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成造)푸리
성조신(가택신)의 내력을 풀어서 노래하다
'성조푸리'는 집과 가정을 지키는 신인 성조신의 내력을 풀어서 노래한 무가로서, 제의성과 문학성이 잘 조화된 우리나라 서사무가 가운데 대표적인 유형의 하나이다. |
● 성조대감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신앙 행위 가운데 집을 관장하는 신에 대한 것이 있다. 이는 흔히 10월 상달에 성주맞이니 성주굿이니 하는 이름으로 행해지거나 또 집을 지을 때 낙성식에서 행해진다. 이때 추앙받는 신을 성주신이라고 하는데 대청의 들보 위에 흰 종이를 묶어서 매둔다.
이를 무속사회에서는 성조왕신, 성조부인이라는 부부신으로 되어 있고, 그 아래에 성조대감, 성조군웅, 대직장, 대별감 등의 선신이 있다.
이 성조신에 대한 신화는 낙성식에서 안택기도로써 노래로 불리어지던 것인데 이는 성조신에게 가정의 복락을 비는 제의에 표현되고 있다.
성조가는 대개 시월 상달에 행해지는 성주맞이나 성주굿을 할 때 불려지거나 집을 지어 낙성식을 할 때 맹인들에 의하여 불려진다.
농촌에 가면 안방의 천장이나 아니면 대청의 대들보 원에 하얀 종이를 접어서 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문종이 속에는 쌀 몇 알이나 엽전을 넣었는데 이게 성조대감을 모셔놓은 것이다. 성조대감은 지방에 따라 성주신이라고도 하는데 한 집안에서는 으뜸가는 신으로 가정의 수호신이며 풍요와 번영의 신이다. 이는 성조대감을 모시는데 쌀과 엽전을 넣은데서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매년 10월에 농사가 끝나면 다시 굿을 하고 새로운 쌀을 넣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성조대감은 집을 지은 뒤 낙성식에서 좌정한 뒤에 줄곧 그 집안의 수호신으로 추앙되고 있는 신이다.
● <성조푸리> 줄거리
이 세상이 천지개벽이 된 뒤였다.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빛나고 땅에는 풀과 나무가 돋아났다. 그리고 인황씨(人皇氏)가 다시 태어나서 그 형제 아홉이 이 세상을 아홉으로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다.
천궁대왕(天宮大王)은 옥진부인(玉眞夫人)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들의 나이가 마흔 살이 가까이 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여러 가지로 궁리하다가 이름있는 산과 강을 찾아다니며 온갖 정성을 다 들였다. 그런 어느 날 밤 꿈이었다.
"부인은 놀라지 마소서. 나는 도솔천궁지왕인데 부인의 공덕과 정성이 지극하여 아들을 주러 왔나이다."
꿈에 나타난 선인은 일월성신으로 정기를 받아 아이를 마련하여 부인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의 이름을 안심국(安心國)이라 지어주며 별호를 성조(成造)라 했다. 옥진 부인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는 꿈속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그 뒤로 산기가 있었다. 이윽고 열 달이 지나자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빼어나게 잘 생겼다. 옥진 부인은 꿈에서 선인이 시킨 대로 아이의 이름을 안심국이라 하고 별호를 성조라 하였다.
성조는 아무 탈 없이 잘 자랐다. 그뿐 아니라 성조는 남달리 영특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모르는 것이 없었다.
하루는 하늘에서 지상계를 내려다 보았다. 지상에는 집이 없어서 인간들이 수풀에 의지하고 살았다. 성조는 지상에 사는 사람들이 무더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철을 어떻게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지상에 내려가 나무를 베어 인간들에게 집 짓는 법을 가르쳐 주어 성조라는 이름을 후세에 길이길이 전하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부모에게 허락을 받고 인간 세계로 내려왔으나 모든 나무들은 산신(山神)과 당신(堂神)들이 좌정하고 있거나, 까치와 까마귀들이 집을 짓고 있어서 벨 나무라고는 한 그루도 없었다.
성조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 옥황님께 사정을 하였다. 옥황님은 성조의 뜻을 기특하게 여기고 제석궁에게 명령하여 솔씨 서 말 닷 되 칠 홉 오 작을 주게 하였다. 성조는 그것을 받아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와 주인이 없는 민둥산에 심어놓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이러는 동안 3년이 지나 성조는 열여덟 살이 되었다. 천궁대왕과 옥진부인은 성조가 장성함을 기쁘게 생각하고 신하들과 상의한 끝에 황휘궁 공주인 계화와 결혼을 시켰다.
그러나 성조는 간신들의 모함으로 인하여 3년간 무인도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성조는 눈물로서 부모와 하직하고 황토섬에 들어가 4년 간을 귀양살이 하였으나 다시 돌아오라는 소식이 없었다. 그동안 그는 옷도 양식도 모두 떨어져서 산나물과 소나무 껍질을 먹으며 살았다. 그리하여 몸에는 어느새 온통 털이 나서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 성조는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다가 고국의 소식을 전하던 청조를 발견하고 관대자락에 무명지를 깨물어 피로써 자기의 심정을 편지로 써서 주었다.
한편, 마흔 살에 겨우 얻은 자식을 귀양보내고 슬픔에 잠겼다가 마침내는 병들어 누워있던 옥진 부인은 청조가 물어다 준 성조의 편지를 읽고 왕과 신하들을 원망하며 큰 소리로 울어댔다. 이를 본 3천 궁녀들도 모두 따라 울었다. 그러자 국사를 의논하던 천궁대왕은 깜짝 놀라서 달려와 성조의 편지를 보고는 그제야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배를 보냈다.
그리하여 고국으로 돌아온 성조는 사랑하는 아내와 다시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성조는 5남 5녀를 두게 되었다.
이제 성조의 나이 일흔이 되었다. 그는 지난 날을 생각하다가 문득 지상에 내려가 솔씨를 심은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보니 어느덧 49년이 지났다.
성조는 자식들을 모두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외철쭉, 진달목, 늘어진 장목이며, 휘어진 고목이며, 객사청청유목(客舍靑靑柳木)이며, 세답한 박달목, 군자절 송목이며, 일출봉 부상목(扶桑木), 월중계수목(月中桂樹木)과 노가리 향목(香木)이며, 목질 좋은 오동목과 음양상충 행자목과 백작목, 석류목 등등이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으나 연장이 없었다.
성조는 자식들을 거느리고 냇가에 나가 함박과 쪽박으로 쇠를 얻었으나 사철(砂鐵)이라 못 쓰고, 다시 쇠를 일어 상철(上鐵) 다섯 말, 중철(中鐵) 다섯 말, 하철 다섯 말로 쇠를 일어서 풀무를 만든 다음 그것으로 도끼, 끌, 칼, 송곳, 대패, 괭이, 호미, 낫 등의 온갖 연장을 만들었다. 그것으로 쓰임새에 따라 나무를 베고 다듬어서 인간들에게 집을 지어 주고 또 먹고 살 수 있도록 복을 주었다.
성조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집 짓는 법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집에 좌정하여 입주 성조신이 되었고, 그 부인은 몸주 성조신이 되었으며, 성조의 아들 다섯은 오토지신(五土之神)이 되고, 딸 다섯은 오방부인(五方夫人)이 되었다.
● <성조푸리> 읽어보기
"다음에 인용한 부분은 신의 일생담 가운데 기자 치성(아들을 낳기 위해 온갖 공을 다 드림)을 통해 비범하게 탄생한다는 출생담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기자 치성의 요소는 우리나라 고전소설에 매우 폭넓게 나타나며, 비범한 탄생은 신이나 영웅의 일생을 표현할 때 흔히 나타나는 요소이다."
성조 부친 천궁대왕 나히 설흔 일곱이오,
성조 모친 옥진부인 나히 설흔 아홉이라.
양주(부부) 나히 연당 사십 근(近)하도록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어,
매일 부부 한탄할 제,
한 날은 복사(卜師-점쟁이)를 청하야
문복(問卜-점을 치니)하니, 기복사점지(其卜師点之-그 점쟁이가 점을 쳐서) 왈,
삼십전 자식은 팔자로 두거니와,
사십전 자식은 선심(善心)으로 수공(공을 닦다)하고,
불전에 치성하면, 생남 부귀 한다 하니
부인이 그 말 듣고, 왼갓 공을 다 드릴 제
(중략)
지극정신 빌었더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은 나무 꺽어질까.
대왕과 부인이 길일을 간택하야, 동방 화촉 정(正) 잠잘 때
초경에 득몽(꿈을 꾸니)하니, 검정새 두 머리, 청충(靑蟲 - 푸른 벌레)을 물고, 벼개 좌우편에 앉아 보이고,
국화꽃 세 송이가 벼개 위에 피었거늘
이경에 득몽하니 삼태 육경(삼정승과 육조판서) 자미성(천자의 主星), 부인 앞에 나리시고
금쟁반에 붉은 구슬, 셋이 궁굴러 보이거늘
삼경에 득몽하니 궁중 방내(房內)에 오운이 모여 들고
어떠한 선관(仙官)이 황학을 타고, 채운에 싸이어서 국문을 크게 열고
부인 곁에 앉으며 왈, 부인은 놀라지 마옵소서,
나는 도솔천궁지왕이라, 부인의 공덕과 정성이 지극한 고로
천황이 감동하고, 제불(諸佛)이 지시하사, 자식 주려 왔나이다.
일월성신 정기 받아, 동자(童子)를 마련하야, 부인을 주시며 왈,
이 아기 이름은 안심국(安心國)이라 지었으며, 별호는 성조씨라 하며
무수히 길겨할(기뻐할) 때, 무정한 풍성(風聲-바람소리) 소래,
부인의 깊이 든 잠 홀연 꿈을 깨고 보니, 선관은 간 곳 없고 촉화(촛불)만 도도였다.
부인이 몽사(꿈에 나타난 일)를 국왕 전에 설화하니(이야기하니) 국왕도 길거드라. (즐거워하더라)
이튿날 평명(해가 뜰 무렵)에 해몽자(꿈을 풀이하여 길흉을 점치는 사람)를 급히 불러,
몽사를 설화하니, 초경에 검정새 두 머리, 청충 물고 보이는 것은 좌편은 대왕의 직성(直星 - 사람의 나이에 따라 그 운명을 맡아본다는 별)이요, 우편은 부인의 혼령이라.
청충 두 머리는 원앙 비취지락(翡翠之樂)일뿐더러,
국화꽃 세 송이는 국가에 삼태 육경 날 꿈이요,
이경에 얻은 꿈은 삼태 육경 자미성은 삼신 제불이 대왕을 모신 바요.
금쟁반 붉은 구슬 셋은 국가에 득남할 꿈이옵고,
삼경에 얻은 꿈은 선관이 부인의 침실에 좌정한 것은 이는 곳 지양(産神-해산을 맡은 신)이라.
성신의 정기 받아, 동자를 마련하야, 부인을 주신 것은 국가에 득남하면
소년 공명(어린 나이에 벼슬길에 오름)할 것이니, 번몽을 생각 마옵소서.
과약기언(과연 그 말대로) 그 달부터 잉태 있어, 한두 달에 이슬(해산 전후에 조금 나오는 누르스름한 물) 맺고, 삼사삭(서너 달)에 육부(뱃속의 여섯 가지 기관, 즉 대장, 소장, 위, 쓸개, 방광, 삼초 등) 생겨
칠삭에 골육(骨肉) 맺고, 팔구삭에 남녀 분별,
삼만팔천사 혈공(혈관)과 사지 수족 골격이며
지혜 총명 마련하고, 십삭을 배살(배가 아픈 병)하야
지양이 나려 와서 부인의 품은 아이, 세상에 인도할 제, 명덕왕은 명(命)을 주고
복덕왕(분만을 관장하는 왕)은 복을 주고, 분접왕은 가래(다리) 들고,
금탄왕은 열대(열쇠) 들고, 부인을 침노하니
부인이 혼미 중에 금광문(아이를 낳는 문을 미화해서 표현한 말) 고이 열어, 아기를 탄생하니
딸이라도 반가운데 옥 같은 귀동자라.
부인이 정신 차려, 침금(베개와 이부자리)에 의지하고 아기 모양 살펴보니,
얼굴은 관옥(冠玉) 같고, 풍채는 두목지(당나라 말기의 시인인 두목)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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