혼자 살았으나 이제는 혼자 살 수 없소. 나도 공주 따라 가리다."
무장승도 가겠다고 나섰다. 갈 때는 한 몸이더니 돌아올 때에는 아홉 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