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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읽기 4 [무신편]

지식창고지기 2009. 7. 31. 11:38

<바리데기> 읽기 4


1 이별편,  2 재회편,  3 모험편,  4  무신편

4. 부모님의 회생과 무신이 된 바리공주

갈치산 불치 고개 대세지 고개를 넘어오니 피바다에 배들이 떠다닌다.
"염불을 외우고 아미타불 소리 요란하고, 연꽃이 사방에 바쳐져 있고 거북이 받들고 청룡 황룡이 끄는 배는 어떤 밴고?"
바리공주가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물었다.
"그 배에 오는 망자는 세상에 있을 적에 다리 놓아 만인공덕, 원을 지어 행인 공덕, 절을 지어 중생 공덕, 옷을 벗어 시주하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염불 열심히 하고 만인에게 시주하여 극락세계 연화대로 소원 성취하러 가는 배입니다."
그 뒤에 배 한 척이 또 따르고 있어 바리공주가 물어보았다.
"풍류로 잔치하고 화기가 만발하여 웃음으로 열락(悅樂)하고 고운 향기가 가득하여 맑은 기운을 띠고 오는 배는 어떤 밴고?"
"그 배에 오는 망자는 세상에 있을 적에 나라에 충신이요 부모에 효성하고 동기간에 우애있고 일가에 화목하고 동네 사람에게 유순하고 가난한 사람 구제하며 선심으로 평생을 살다가 죽은 후에 초단에 사제 삼성 지노귀굿 받고 이단에 새남굿 받고 삼단에 법식 받고 시왕제 사십구제 백일제 받아 극락세계에 왕생극락하러 가는 배로소이다."
"또 그 뒤에 오는 활 든 사람, 창 든 사람이 둘러있고 머리 풀어 산발하고 의복도 벗기고 결박하여 울음소리 가득하고 모진 악기가 충만하니 그것은 또 어떤 배인고?"
"그 배에 오는 망자는 세상에 있을 때에 나라에 역적이요, 부모에게 불효하고, 동기간에 우애 없고, 일가에 살(煞)이 세고, 동네 사람에게 불순하고, 시주도 못하고, 남의 험담 잘하고, 남의 말 엿듣고 역매흥정하고, 이간질하여 싸움 붙이기와 사람 죽이기 심하고, 탐이 많아 작은 되로 주고 큰 말로 받고, 짐승 많이 죽이고 불법을 비방하였기에 화탕지옥 칼산지옥으로 가는 배로소이다."
또 한 배가 보이는데 그 배는 불도 없고 달도 없고 임자도 없고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저 배는 어떤 밴고?"
"그 배에 있는 망자는 무자귀신(無子鬼神)과 해산길에 죽은 망자와 시왕제(十王祭) 사십구제 지노귀 새남도 못받고 길을 잃고 세계를 몰라 임자없이 얹혀 있는 배로소이다."
바리공주는 크게 슬퍼하며 염불하여 그들이 극락왕생하도록 해주었다.
바리공주가 유사강을 지나 세상으로 나오니 소여 대여가 나온다. 산에서 나무를 베는 초등들에게 어떤 연고의 소여, 대여냐고 물었다.
"댓가를 받아야 말하겠오"
바리공주가 아기 업었던 수건, 일곱 자 일곱 치 고를 풀어서 주니 초동들은 그제서야 대답한다.
"양전 마마 한날 한시에 승하하셔서 북망산천으로 가시는 상여로이다."
그제서야 명정을 보니 임금 왕자가 뚜렷했다. 바리공주는 머리 풀어 산발하고 무장승과 일곱 아들을 감춘 후 상여 앞으로 나가 소여꾼과 대여꾼을 물리게 하고 관을 뜯어서 양전 마마를 묶은 안매 일곱매 밖매 일곱매, 소대렴을 풀고 좌수와 우수를 편안하게 한 후에, 바리공주는 조정 백관과 시녀 상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전마마의 입에 서천서역에서 가져온 약수를 넣고 또 개안수를 양전 마마의 품에 넣고 또 뼈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꽃을 눈에 넣으니, 양전마마가 후 하고 긴 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키고 일어나 앉으면서
"이게 잠결이냐 꿈결이냐? 시녀 상궁들이 무슨일로 다 모였느냐? 앞바다 구경하고 왔느냐? 뒷동산 꽃구경 갔다 왔느냐?"
조정 백관들이 아뢰었다.
"버렸던 자손이 약수를 구해 와서 양전마마 회춘하셨나이다. 바삐 환궁하사이다."
나오실 적에는 곡성을 하며 인산이었는데 돌아가실 제는 거동 시위가 분명했다. 상궁 시녀가 뒤따르고 별감이 시위하여 환궁하는데 녹의 홍상이 꽃밭을 이루어 나라 안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환궁하여 정좌한 후에 대왕마마는 바리공주에게 물었다.
"이 나라 반을 베어 너를 주랴?"
바리공주는 무장승의 부탁으로 일곱 아들을 낳는다. 나중에 이 일곱 아들은 하늘의 북두칠성이 되었다. "나라도 싫소이다"
"그러면 사대문에 들어오는 재산 반을 나누어 너를 주랴?"
"그도 다 싫소이다. 그간 저는 죄를 지어 왔나이다."
"무슨 죄를 지어 왔는가?"
"부모 위해 약수 구하러 갔다가 무장승을 만나 일곱 아들을 낳아 왔나이다."
"그 죄가 네 죄가 아니라 우리 죄라"
대왕마마는 무장승 입시할 것을 명했다. 잠시후 신하들이 돌아와 아뢴다.
"광화문에 사모뿔이 걸려 못 들어오나이다."
"옥도끼로 찍고 들어오게 하라"
무장승이 입시하니 대왕마마는 깜짝 놀라
"몸 생김이 저만하고 일곱 아들 있다 하니 먹고 살게 하여 주마"하자,
"비리공덕 할아비와 할미도 먹고 입게 제도하여 주옵소서"
하고 바리공주는 자신의 양부모인 비리공덕 할아비 할미의 은덕을 아뢰었다.
대왕마마는 모두에게 골고루 은덕을 베풀어 제도해 주었다.
무장승은 산신제 평토제를 받아 먹고 살게 점지하였으며, 비리공덕 할미는 지노귀 새남굿을 할 때 영혼이 저승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가는 가시문과 쇠문,시왕문에 지켜 섰다가 별비(別費)를 받아 먹고 살게 점지하고, 바리공주의 일곱 아이들은 저승의 십대왕이 되어 먹고 살게 점지하였다. 그리고 바리공주는 인도국 보살이 되어 절에 가면 만반 공양을 받고, 들로 내려오면 큰머리 단장에 은아몽두리 입고 언얼도와 삼지창, 방울과 부채를 손에 든 무당이 되어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도록 마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