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강력한 흡입력 갖춘 부산만의 해양공간 디자인으로 세계인 끌어 모을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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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쓰나미와 같은 대자연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최상의 낙원으로도 표현되는 바다의 이중성은 애플존과 유사하다. 더욱이 다양한 해양관련 개발과 해양 레저·해양 박람회 등으로 해양도시의 위상이 높아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부산은 단순한 해양도시를 넘어 흡입력과 발산력이 넘치는 해양 디자인 도시를 지향하기에 해양은 부산의 애플존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필자는 비움·채움·담음 이 세 가지 디자인 요소를 해양과 연계하여 가장 해양다움이 넘치는 분위기로 관리하고 디자인하는 것을 해양 무드 매니지먼트라 지칭하고자 한다. 모방이 아닌 창조적 비움, 랜드마크를 구축해 도시 이미지를 재설정하고 다양한 관광적·생산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산적 흡입력의 채움, 여기에 더하여 역사적·문화적 고유성과 인간의 심리적 만족도까지 관여하는 육감을 담아내는 담음. 이 같은 세 요소는 해양 무드 매니지먼트의 핵심이며 미래지향적 개성과 자연발생적 고유성이 공존하는 해양도시들은 이런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 비움-모방, 악조건을 극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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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의 섬이 400개 브릿지로 연결된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수로. 수백년 세월의 무게도 견딜 수 있는 벽돌 건축물이 수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 베네치아의 해양디자인에는 세월의 더께가 보태져 어디서도 흉내내기 힘든 분위기를 창출한다. | |
비움의 측면에서 네델란드도 훌륭하다. 전국토의 65%가 지면이 해수면보다 낮은 악조건을 제방, 풍차 등이 있는 폴더(polder·네덜란드의 해안 간척지)경관으로 조성하여 관광명소가 되었다.
■ 채움-랜드마크·욕구(needs)를 잡아내라
베네치아, 네델란드, 발틱해, 마이애미, 볼티모어 등 유명한 해양도시는 모두 채움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하고 매혹적 요소로서 장소가 코어 어트랙션(core attraction)이다. 코어 어트랙션은 장소와 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융합되어 강렬한 흡입력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크리스티안 미쿤다가 강조한 거주, 근무공간 이외 현대인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3의 공간'을 갈망하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코어 어트랙션의 측면에서 베네치아는 대운하, 네델란드는 화훼농장·제방·운하, 발틱해는 수많은 섬, 마이애미는 멋진 해변과 시각회랑(조망 폭)을 고려한 미래지향적 해양건축물, 볼티모어는 이너 하버(Inner Harbor)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흡입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 베네치아는 곤돌라와 바포레토(Vaporetto·베네치아의 대표적 교통수단)가 있으며, 네델란드는 치즈와 풍차, 발틱해는 운치 있는 해무에 둘러싸인 섬 별장, 마이애미는 해변을 배경으로 하는 나무 산책로와 높은 마천루가 여기에 결합된다, 볼티모어는 항구에 영구 정박돼 있는 미해군 최초의 배 '콘스털레이션호'가 랜드마크 구실을 한다.
■ 담음-고유성·육감·자연을 담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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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자연을 보존과 보전이라는 대전제를 담아낼 수 있어야 '굿(good) 디자인, 딥(deep)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발틱해는 자연림이 무성한 섬에 개인의 별장을 허락하되, 자연훼손을 최소화하여 자연과 공존하는 삶과 쉼의 공간으로 조성했다. 크루즈를 타고 바라보는 발틱해의 섬은 누구나 꿈꾸는 지상낙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변 도시 마이애미의 아르데코 지역은 1920~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여 역사성과 고유성이 있다. 볼티모어는 철도박물관을 세워 1827년 미국 최초 철도인 볼티모어-오하이오 철도를 보존함으로써 역사성을 담아냈다. 성공한 해양디자인 도시들은 모두 자연을 보존하고 해양의 특성을 강조하며, 바라보는 해양이 아닌 함께하는 해양(레포츠·해안산책로·크루즈여행·별장)으로 개발하였다.
■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길은
지금까지 살펴본 도시들은 해양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데 관광적·인지적 측면에서 부산은 이들 도시보다 세계적이라고 할 수 없다. 부산의 상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 동백꽃, 자갈치시장 등 과거를 추억하는 단어들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최근에 들어 누리마루, 광안대교 등을 랜드마크로 꼽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만의 리그가 아닌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해양을 바탕으로 끌어내는 강렬한 흡입력은 약하다. '해양 무드 매니지먼트 디자인'의 세 가지 요소 비움·채움·담음을 충족하는 해양디자인 수도를 지향한다면 우리 부산도 세계속의 해양디자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까?
부산은 휴양과 레저 측면에서 계절성이라는 악조건, 약점을 가지고 있다. '대지'의 작가 펄벅이 반했던 해운대 백사장도 여름철엔 수많은 피서인파로 몸살을 앓지만, 겨울철에는 낭만의 겨울바다라기보다는 삭막하기까지 하다. 이런 계절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어 어트렉션을 만들어야 한다. 센트럴베이(재개발될 북항의 명칭)에 적용될 체류형 국제관광 개발계획과 친수공간 등은 계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우리 실정과 환경에 맞는 기준과 철학을 적용해 진정한 비움을 이뤄야 한다.
도시를 떠올리면서 함께 연상되는 랜드마크는 가장 큰 관광요소이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의 랜드마크는 미약하다. 부산의 특징과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세월이 지날수록 서있는 자리가 더욱 의미 깊어지는 네델란드의 풍차와도 같은 흔하면서도 그곳을 찾을 때면 항상 떠올릴 수 있는 것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요컨대 부산의 해양공간 디자인은 시공간을 압축하고 육감을 만족시켜 찾는 이들의 서스펜스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해양 수도를 목표로 하는 부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부산은 지금 센트럴베이(북항) 재개발, 자갈치시장 현대화, 동부산개발 등 다양한 해양 관련 개발 계획과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해양의 흡입력이다. 단순히 쉼과 누림을 위한 해양의 흡입력이 아닌 상생하고 지속가능한 공간으로서 해양의 강렬한 흡입력이다. 따라서 크리스티안 미쿤다가 강조한 거주, 근무공간 이외의 현대인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3의 공간과도 같은 해양도시를 위한 깊이 있는 '해양 무드 메니지먼트 디자인'이 필요하다.
김영숙 한국해양디자인협회 부회장 동부산대 겸임교수
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