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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7> 금정의 유래와 신선도(하)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12

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7> 금정의 유래와 신선도(하)
金井은 지하 생명수가 표출되는 상징적 장소
그 곳에 사는 금어는 상상의 神이자 생명의 상징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그림1> 앙소 채도에 나타난 쌍어문이 그려진 사람 얼굴
'금정에 사는 쌍어는 메소포타미아의 천년왕국에서 이동해왔다'.

앞글에서 금정의 문화사적 원형이 중원 앙소문화 지역에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석정은 어디에서 어떤 상징적인 구조를 가지고 태어난 것일까? 석정에 관한 몇 가지 설명을 들어보자. 노중평은 '석정은 북두칠성의 정기가 고인 우물'이라 하면서 칠성신앙과 연결한다. 또한 조선시대 유명한 예언가 남사고는 석정을 생명선이라고 하면서 석정이 몸속으로 흘러 마음의 생명수를 이룬다고 했다. 민속학자인 조자용은 '용알바위' 신앙과 연결시킨다. 그가 1992년에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큰바위속 구멍에 물이 고여 있는 바위를 용알바위라고 하는데, 아기를 원하는 어머니들이 용알바위를 빙빙 돌면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석정에 '용알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 모두 석정이 생명수나 기자신앙과 관련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생명수가 칠성과 관련되었는지 아니면 지하에 있다고 상상한 감로수와 관련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아직까지 진지하게 접근해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석정은 지하의 생명수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상징적인 장소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공족과 이웃하며 중국 중원에 살았던 염제의 신화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농업의 신인 염제가 막 탄생했을 때 그 주위의 대지에는 인간이라곤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아홉 개의 샘(九井)만이 그를 반겨 주었을 뿐이었다. 이 아홉 개의 샘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만일 샘 하나에서 물을 길어 올리면 나머지 여덟 개의 샘물도 함께 출렁거렸다'.

이 구정신화가 용알신앙, 즉 정월 대보름 우물에 비치는 달을 보고 용알이라고 부르며 그 용알을 먼저 마시는 사람이 행운의 아기를 얻는다는 민속이 결합되면서 석정을 구정(九井)이라고 부른 것 같다. 월출산이나 천관산, 그리고 남해 금산의 구정이라는 명칭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아홉 마리 용이 노닐다 승천했다'는 구정 전설로 볼 때 구정은 용과 관련된 신앙처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1> 엔키가 삼신산을 밟고 있고 물고기와 물이 솟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석정이 탄생했을 때는 구정이라는 명칭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단서는 금정에 살았다는 금어(金魚)에서 찾을 수 있다. 석정에는 원래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그 물고기의 원형을 찾아가 보자. 지난회 글(6회)에서 제시한 중원의 앙소채도는 삼신산과 석정의 원형을 보여주었다. 바로 그 앙소채도의 다른 도상에서 물고기와 삼신산이 연결된 그림을 볼 수 있다(그림1). 이 그림은 생명수인 지하의 감로수에 사는 물고기와 그곳에 산다고 상상한 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면 물고기 모양의 고깔모자를 쓴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인(神人)이 된다.

석정에 사는 물고기의 원향(遠鄕)은 메소포타미아에 형성되었던 초기 신석기문화이다. 그곳은 공공족이 중원에 들어와 앙소채도문화를 일구기 전에 살던 곳이다. '수메르 왕명록'이나 '바빌로니아 서사시'에 의하면 인류가 세운 최초의 도시인 에리두에는 '엔키(Enki)'라는 신이 살고 있었다. 그 엔키가 인류를 창조한다. 수메르 서사시에는, '그 생물에게 신들의 형상을 부여하라. 심연 위에 있는 찰흙으로 심장을 만들어라. 솜씨 좋고 훌륭한 너희 장인들은 찰흙으로 형태를 지으라'고 한 기록이 있다. 이 이야기는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고 한 것과 유사하다.

신화학자 조철수는 지하에 있는 생명수의 신이며 구원의 신이고 치유의 신인 엔키를 단군신화의 환웅과 비교하면서 그가 환웅과 가장 가까운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그 엔키의 도상에서 우리는 삼신산 위로 솟아오르는 생명수를 볼 수 있다(사진1). 그 생명수를 타고 노니는 물고기가 바로 금정산 금정에 노닌다는 물고기의 원형이다.

석정은 바로 삼신산과 지하의 생명수 그리고 물고기가 결합된 구조로 생명의 원향이자 모든 생명의 발원지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금색 물고기(金魚)는 힌두교에서 구세주인 비슈누 신이 제1의 화신으로 나타나 인간을 홍수에서 구한 모습이자, 홍수에서 최초의 인간 마누를 구했던 물의 신 바루나의 상징이다. 이 신화도 수메르신화에서 우트나피쉬팀(노아)에게 대홍수를 미리 알려준 엔키가 물고기를 머리에 쓴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 기원이 어디인가 자명해진다.

이로써 금정이 불교로 윤색되기 이전의 원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금정은 삼신산에 솟아오르는 생명수가 나오는 곳으로, 그곳에 노닐던 금어(金魚)는 생명의 상징이었다.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저자
  입력: 2009.05.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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