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릇의 바닥에는 고구려왕실에서 광개토대왕을 기념하여 을묘년(415)에 만들었다는 명문(銘文)이 있다. 그 명문의 상단 중앙에 우물 정(井)자처럼 보이는 문양이 보인다〈사진〉. 이 문양은 다른 고구려 유물에도 자주 등장한다. 고구려인들은 이 문양을 왕실 문장처럼 사용한 것 같다. 왜 그들은 이 문장을 선택했을까? 그것은 고구려인들의 북두칠성을 포함한 하늘 숭배의식과 관련하여 추정할 수 있다. 고구려인들의 칠성 숭배는 앞서 제3회 글에서 말했듯이 필자가 환웅족이라고 가정한 공공족과 관련 있다. 고구려인들의 독자적인 칠성과 북극성 숭배는 당·송과 다른 독자적인 별자리를 만들었다. 고대 천문도를 연구하는 김일권(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고구려의 별자리 벽화에는 북두칠성과 나란히 묘사한 삼성(三星) 별자리가 그려졌으며 이 전통은 고려시대까지 이어지는데, 이와 같은 양식의 천문도는 중국에 없다고 한다.
이는 고깔 변(弁)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림〉를 보면 고깔 변자의 형성과정을 알 수 있다. 갑골문과 금문에 보이는 고깔은 양쪽에 뿔과 같이 뾰족한 것이 있고 중앙이 높은 첨두형의 모자다. 그리고 진나라 때의 소전체로 표기된 변(弁)자를 보면 손으로 궁륭형(穹癃形)의 변형(弁形)받들고 있다. 여기서 궁륭형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늘의 중앙은 높고 사방은 낮은 것을 상형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궁륭을 두 손으로 떠받들고 있는 형상을 글자로 표현한 것이 변(弁)자이다. 이는 변자가 하늘을 받드는 사람들과 관련된 상형자임을 말한다.
그리고 이 변자는 크게 보아 하늘을 받드는 것을 상형한 것이지만 좁게는 하늘의 중심에 있는 북두칠성(북극성)을 받드는 것이다. 중국의 서법과 문자사를 연구한 모작무(牟作武)는 변자를 '두 손으로 관을 받드는 것을 '변'(雙手擧冠爲弁)이라고 했다. 모작무가 관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린 것을 보면 하나는 뱀을 상형한 것이고, 둘은 삼각형의 고깔모자를 상형한 것이며, 세 번째의 것은 뱀을 상형한 것인데 활 궁(弓)형으로 그렸다. 이는 이들 세 요소가 동일한 것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징을 담고 있는 변관을 쓴 사람들은 중국 고대사회에서 신의 뜻을 전달하던 사람들로 백성들을 이끄는 지도자였다. 이는 〈그림〉에 보이는 령(令)자의 형성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A자처럼 보이는 것은 고깔모자로, 령(令)자는 이를 쓴 사람을 상형한 것이다. 즉 령(令)자는 고깔모자를 쓴 사람이 호령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무속에서 신령[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고깔모자를 쓴 무당이 공수를 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고깔모자는 중원에서 공공족이 쓰던 모자다. 이 전통은 그들이 동북지역으로 이주해 맥족인 웅녀족과 만나 형성한 단군시대로 이어졌고, 그들의 북두칠성 숭배와 관련한 하늘 숭배 전통을 맥족이 주류를 이룬 고구려에 전달되었다. 바로 이러한 전통을 상징으로 도상화한 것이 바로 호우총에 보이는 궁륭형 문양이며 고구려 왕실은 이것을 왕실의 문장처럼 사용했던 것 같다.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